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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방탈출 - 취미는 돈 주고 갇히기, 특기는 자물쇠 빨리 열기, 제11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오지은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평점 :





방탈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치듯 본 적은 있지만 내겐 낯설고 독특한 취미다. 내 주변에서 방탈출을 취미로 가진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방탈출에 대해서는 제한 시간 내에 여러 인원이 함께 문제를 풀고 자물쇠를 열어 공간을 탈출하는 게임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돈까지 내가며 방에 갇히는 기이한(?) 활동을 취미로 삼다니.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길래?
이 책은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이다. 톡톡 튀는 개성과 발랄함이 느껴지는 젊은 작가님의 글을 읽고 싶었던 것도 이 책을 읽게 된 동기 중 하나였다. 책은 총 세 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각 파트를 ‘방’으로 표현한 것도 재밌다.
첫 번째 방은 ‘왜 돈을 주고 갇히시냐고요’다. 정말 묻고 싶은 질문이다. 작가님은 방탈출이 방에 감금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출구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갇히는 것이 아니라 열어나가는 것이라니. 기막힌 표현이다. 또 작가님은 방탈출을 여행과 비슷한 취미라고 이야기한다. 일상에서 멀어지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 방탈출을 하는 거란다. ‘방탈출은 작은 여행’이라 말하며 방탈출을 ‘영업’한다. 멋진 표현에 점점 더 혹한다.
두 번째 방은 ‘함께 갇히고 싶은 사람들’이고, 세 번째 방은 ‘갇히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처음 ‘인생은 방탈출’이라는 책 제목을 봤을 때 좀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방을 읽어 가면서 책 제목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작가님이 진정 방탈출을 통해 인생을 배웠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읽다가 너무 웃겨서 킥킥대며 웃고 있었는데 어느 틈에 감동과 깊은 깨달음을 주는 대목으로 넘어간다. 작가님은 천생 이야기꾼이 맞다. 테마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없는 방탈출이라는 주제로 책 한 권을 뚝딱 써냈으니 말이다. 참고로, 방탈출 테마는 스포일러에 대해 매우 엄격해 게임을 하기 전 발설 금지 조항이 포함된 서약서를 쓰고 들어간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게 크게 와닿았던 문장들을 아래에 정리해 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테마에서 긴박하게 탈출에 성공하고 난 후로 생각이 달라졌다. 두렵지만 빨리 풀어내자(94쪽).
일상에서 문제를 만났을 때 취미로 즐기는 방탈출처럼 즐겁게 맞이할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120쪽).
확실한 건 모든 문제에 대한 두려움이 좀 더 줄어들었다는 것이다(121쪽).
욕심은 우리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준다. 그러나 어떤 것도 시작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다. 그저 차근차근 조금씩이나마 더 나은 것을 향해 갈 수는 없을까(127쪽).
인생도 방탈출처럼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우선순위를 정해본다(128쪽).
부담감을 가지면 방탈출은 취미가 아닌 괴로움이 되어버린다(133쪽).
즐기고 싶은 마음과 잘하고 싶은 마음, 행복하고 장기적인 방탈출 생활을 위해 두 마음 사이를 잘 조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133쪽).
성공이나 실패가 아니라 무엇이 어땠는지 무엇을 느꼈는지에 따라 다음번에 더 좋은 한 발을 내딛게 된다(134쪽).
문을 닫으면 기존 방의 문은 닫히지만 다음 이야기가 전개된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문이 닫히면 끝나버릴 것 같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열린다(149쪽).
방탈출력이란 모든 부분이 고르게 뛰어날 필요 없이 각자 자신의 개성과 능력을 발휘해 함께 문제를 물리쳐나가면 그만이다(245쪽).
이 문장들은 분명 방탈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인생의 진리를 꿰뚫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건 작가님의 필력이 대단하기도 하고 내가 아직 성숙한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뜻이겠지?
각 방의 마지막에는 방탈출에 대한 가이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읽고 작가님께 영업 당해 방탈출에 도전하고 싶어지신 분들은 이 부분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첫 번째 방 마지막에 ‘방탈출을 이해하기 위한 용어 사전’ 부분을 먼저 읽고 나서 책을 읽으면 이해도가 더 향상될 거라 생각한다.
작가님의 유머와 필력, 특히나 짧은 문장이 돋보였던 책이다.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삶에 대한 나의 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유쾌하면서도 개성 있는 글을 읽으면서 웃음과 재미, 감동, 깨달음을 얻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이다. ‘방을 탈출하며’ 부분(에필로그에 해당)을 읽으면서 왜인지 울컥했던 한 문장을 정리하며 서평을 마무리해 본다.
“이 책을 선택해 주신 독자님에게도 그런 가슴 벅찬 일들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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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김영사(@gimmyoung)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