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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화가 ㅣ 파랑새 그림책 85
잔니 로다리 지음, 이현경 옮김, 발레리아 페트로네 그림 / 파랑새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붓 하나, 물감 하나 살 돈 없는 가난한 화가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화가가 된 이야기 <가난한 화가>.
이 책을 7살 아들에게 읽어주려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유치원에 다니고 또래들과 어울려서 그런가 누구는 괌이랑 태국이랑 일본에 갔다왔대 엄마, 나도 코끼리 인형 사오고 싶어. 우린 언제가? 몇 년 있다가? 난 지금 못가서 슬퍼... 이렇게 말하며 진짜 울먹여 나를 난감하게 하는 아들녀석에게 뭔가 가르침을 줄 거라 여겼다. 처음 그림책을 다 보고 나서는
"어라, 이게 아닌데."싶었다. 잔니 로다리는 이 엄마가 기대하는 바를 직접 대놓고 말해주지 않았다.
당연하지, 이건 도덕 교과서가 아니잖아.
대신 알록달록 색깔로, 가난한 화가의 돌돌말려올라간 수염처럼 자못 멋스러운 화법으로 행복은 멀리있지 않고 내 안에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미 우리 아이에게 친구들이 해외여행에서 가져온 기념품따위는 조만간 떠날 여름휴가(국내여행이다) 가방을 미리 싸면서 잊은 지 오래되었다. 다시금 책을 보고나서 아이에게 행복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선풍기 앞에서 뭐라뭐라 속풀이를 해댄다.
"아, 놀고 싶은데, 하나도 못놀았어. 아빠는 이불 미끄럼도 안태워주고, 엄마는 공원에 안데려가고,
다 감기걸려서 나랑 안놀아주면 나는 어떻해...."
하는 짓이 너무 웃겨서 얼른 카메라 가져와 동영상을 찍었다.
내용인 즉 이렇다.
"엄마아빠는 왜, 전망대도 안가고 ..N서울 타워도 안가고..... 어! 어! 그리고 왜 그래! .. "
계속되는 속풀이에 내가 물었다. "그래서 안행복해?"
"아니, 그래도 행복해~"..
지난 주엔 엄마가 아프고, 이번주엔 아빠가 아빠가 아프다고 아이들과 못놀아주고 나들이 약속도 계속 못지켰는데, 아이의 속풀이에서 서운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럴싸한 해외여행가는 것보다도 엄마아빠가 건강해서 함께 이불놀이도 하고 가까이라도 함께 외출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즐거워할텐데 건강을 챙기지 못한 게 참 미안했다. 이것 저것 못해도 그래도 행복하다는 녀석에게 참 고맙고 미안하다... 아이에게 가르침을 주려고 펼친 책이었는데, 오히려 이 엄마에게 일상의 행복을 이야기해준 책이되었다. 잔니 로다리의 <가난한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