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역사 - 외환위기부터 인플레이션의 부활까지 경제위기의 생성과 소멸
오건영 지음, 안병현 그림 / 페이지2(page2)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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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경제 공부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던 차에 위기의 역사라는 책 제목이 내 눈길을 끌었다. 외환 위기부터 최근의 인플레이션 위기에 이르기까지 총 네 번의 굵직한 경제 위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고 하니 대략 26년 간의 경제 역사를 돌아보면서 경제 상식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막상 책이 집에 도착했을 때 책의 두께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 요즘과 같은 집중력 상실의 시대에 술술 읽히는 소설도 아니고 경제 서적을 과연 내가 끝까지 읽어낼 수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책의 서문에서 경제 초보자라도 관심을 갖고 읽으려고 한다면 쉽게 따라올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님의 말씀에 안도감을 가지면서 차근히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한국의 IMF 외환 위기(1997~1999), 닷컴 버블 붕괴(2000~2002), 글로벌 금융 위기(2008~2009), 코로나19 사태 및 인플레이션 위기(2020~2023) 이렇게 총 네 가지 경제 위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1997년부터 현재 2023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발생한 위기들인데 1997년에 내가 대학교 3학년 학생이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내가 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사건들이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IMF 외환 위기 때는 경제 주체가 아닌 학생이라서, 닷컴 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경제 문제에 별 관심이 없어서 또는 시장 참여자가 아니라서 이러한 위기들이 얼마나 큰 파괴력과 파급력을 갖고 있었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야 비로소 내가 그동안 얼마나 경제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고 둔감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위기를 각각 하나의 장()으로 구성하고 있고, 하나의 장은 여러 개의 챕터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의 도입부에는 그 챕터에서 다룰 내용이 만화로 표현되어 있고, 각 챕터의 말미에는 그 챕터에서 설명한 내용들이 요약 정리되어 있다. 맨 처음에 만화만 봤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뒤의 설명 부분(작가님은 에세이로 표현하심)을 읽고 요약 정리 부분까지 읽은 후에 다시 만화를 보면 그 챕터의 내용이 간결하게 정리되면서 쏙쏙 이해되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을 때 몇 십 페이지를 쭉 읽고 나면 전에 읽은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거나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각 챕터 초반의 만화와 각 챕터 말미의 요약 정리 부분은 내가 각 챕터의 내용을 정리하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특히 요약 정리 부분).


또 이 책에는 200여개가 넘는 경제 기사가 인용되어 있다. 기본적인 경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경제 기사를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간 경제 신문 읽는 것을 등한시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경제 기사를 단순히 인용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초심자를 위해 인용된 경제 기사의 각 문단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어 기사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더불어 경제 기사를 읽는 안목을 키우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책에는 각각의 위기가 발생하게 다양한 원인,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행해진 여러가지 해결책, 그리고 이러한 위기가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있는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경제 현상이나 원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어렵거나 생소한 경제 용어, 경제 정책 등이 등장하는데 작가님의 탁월한 비유와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다른 책을 참조한다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는 등의 추가적인 노력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소설이나 가벼운 에세이처럼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보니 읽을 때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부분이 많았고, 경제 지식이 부족한 나로서는 환율부분을 공부할 때 헷갈리는 부분이 많아 연습장에 상승/하강 화살표를 그려가며 읽기도 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네 가지 위기에 대한 여러가지 원인과 그 해결책은 그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해서 여기에 간결하게 요약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위의 네 가지 위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 그리고 우리가 금융 시장에 참여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위기는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과도한 낙관론이나 관성(慣性)에 기초하여 안일하게 투자하지 말자! (네 가지 금융위기의 공통점 – ‘장기간의 안정적인 경제 환경 속에서 싹튼 안이함급격한 금융 환경의 변화로부터 발생)

두 번째, 위기는 결국 어떠한 방식으로든 극복되었다(끝나지 않을 것 같은 추락에도 그 끝은 있다). 따라서, 위기에 직면했을 때 (정말 어렵겠지만) 과도한 불안감과 공포심은 금물!


이 책의 말미(에필로그)에 우리가 지금 가져야 할 태도를 사자성어로 표현하고 있다.

거안사위(居安思危) – 편안함에 머물러 있을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많은 경제 상식들을 한꺼번에 이해하느라 두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도 들었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공부다운 공부를 한 듯한 느낌이 들어 뿌듯하기도 했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분명히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시 읽어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과 새롭게 보이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두고두고 여러 번 곱씹어 가며 읽어 이 책에 나온 지식들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다면 경제 준준전문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자께서 서문에 위기에 대해 공부하면서 전체적인 금융 경제 공부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릴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라고 언급하셨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기본적인 경제 용어들도 익히고 조금이나마 경제 지식을 알아가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으니 하루 10분 경제 신문 읽기라도 당장 시작해 봐야겠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처럼 경제 공부를 시작하긴 해야겠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그냥 막연하게 경제 금융은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께 이 책을 권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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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은 페이지2북스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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