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로 간 세포 - 몸을 벗어난 생명, 오늘의 생명과학을 이루다
이지아 지음 / 플루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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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로 간 세포.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다. 이 책은 현대 생명과학을 ‘영업’하는 책이다. 현대 생명과학 실험실에서 세포를 대상으로 어떤 실험과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지, 실험/연구 결과 현재 생명과학 관련 기술이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책은 도입부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입부는 몸속 생명인 ‘인비보(in vivo)’와 몸을 벗어난 생명인 ‘인비트로(in vitro)’라는 용어 설명에서 출발한다. in vivo는 ‘생체 내’를 뜻하며, in vivo 실험은 몸에 하는 실험을 말한다. 반면 in vitro는 ‘유리 내(in the glass)’를 뜻하며, 생체 밖에서 하는 실험 조건을 의미한다. 몸속 생명을 직접 관찰하거나 조작할 수 없으므로, 생명과학자는 몸속 생명 전체를 보는 대신 몸을 구성하는 세포를 떼어 실험실로 가져오는 쪽을 택했다. 책 제목은 여기서 연유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주로 in vitro 실험을 다룬다.


1장에서는 몸을 벗어난 세포를 실험실에서 키우는 과정(세포 배양)을 소개한다. 2장에서는 실험실에 도착한 세포로 무슨 일을 해내는지 즉 실험실 세포의 활약상을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세포를 눈으로 보는 여러 가지 방법(현미경, 세포 염색, 세포 촬영)을 소개한다. 4장에서는 실험실 세포를 모아 몸으로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오가노이드, 바이오프린팅, 배양육 등)을 설명한다. 마지막 5장에서는 동물(생쥐, 인간)을 이용한 생명과학 연구 즉 in vivo 연구를 설명한다.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었지만 개인적으로 2장이 가장 흥미로웠고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해 2장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in vitro 연구를 위해서는 배양접시 위에 고립된 채로도 끊임없이 분열하는 세포인 불멸화 세포주가 필요하다. 최초의 인간 세포주는 무엇이었을까? 1951년 흑인 여성 헨리에타 랙스의 암 조직에서 유래한 헬라세포다. 헬라세포는 7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생명 현상의 궁금증을 푸는 재료로 활용되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사용됐다는 HEK293 세포. HEK293은 태아(낙태아)의 콩팥세포에 암을 일으키는 종양 유전자를 넣어서 불멸이 된 세포주다. HEK293은 빨리 자라고 형질 주입에 최적화되어 오늘날 복잡한 약품을 만드는 최적의 세포 공장이 되었다(윤리적 비판 있음).


인간 세포는 아니지만 몸을 벗어난 생명 중 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세포인 CHO 세포(햄스터 종의 난소에서 추출한 세포주)도 소개되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한 세포 유래 바이오 의약품 중 70%가 CHO 세포에서 나온다고 한다. CHO 세포가 바이오 산업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줄기세포는 세포를 만드는 세포다. 특히 배아줄기세포는 혈액, 근육, 피부 등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될 수 있는 만능줄기세포다. 오늘날 줄기세포 실험실에서는 iPS 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를 사용한다. iPS 세포는 이름에 나타나 있듯이 백혈구나 피부세포 같은 보통 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 되돌린(‘유도’한) 세포다. 저자는 세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것이라 비유한다.


그럼 이 iPS 세포를 언제, 누가 만들었느냐? 2006년 일본 과학자 야마나카 신야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진짜 기발하다!)으로 줄기세포를 만들어 세상에 공개했다(6년 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우리나라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관련 논문이 조작으로 밝혀진 지 1년 만의 일이다. 야마나카 신야는 황우석 논문 조작 스캔들 때문에 실험이 끝나고도 1년이 지난 후에야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나라 과학자가 아닌 일본 과학자가 훌륭한 업적을 이룬 것에 배가 아프고 속상했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 똑같은 연구를 하지 않기를 바라며 1년간 마음 졸였을 일본 과학자를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저자가 용어 설명에서부터 시작하고 군데군데 적절한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으며, 책에 다양한 그림과 사진이 실려 있어 비전공자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생명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고등학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함). 총 224쪽의 비교적 얇은 두께를 가진 책이지만 내용이 옹골차다. 이 책 한 권으로 실험실 생명과학의 최근 이슈들을 쭉 훑어볼 수 있다. 생명과학에 관심 있는 성인이나 생명과학을 전공하면 무엇을 배우는지 궁금한 학생들에게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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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플루토 출판사(@plutobook16_pub)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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