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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 오늘이 끝나기 전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들
존 릴런드 지음, 최인하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6월
평점 :





이 책은 ‘뉴욕 타임스’ 기자로 활동 중인 저자가 뉴욕에 살고 있는 초고령자 여섯 분을 1년간 취재, 인터뷰하여 작성한 연재 기사 「여든다섯, 그 너머」로부터 시작된 책이다. 저자는 연재 기사 기획 당시 그저 노년의 고통과 아픔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지만 1년간 노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집어졌다고 말한다. 저자는 과연 노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
인터뷰 대상자가 된 여섯 분의 노인들은 서로 다른 삶의 경험과 배경을 가진 분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의 다른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잃은 것들도 있고 할 수 없는 일들도 많아진 초고령자들이었다(87-92세). 저자는 처음에 그들이 노년의 삶(주로 심각한 문제점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해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섯 분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여섯 분 모두 외부 조건이 아니라 마음속 어딘가에서 행복을 찾고 있었다는 점. 저자는 이들로부터 가장 먼저 배운 교훈이 다음과 같다고 말한다. “행복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문장은 훗날 이 책의 원제가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에이, 뻔한 소리 아니야?’ 싶을 거다. 나도 초반부 읽을 때 그랬으니까. 이 책은 단순히 노인들과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 아니라 노인학 전문가, 사회과학자들의 연구/실험 결과를 다수 인용하며 고령자들이 느끼는 감정적 특징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한다. 이 책이 자기계발서가 아닌 인문/고양서로 분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 소개된 나쁜 일을 겪더라도 그 문제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는 노인의 ‘긍정성 편향’, 남은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일어버린 것들을 보완한다는 ‘선택∙적정화∙보완 모델’, 노인의 ‘사회정서적 선택성’(노인들은 당장 즐거울 수 있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반면, 젊은이들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경험이나 지식 쌓기를 선호), 좋았던 때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힘들었던 때는 잊어버리는 ‘선택적 기억’, 노년은 쇠퇴기가 아니라 물질에 대한 걱정을 초월해 진정 가치가 있는 것에 집중하는 인생의 절정기라는 '제로트랜센던스(gerotranscendence)' 등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노인들이 젊은이들보다 삶에 대한 만족도나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가 더 높은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
정리해 보면, 고령자들은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받아들이고 돌아갈 수 없는 과거나 올지 안 올지 모를 미래에 연연하기 보다는 지금 당장(현재) 자신이 좋아하고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책에 명문장들이 정말 많지만, 내게 크게 와닿았던 문장을 두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챕터의 시작과 끝에 녹색 페이지가 끼워져 있고 거기에 문장들이 적혀 있는데 하나같이 마음에 새길 문장들이다).
“헛된 꿈을 꿀 시간이 없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믿음도 헛된 꿈이다.
우리 중 어느 누구에게나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100쪽)
“미래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해보자.
그건 바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모든 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단 1분일지라도 그 기분이란
마치 처음 하늘을 나는 것처럼 가볍고 자유롭다.” (145쪽)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지 말자!
고령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현명한 태도와 지혜, 삶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나는 팔순에 접어드신 엄마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엄마의 신체적/정신적 노화 현상에 대해 속상해서 짜증을 내기도 하고, 고령자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책을 읽으며 엄마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책에서 ‘지혜’를 설명하는 부분에 “모차르트는 천재였지만 당신과 나의 어머니는 현명하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책에 등장하는 여섯 분의 어르신과 우리네 나이드신 부모님/조부모님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지혜도 얻고, 고령자의 삶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한 후 나이드신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의 삶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갖고 그들과도 깊은 대화를 통해 지혜와 통찰을 얻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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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북로망스(@_book_romance), 북모먼트(@_book_moment)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