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한 번째 거래 - 절망을 희망으로 맞바꾼 난민 소년 이야기 ㅣ 책꿈 5
알리사 홀링워스 지음, 이보미 옮김 / 가람어린이 / 2021년 3월
평점 :
요즘은 자기개발서나 교육 관련 위주의 책만 읽다 보니 오롯이 재미나게 빠져들어 읽은 책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이 교육, 정서, 수학 관련 책만 읽다보니 제 휴식 시간에도 이건 쉬는게 아니더라구요. 아무 고민없이 빠져들어 읽고 싶은 책을 찾다가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보게 됐습니다.

<열한 번째 거래>는 원래 초3 아들에게 읽기를 권하고 싶었는데 책 두께를 보아 하니 아직은 무리일듯 싶어 제가 읽어봤어요. 저녁밥도 하기 싫을만큼 커피 한잔 앞에 두고 계속 읽고 싶어지네요. 하지만 아이에게 초반은 같이 읽어주고 나면 뒷부분은 본인이 궁금해서 스스로 책 들고 읽게 될거 같아요. ^^
이야기는 레밥의 연주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이 책의 핵심 소재인 레밥. 처음 들어보는 악기인지라 궁금해 찾아보니 이렇게 생겼네요. 모양새를 익히고 나니 레밥을 끌어안은 모습, 연주하는 모습 등이 좀더 잘 그려지네요.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난민 소년 '사미'는 할아버지의 길거리 레밥 연주로 미국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갑니다.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아 함께 밥을 먹거나 대화를 할 별다른 친구도 없네요.
"레밥은 우리의 심장이자 과거였다. 우리의 희망이었고, 약속이었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레밥을 도난당하고 맙니다. 그것도 눈앞에서.. 할아버지에게 큰 상처를 안겨주고, 자신 또한 엄청난 죄책감에 괴로워하지만 사미는 용기를 내어 레밥을 다시 찾겠노라 맹세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전당포를 알게 되어 탐색하다, 친구 '댄'을 통해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레밥을 보게 되죠. 그렇게 드디어 만나게 된 레밥! 하지만 700달러를 가져와야만 내줄 수 있다는 상인의 말에 그날부터 사미는 레밥을 되찾기 위한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거래해 돈을 모을 생각인거죠.
대망의 첫거래.. 하지만 그건 말썽쟁이 동급생의 장난으로 고장난 물건을 받았다는걸 알게 되어 수포로 돌아가버릴뻔 합니다. 하지만 사미의 꼼꼼한 계획과 집중력 그리고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친구 '댄'의 도움으로 하나씩 하나씩 계획을 실행시켜 나갑니다.

사미가 지나온 시간은 가슴 아픈 상처로 가득했지만 이 새로운 세상에는 다행히도 사미를 두팔 벌려 환영하고 도와주는 이들이 가득했습니다. 고장난 아이팟을 고쳐준 친구, 엄마에게 연결시켜 거래를 도와준 친구, 자신의 물건으로 거래를 제안하는 친구, 선생님의 정보를 알려준 친구, 할아버지의 연주를 그리워해주는 아저씨, 자신의 친구를 소개시켜준 선생님, 사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아저씨 등.
막막했던 거래는 하나 둘씩 성사되고, 곧 고지가 보이네요.

오직 할아버지에게 레밥을 되찾아줄 생각으로 열심히 달려왔더니 주위에는 어느새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친구, '우정'을 논할 수 있는 사람도 생기다니.. 정말 놀라운 변화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불꽃놀이 소리도 폭탄의 굉음처럼 들리는 생생한 기억에 괴롭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들키고 싶지 않지만 잊혀지지도, 그렇다고 잊어서도 안될 기억들이에요. 이제 새로운 세상에 그런 위험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안정을 찾아가야만 합니다.
사미는 하루하루 생기를 잃어가는 얼굴로 찢어지고 부르튼 손으로 일을 해야만 하는 할아버지를 보는 것이 괴로워 무조건, 어떻게 해서든 레밥을 찾아야 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가족, 할아버지를 위해서 반드시.. 과연 찾을 수 있을까요? 맘 졸이며 <열한 번째 거래>까지 기다리게 되네요.
이 책에는 반전이 없어서 좋았어요.
요즘 드라마든, 영화든 반전이 없으면 너무 뻔하고 재미없다 하겠지만 사미가 부디 레밥을 찾게 되길 응원하다보니 누군가 사미를 또 아프게 한다면 너무도 속이 상할 것 같았는데, 어쩜 그리 주위에서 모두가 도와주는지..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구요. 또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이슬람교, 라마단, 이프타르, 레밥, 모스크 등 그동안 큰 관심을 두지 않던 문화와 종교에 대해서도 좀더 알게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작가 알리사 홀링워스가 뜻했던 대로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오해하고 함부로 단정짓는 성급함은 거둬들여야겠습니다.
12살 소년 사미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딘가에는 분명히 실존하는 인물이 있겠죠. 이제 사미가 겪었던 슬픔과 상처는 잊고 새로운 세계에서 만난 친구들과 사랑을 나누며 행복이 가득한 삶을 살아가길 응원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