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한문 수업 - 고전으로 세상을 잇는 어느 한문번역가의 종횡무진 공부 편력기
임자헌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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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고전에 나오는 한문 문장을 쉽게 풀이해 주는 책인 줄 알았다. 근데 책 제목 옆에 부제를 보니 ‘고전으로 세상을 잇는 어느 한문번역가의 종횡무진 공부 편력기’라 적혀 있다. ‘한문번역가’라는 직업도 생소한데다 ‘공부 편력기’라니. 책 표지에서부터 벌써 궁금증 유발 성공이다.


저자는 직장 생활 중 우연한 계기로 한문을 접하곤 한학의 매력에 빠져 진로를 변경하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한문이란 학문에 입문한 순간부터 현재 한문번역가로 활동하게 되기까지 공부/성장 과정을 유쾌한 문체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책에 한문은 거의 나오지 않으니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저자는 한학에 흥미를 갖고 취미 삼아 공부하던 중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번역원 연수원에 진학한다. 하지만 첫 시험만에 ‘내가 해낼 수 없는 공부’라는 생각에 슬럼프에 빠지고 만다. 1학년 내내 고민하다 한문 공부를 그만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어느 날, 우연히 펼친 <통감절요> 몇 줄이 ‘그냥’ 읽히는 경험을 하고는 한문 공부를 지속하기로 결심한다.


연수원 2~3학년 시기, 저자는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공부하는 방식을 터득해 공부에 집중하면서 한문에 더 깊은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후 저자는 상임연구원 3년 과정을 거쳐 번역위원이 되어 <일성록>,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조선 역사서들을 번역하는데 참여한다. 번역가로 활동하는 와중에 우연찮게 책을 쓰게 되어 작가가 되고, 책 출간을 계기로 강의, 방송 출연까지 하게 된다.


여기서는 저자가 한문번역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짧게 요약했기에 그 과정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책에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어서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저자가 한문을 오래 공부하신 분이라 뭔가 교훈적이지만 딱딱하고 지루한 얘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절대 오산! 작가가 천생 이야기꾼이어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몰입감 있게 쓰고 있다. 예를 들어, 띄어쓰기 없이 빽빽한 문장에 구두점을 찍어가며 힘겹게 번역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내가 시험 보는 사람인양 두근두근 떨리기도 했고, 재미없고 지루한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과거 내 모습을 보는 듯해 피식 웃음도 났다.


물론 하나의 학문을 오랜 기간 연구하신 분인지라 배우고 싶은 점들도 많았다.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도 수업에 결석하지 않고 성실함을 발휘한 점, 저조한 성적을 받았을 때도 낙담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정진한 점, 전문 번역가가 된 이후에도 저자의 글이나 강의를 듣는 이들에게 참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힘닿는 데까지 공부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존경스러운 부분이다.


한문에 입문한 시점부터 번역가로 활동 중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험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저자가 책 47~48, 106~107쪽에서 ‘수험생이 시험을 대할 때 자세’에 대해 언급한 내용에 크게 공감했고, 저자는 책 94, 141쪽에서 ‘한문’번역가에게 필요한 여러가지 자질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다른 외국어 번역가에도 적용 가능한 내용이라 번역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나라에 한문번역가 전문 양성기관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 한문은 정해진 문법이 없다는 점, 번역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중요한 문헌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하게 더 지속적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점 등은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저자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예전에 고리타분한 얘기나 하고 있는 것 같은 고전을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왜 고전이 중요한가 점점 더 깨닫게 된다. 나도 이제 하루에 고전 한 문장, 한자 몇 개라도 꾸준히 공부해 보려 한다.


입시나 자격 시험을 앞두고 공부 중인 학생이나 수험생, 뭔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지만 어떤 연유로든 망설이고 있는 분들, 앞으로 나아가다 어느 순간 벽에 부딪혀 막막함을 느끼고 있는 분들께 이 책이 용기와 위안을 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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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책과이음 출판사(@book_connector)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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