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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문장들
신방실 지음 / 이음 / 2025년 5월
평점 :
우리는 날씨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인간이 날씨에, 또 날씨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저자 '신방실'은 이러한 질문의 답을 문학 작품에서 찾는다. 저자는 KBS 기상전문기자로, 여러 연구소와 우주항공·기후 위기 현장을 취재해왔다. 저자가 언급하는 시와 소설에 등장하는 '날씨의 문장들'은 인간과 날씨 사이의 긴밀한 연관을 관측하는 레이더가 된다.
교통사고를 당했던 경험이나 대학 시절 록 밴드 활동, 여성 기자의 외모를 평가하는 시류를 문제시하는 등 솔직한 저자의 이야기들이 독자와의 거리감을 좁힌다. 날씨에 대한 지식과 오랜 기상 전문 기자 경력에서 나오는 지적은 날카롭고 문제의식이 명확하다. 반면 저자는 언제나 독자와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무진기행』의 안개 이야기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청춘을 위로한다. 거친 소나기에 대한 설명은 소나기가 내린 뒤 언제 그랬냐는 듯 뽀송한 햇살을 드리우는 것처럼 단단한 마음으로 비 갠 뒤의 무지개를 맞이하자는 말로 이어진다.
문학 작품, 기후 위기, 기상 전문인인 저자의 식견과 경험이라는 세 카테고리를 잘 엮어낸 에세이였다. 나에게 오늘의 날씨는 어떤 것이었을까. 오늘 내 마음의 날씨는 어땠을까. 이 책은 그런 새 생각을 가능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