삿뽀로 여인숙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정말 몇달만에 잡아본 소설책. 대학교 1학년, 혹은 2학년 때 쯤 읽은 거 같다. 책의 표지부터 샅샅이 보는 버릇이 생기기 전에 읽은 듯. 작가의 말 부분은 낯설더라. 오랜만에 씹히지 않은 글을 만나서 반가웠는지, 삼십분만 읽고 자려고 했는데, 끝까지 읽고 말았다. 그리 두꺼운 책이 아니어서 다행. 그리고 끝이 기억나지 않아서 다행. 사건 몇 개와 얘는 뭘 이렇게 찾아 헤매는 건가 했던 인상만 남아있었다. 도무지 어떻게 되어가는 것일까 읽는 내내 그 생각.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도 마찬가지구나. 막상 끝장에 다다르고 나니, 차라리 끝장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모든 것들이 맞춰져버리는 게 싫다는 느낌? 계속 그녀가 절룩거리기를 기대하는 나. 남 잘되는 게 배아픈거다. ㅋ 소설 속의 주인공이어도 예외없다. 나의 못된 심보란! 모양도 크기도 다르지만, 내 삶의 조각도 엉망이고 언제부터 빙빙 돌기 시작했는지, 내 길은 알 수 없기만 하고, 어떤 형태를 잡고 있는 거 같기는 한데, 백만개-내가 좋아하는 단어-중 내 손에 잡히는 거라고는 97개나 8개쯤. 늘 길고 긴 인생에서 몇 년쯤 하고 대수롭게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아졌는지 자꾸 겁이 많아지는 내가 겹쳐져 보였다. 아마 몇 년 뒤 다시 읽는다면, 여전히 나는 끝을 기억 못 하거나, 기억하더라도 편집해서 기억하고 있을 거고 또 그 때와 다른 감상을 쏟아내겠지. 변하지 않는 근본 문제는 삿뽀로 여인숙은 없다는 데 있어. 고스케도 미래도 그렇게밖엔 만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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