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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 방송국 PD의 살아 있는 인문학
박천기 지음 / 디페랑스 / 2024년 3월
평점 :





가장 가깝지만 먼 존재, 우리와 살을
맞대고 매일매일 투쟁하며 사랑하는 존재인 인간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무지하다. 그래서 니체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이다. 관건은 거리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인간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 〈프롤로그〉에서
KBS에 프로듀서로 입사해 교양, 정보, 다큐멘터리,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박천기 작가님의 책이다. 《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라는 책 제목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포스터에 쓰여진 ‘인간의
마음이란 게 있는가’라는 문장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사람에 대한 글을 쓰고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과학에서 종교,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친 글을 썼지만 결국 이야기의 종착역은 인간의 얼굴이고 마음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의 카테고리상 인문교양서로 분류되어 있다. 인문서를 접하면 일단 어렵겠다는 생각부터 한다. ‘현장의 경험을
담은 생활밀착형 성찰’이라는 책 뒤표지의 문구에 약간 안도하며 목차를 쭉 훑어본다. 챕터의 목차를 살펴보면 여느 인문서들과 마찬가지로 욕망, 철학, 역사, 종교, 죽음 등
추상적이고 무거운 영역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각 챕터를 이루는 에세이들의 제목을 읽다 보니 꽤나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제목들이 더러 있었다. 이를테면 〈타인의 고통은 나의 기쁨〉, 〈자신에게도 진심을 말하지 않는 인간이란 존재〉라는 제목을 보며 ‘나도 혹시 이런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든지, 〈통증은 평등한가, 〈욕(辱)은 또 다른 욕(慾)이다〉, 〈의미는 무의미하다〉 같은 이색적인 제목을 보며 무슨 내용일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것 말이다. 인문교양서의 특성상 다양한 참고문헌에서 발췌된 많은 양의 인용문구들에 압도되는 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완독을 목표로 한다거나 1회독으로 전체 내용을
모두 섭렵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현재 관심 있는 주제나 소화 가능한 내용들만 읽고 넘긴 다음 생각날
때마다 재독할 기회를 갖는다면 분명히 생각의 장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거라 믿는다.
〈우리 그냥 ‘아는 사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으면서 내 핸드폰에 등록된 ‘연락처’ 목록을 살펴보게 됐고, 〈공자(孔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으며 그동안 성인(聖人)이라고 알고 있었던 공자가 벼슬길에 오르려는 목적으로 주유 생활을 했고, 기존 질서를 강조하는 복고주의자이자 엘리트주의자는 사실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당신의 ‘라디오스타’는 누구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읽으면서 학창 시절 라디오를 듣고
자란 세대로서 ‘라디오’라는 매체가 점점 쇠락해 가는 모습에
안타까웠고,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라는 제목의 글 중 “수만
권의 책을 읽어도 그가 실천하지 않은 지성이라면 그것은 윤편의 말처럼 활자가 찍혀 있는 찌꺼기에 불과하다.”라는
문장을 읽은 후 다독에 대한 부담을 떨치고 실천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철학하는 인간〉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으면서 철학은 지적 허영을 위한 장식품이
아니라 삶의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는 문장에 공감했고, 〈나이 듦, 그
쓸쓸함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 중 “우리가 노화 탓으로 돌리는 많은 결점은 결국 인성(人性)의 문제다.”라는 문장에 무릎을 탁 친
후 나이 듦과 화해하면서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됐다.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는
느낌이 충만했다. 저자의 사건이나 일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통합적이면서 합리적이고, 문장이 길지 않고 명쾌하여 독서 시간이 즐거웠다. 근래에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다. 이번 1회독에서는 지금 눈에 띄는 몇 가지만
건졌지만, 두 번째 읽을 때는 또 다른 보물을 발견할 수 있게 되길.
그리고 읽는데서 그치지 않고 점점 더 인간의 마음을 갖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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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신문섭 작가님(@kbtechpos)를 통해 다반 출판사(@davanbook)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