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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성장의 사례 ㅣ 이음 희곡선
강현주 지음 / 이음 / 2023년 8월
평점 :
『잘못된 성장의 사례』는 대학교 식물분자생물학 연구실에서 ‘애기장대’라는 식물을 가지고 실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식물로부터 ‘저항성 유전자’를 찾는다. 저항성 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지는 저항성 단백질은 병원균의 인자를 인식하여 식물의 면역 반응을 유발한다. 그래서 이들은 애기장대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잘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존 유전자가 가진 방식으로는 버틸 수 없어 안간힘 써야만 하는 척박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애기장대는 그것을 온몸으로 견딘다.
주인공 격인 혜경의 실험에서 애기장대들은 죽었어야 한다. 그런데 애기장대는 그 어려운 환경을 비집고 멀쩡히 살아남는다. 생에 대한 방해를 헤쳐나온 식물은 연구실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혜경은 결국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을 한다. 『잘못된 성장의 사례』의 인물들은 저마다의 삶과 추구하는 가치가 있고, 나름의 목표를 가졌다. 그것은 다양한 행동과 말들로 나타난다. 혜경은 극중에서 유일하게 '목적'이 없는 인물이다. "목적이 취업, 의대, 학문적 성취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이렇게 설정된 혜경이라는 인물은 어찌 보면 세계에서 지정한 일종의 '루트'에 섞이지 않는 인물이고, 단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우리는 연구실 사람들과 혜경이라는 인물을 겹쳐보거나, 떼어놓고 보면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공통으로 필요를 느끼는 '목적'과 그곳에서 잠시 벗어났을 때 보이는 다른 가치들을 생각해본다.
애기장대는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을 향한 비유다. 책에 ‘식물은 뿌리를 내리면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식물분자생물학 연구실 배양기 속에 든 애기장대도 자의든 타의든 그 안에서 뿌리내렸고 더는 움직일 수 없다. 원해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우리도 여기 던져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생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받았고 세계에 박힌 뿌리를 뽑는 방법은 그 거대한 본능을 짓눌러 스스로 죽는 것 뿐이다. 애기장대라는 이름은 세계에서 길러지는 ‘애기’들의 상징으로 언뜻 비친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에서 식물은 인간이고 인간은 식물이다. 『잘못된 성장의 사례』를 통해서 작가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인간이 살아가면서 받는 제한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돌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잠정적 답변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