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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 - 교통지옥에 갇힌 도시생활자의 기쁨과 슬픔
정희원.전현우 지음 / 김영사 / 2024년 5월
평점 :
노년내과 의사이신 정희원 작가님과 교통∙철학 연구자이신 전현우 작가님이 의기투합하여 행복한 도시와 건강한 이동에 대해 쓰신 책이다. 공동 저자 두 분의 조합이 다소 의외(?)라서 관심이 갔다. 건강한 ‘이동’에 대한 이야기라니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지금은 아니지만 몇 해 전 나는 경기 남부에서 서울까지 왕복 3시간 30분 정도를 출퇴근 시간으로 쓴 적이 있었다. 아침에 이미 1시간 40분 정도를 버스나 지하철에 시달린 채로 회사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에너지가 많이 소진됐다. 멍한 상태로 오전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다 보니 퇴근 시간 전까지 계획했던 업무를 다 끝내지 못해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를 떠올리며 무슨 해법이 있을까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총 9가지 주제에 관해 두 저자가 서로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것이다. 책에 ‘편지’라고 명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편지라고 보기에는 내용이 좀 무겁고 어렵다.
[두 번째 편지 – 이동할 권리를 위하여]
이동성과 관련하여 정희원 작가님이 쓰신 글을 읽고 많은 부분을 생각해 보게 됐다. 노년내과 의사선생님이 ‘이동’에 관해 무슨 얘기를 하실지 궁금했는데, 이 두 번째 파트를 보고 책을 쓰신 이유를 알게 됐다. 저자는 의학적 관점에서 사람의 이동성은 삶 그 자체라고 설명한다. 사람의 내재 역량, 즉 내부적 성능 총합이 결국 이동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며 여기에는 신체 기능, 인지 기능, 정서, 감각 기능 등이 모두 관여한다고 한다. 즉, 신체 기능이 정상이더라도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치매) 이동성은 점차 0을 향해 수렴하고, 반대로 (신체 기능 저하로 인한) 이동성 장애를 경험하면 인지 기능에 문제가 없어도 원활한 이동이 어렵다.
이동성 장애는 쉽게 노인이 됐을 때를 떠올려 보면 된다. 책에는 ‘수직 이동’에 불편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이드신 엄마를 떠올렸다. 언제부턴가 대중교통 이용을 몹시 힘들어하셨다. 특히 지하철 이용을 피하셨다. 지체 장애자와 고령자 등 ‘수직 이동’, 즉 계단 이용에 불편함이 있는 사람은 대중교통 이용에서 기본적으로 배제당하는 환경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루 세 시간의 고통’이라는 글에서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소개되어 있다. 출근 소요시간이 긴 사람들은 목적지 도착 시점이 되면 주어진 문서에서 오타를 발견하는 능력도 더 낮았다고 한다. 장거리 통근의 결과로 스트레스가 심해질 뿐 아니라 이미 인지적인 소진이 이루어져 출근 시점의 생산성조차 현저히 낮아진다고 한다. 내가 계속 야근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가 여기 있었다.
대중교통 활용은 신체 활동의 증가와 관련 있으며, 잠재적으로 만성질환에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책에 소개되어 있다. 건강한 성인, 노인, 장애인을 비롯한 한국인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더 나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은 돈이 되지 않겠지만, 길게는 큰돈을 아끼는 일이며, 이동성의 문제는 결국 삶의 문제라고 언급하고 있다.
분야가 다른 두 전문가가 여러가지 관점에서 건강한 이동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제안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 중 상당수가 교통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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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김영사(@gimmyoung)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