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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렌즈로 날아든 새들 - 몽골의 검독수리부터 우리 아파트의 황조롱이까지
김진수 지음, 이한아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21년 2월
평점 :
동물원에서 참 관찰하기 쉽지 않은 종류 중의 하나가 '새'인 것 같아요. 가까이 다가가기도 어렵고, 조금만 소리가 나도 휘리릭 날아가 버리고 말이죠. 동네에서도 참새 좀 볼라치면 종종종 뛰어서 가버리기 일쑤죠. 사촌 조카네가 앵무새를 키우고 있어서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있었지만 계속 움직여대니 그마저 쉽지 않더라구요.
이렇게 코앞에서도 관찰하기 쉽지 않은 새들의 사진을 가득 담은 책이 나왔네요~
<카메라 렌즈로 날아든 새들>이라는 책인데요. 제목이 남다르네요. 내가 새들을 찍은 것이 아니라 새들이 렌즈로 날아왔다는 표현. 그만큼 새들의 보금자리를 방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카메라 렌즈에 담기 위해 노력하셨다는 뜻으로 해석되네요.

작가 김진수님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사진작가로 활동하신 분이에요. 우리 주위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볼 수 있는 새들부터, 또 먼 나라까지 날아가 만났던 새들까지, 좌충우돌 탐사 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합니다.
책을 보기에 앞서 새의 이름 맞춰보는 코너가 있어요. 저희 아이는 부엉이랑 황조롱이는 맞추더라구요 ^^


제일 처음 만나볼 새는 수리부엉이에요. 비교적 가까운 김포 굴바위산에서 만났다고 하는데요. 마을 뒷산이 민둥산이 되면서 새들이 사라졌다가 나무가 제법 자라고 숲이 만들어지자 새들이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고 하네요.
겨울 추위 속에서 알을 품는 모성애가 대단합니다. 자신의 털을 뽑아 맨살을 드러내어 따뜻한 체온이 알에 직접 닿게 한다고 해요. 새끼를 지키느라 한껏 예민해진 어미를 배려하기 위해 무인 카메라를 설치한 후 촬영을 하느라 중요한 순간을 놓치기도 했지만, 찍힌 사진으로 당시 상황을 추측할 수는 있었습니다. 소중한 사진을 담는 것보다 새의 안전과 편안함을 더 우선시하는 작가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네요~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귀여운 황조롱이입니다. 작년쯤인가 동물농장 프로그램에서 발코니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를 본적이 있는데, 이 황조롱이도 일반 가정집 발코니 화분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네요. 아파트에 사는 가족의 배려로 황조롱이도 마음을 열고 카메라 셔터도 그다지 거부하지 않고 응해주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만나볼 새는 '황새'입니다. 황새는 무자비한 농약 사용과 더불어 한국전쟁 당시 둥지를 만들 수 있는 아름드리나무가 폭격으로 인해 거의 사라지면서 위기를 겪게 되어, 천연기념물 제199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물동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소개되고 있는 황사 '만황'이는 2013년 충북 청주에 있는 한국교원대 황새 부화장에서 일명 '황새 야생 복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태어나, 황새 친구들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가 잘 적응하는 것이 임무라고 하네요. 이 부분은 특별히 황새의 관점에서 글이 이어지더라구요.

함께 방사된 황새 '민황'이와 짝을 이뤄 예산 황새공원에 첫 보금자리를 마련했답니다. 황새도 사생활이 있는데.. 이 황새 부부의 짝짓기하는 모습이 황새공원 홈페이지에 다 공개가 되었다고 하네요. 한반도에서 반세기만에 일어난 첫 자연 산란이라고 기대가 아주 컸나 봅니다.
우리 나라에 마지막 황새 한 쌍이 사라지게 된 사연도 소개되었는데요. 사람의 이기심으로 인해 어이없이 죽게 되어 너무 안타까웠어요. 아이들도 이런 사연을 읽고 자연의 소중함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면 좋겠네요.

천연기념물 202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두루미도 소개되네요. '소란이'라는 이름의 두루미 가족인데, 벌써 몇 해째 같은 농부의 논을 찾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고향이 러시아인지 몽골인지 확실치 않지만 매년 이렇게 먼 거리를 이정표도 없이 정확히 찾아오는 것이 정말 놀랍습니다.

임진강 여울목에 두루미와 재두루미 70여 마리가 모여 잠자는 모습입니다. 자갈 깔린 투명한 강바닥과 강 건너 나무 그림자도 수면 위에 비치네요. 은은한 달빛에 그림같은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 모습을 담기 위해 고생하셨을 사진작가님의 노고에 새삼 경의를 표하게 되네요. 각 사진마다 사용하신 카메라와 렌즈도 소개를 해주셔서 카메라쪽에 관심있는 분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정보가 될듯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본 새는 바로 뿔논병아리입니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둥지를 만들어 마치 수상 가옥 촌을 만든 것 같은 모습이죠. 보통은 천적을 피해 수초가 무성한 풀 줄기 사이로 숨지만, 이렇게 호수 한가운데 둥지를 만들면 너구리나 고양이같은 뭍에 사는 천적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고, 혹여나 침입자가 있어도 집단으로 모여 있으니 힘을 모아 쫓을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시화호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 주셔서 뿔논병아리의 등장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시기도 하네요.

뿔논병아리의 자식 사랑은 아주 유별납니다. 어린 새를 줄곧 업어 키우다시피 하여 어미 등이 잠자리이자 식당이고, 날개는 이불이자 보호막인 셈입니다.
먹이를 사냥을 위해 연신 자맥질을 하느라 머리는 젖어 버리고, 등에는 온통 수초로 뒤덮인 모습을 보자니 짠한 마음이 드네요. 저도 딱 아침 등교, 등원길에 만나는 저를 포함한 엄마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구나 느꼈는데 작가님 역시 육아에 지친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셨네요. ^^ 어디서나 어미의 자리는 녹록치가 않습니다.

멀리 몽골로 떠나볼까요? 몽골 군갈루트 자연보호구역 안 바위 절벽에서 검독수리를 관찰하셨네요. 절벽에 둥지를 튼 새를 관찰하려니 위장 텐트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고되셨을지.. 투철한 작가 정신이 아니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이틀째 위장텐트에서 숨어 있다가 어미 검독수리가 둥지로 가는 중요한 순간을 놓쳐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번 찾아가 포착한 사진이라고 합니다. 검독수리가 한 발에 타르박을 움켜쥔 채 새끼가 있는 둥지로 날아든 것이죠. 이런 영상은 동물 관련 다큐에서 볼 기회가 있기는 하지만, 영상와 사진의 차이는 확연히 있지요. 사진으로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앞 뒤의 상황을 혼자 상상해 보기도 했답니다. 아이도 어떻게 먹이를 움켜쥐고 있는지 유심히 보더라구요.

새와 사랑에 빠진 사진 기자
새들을 배려하시면서 촬영한 생생한 기록과 그 새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 <카메라 렌즈로 날아든 새들>. 이 책을 통해 새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고 되고, 엄마, 아빠로서 새끼 새를 키우는 모습은 우리 인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모습도 보입니다. 하지만, 자연이 잘 보존되지 않는다면 새들도 더 이상 생존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있어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배려는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