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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녀올게요
윤정훈 지음 / 백조 / 2020년 6월
평점 :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넘어 개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
학부모와 교사, 교육 관계자들이 읽어야 할 책. ‘학교 다녀올게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가 아닌 학교 다녀올게요. 는 왠지 건들거리는 느낌이다. 책을 읽어보니 내 예감은 맞았다. 문제아이들의 학교이야기 였다. 처음에는 소설인 줄 알았다.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이런 아이들을 매일 보고 견뎌야하는 선생님과 착한 클래스메이트들은 학교 생활이 끔찍할 것 같았다.
[누구도 좋아하지 않지만 누구는 해야 할 일이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부가 그런 일 중 하나다. ] (7쪽)
출석체크를 꼼꼼히 하려는 선생님을 플라스틱 빗자루로 때리고 욕하는 아이들. 그 장면을 고스란히 촬영해 인터넷에 공개. 가해 학생은 5명이었지만, 1명만 전학 처리 되고, 나머지는 가벼운 징계. 피해 교사는 교육적 지도 차원의 해결을 원한다며 학생들에게 별도의 처벌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합의서를 써준 교사. 나라면 어쨌을까?
맞는 장면을 아이들에게 보여준 나는 교권을 잃었다는 생각에 더이상 교단에 서지 못할 것 같다. 15년 전 대형학원에 근무 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나는 햇병아리강사였고, 모든게 처음이었다. 수준별 클래스였고, 그 중 문제아들로 이루어진 반이 있었다. 항상 담배 냄새가 났고, 염색,화장은 기본이었고, 서로 사귀는 커플도 많았다.그 아이들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려 묵인하고 넘어간 적도 많았다. 바른 말 잘하고 아이들을 카리스마로 휘어잡던 동료 강사가, 이 아이들중 보스 격인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했었나보다. 아이가 동료강사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휘어 잡았다. 동료강사도 나보다 한두살 많을 뿐인 어린 강사였고, 여자였었다. 눈물을 쏟아내던 선생님은 학원을 그만두었고, 그 학생도 학원을 그만두게 했으나, 몇달 뒤 다시 학원에 나왔다가. 다른 학생의 콧뼈를 부러뜨려 퇴원 시켰다. 그 때 나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고시생이었으나, 바로 그만두었다. 나는 정말로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만을 모아 내 학원을 차리겠다는 마음으로 공교육의 끈을 놓아버리고, 사교육으로 눈을 돌렸다. 힘들게 임용고시의 높은 벽을 넘고 나서 이런 아이들을 현장에서 볼 자신이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15년 전 그 사건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예전에도 그랬을지언데 지금은 더 교권이 떨어져있을 학교 현장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학교 다녀올게요’는 현재의 문제학생들의 에피소드들을 작가가 쭉 담담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교권위원회, 학생생활교육위원회,학교폭력자치 위원회(학폭), 경계성 장애아, 촉법 소년 등 티비에서나 보던 이런 단어들이 이 책에 나열되어 있다.
친구의 약점을 발견하고 그걸 놀려먹거나 이용하는 아이,선생님의 약점을 놀려대는 버릇없는 아이. 하지만 이들은 학생부 선생님은 건들지 않는다. 약자를 공격하고 그것을 즐기고 재밌어 하는 이런 모습들은 n번방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버린 사건, 자살의 위험이 있는 학생이야기 , 담임선생님을 종 부르듯이 “이리와 보세요”하는 아이,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진 사건, 학교가 애를 잡는다며 부모의 생각과 선생님의 생각이 달랐던 일 등등. 여러 에피소드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요즘은 선생님 잘 하고 있어요?”
나는 확신에 찬 ‘응’이라고 아직 대답할 수가 없다.
다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력하고 있어.” ] (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