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철학은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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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몰려오니 조심하라 인간들이여!

이렇게 그대가 말할 때,

창조하는 자들은 모두 가혹하다,

이렇게 그대가 가르칠 때,

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날씨의 조짐에 대해 얼마나 조예가 깊은지!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차이와 타자》, 《들뢰즈의 철학》, 《일상의 모험》, 《철학연습》 등의 철학서와 《랭보가 시쓰기를 그만둔 날》, 《우주전쟁 중에 첫사랑》, 《곡면의 힘》 등의 시집을 펴낸 국내 최고의 들뢰즈 사상 연구자이자 시인과 평론가로 활동해온 서강대학교 철학과 서동욱 교수님의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삶에 햇살을 찾아주는 것도, 가뭄 속에 간직된 비 향기를 기억해내는 것도 생각의 노력에서 시작한다라고 언급한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라는 책 제목은 전술한 니체의 철학 소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일부 내용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누군가에게 날씨를 선물로 주는 일기예보 스크립트를, 날씨를 알려줄 뿐 아니라 이미 파산한 이를 위로하며 구제책을 조언하듯 옷을 따뜻하게 입어라, 우산을 잊지 말고 출근하라 말하는 그런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우리는 성숙할 수 있을까>, <세상을 견뎌내기 위하여>, <위안의 말>, <예술과 세월과 그 그림자> 이렇게 총 4부로 이루어져 있고, 각 부는 10개의 에세이들을 포함하고 있다. 순서대로 읽어도 좋지만, 각 에세이는 독립된 주제를 가지고 있어 목차를 보면서 흥미 있는 이야기부터 읽어나가도 좋다. 각 에세이 주제와 관련해 다양한 철학서와 소설, 성서 등에 기재된 문장들을 인용하면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해 나간다. , 죽음, 철학, 예술과 같은 추상적이고 무거운 주제 뿐만 아니라 산책, 혼밥, 쓰레기, 수집, 축제와 같은 일상생활 속 주제에 대해서도 철학적 사유를 녹여내 기술하면서 독자들에게 여태껏 생각해 보지 않았을 법한 화두를 던진다. 철학, 인문학적 소양을 어느 정도 갖춘 상태에서 이 책을 읽으면 책을 통해 더 큰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생활 속 가벼운 문제에 대해서도 색다른 시각을 갖고 생각의 노력을 시작하게 된 점은 큰 수확이다.


책 표지 제목 밑에 부제로 삶을 쓰다듬는 위안의 책이라고 써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어떤 위안을 얻었는가? 몇 가지만 정리해 본다.


p. 177 - 『산책』 중에서

니체는 사상이란 산책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지, 책상 앞에 앉아 책에 몰두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때의 생각이란 걷는 일과 분리된 것이 아니다. 걷는다는 것은 생각함과 몸의 움직임이 일치하는 축복의 체험이다.

시간이 있어도 생각할 시간은 내게 허락하지 않았다. 유튜브나 SNS에 게시된 영상을 보면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마냥 걷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는데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p. 250 - 『느려질 권리』 중에서

느린 속도가 행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감동적인 향기를 얻기 위해선 술이 공기로부터 기적을 훔쳐내는 에어링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술이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 혼자 노력하는 느린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의 더딤, 늦됨을 자책하고 앞으로 치고 나가는 남들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혀 왔는데 느려질 권리가 있다니 내 생각의 굴레에서 해방되는 기분이었다. 느리게 가더라도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행복한 인생이다!


p. 314 - 『죽음을 어떻게 볼 것인가』 중에서

우리가 죽음을 향하기에 삶의 모든 좌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죽음은 단지 모든 것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폭력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능성의 원천일 것이다.

죽음에 대해 두려움이라는 감정만을 느낄 필요는 없다. 진정 모든 변화는 생각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사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일상적인 주제를 다룬 에세이를 포함했다고 하더라도 철학적 색채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여러 번 곱씹으며 읽어야 이해되는 문장도 있었다. 나의 인문학적, 철학적 소양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기도 했을 것이다. 인문학 서적이나 철학서를 좀 접한 이후에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그때는 깨달음의 깊이가 깊어질 것이다. 이번 독서에서는 나 자신의 날씨를 찾기 위해 생각의 노력을 시작한 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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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은 출판사 김영사(@gimmyoung)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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