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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온다 리쿠라는 작가 이름은 예전부터 익숙했는데,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온다 리쿠의 연작소설 『커피 괴담』을 만나게 되었어요.
책은 “커피 괴담에 잘 오셨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며 네 남자의 괴담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독자를 초대합니다.
사실 표지 그림은 처음엔 무심코 넘겼는데, 나중에 자세히 보고 나서야 “으앗…” 하고 놀라게 되는 포인트가 있더라고요. 시작부터 묘하게 으스스한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밤에는 읽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 펼쳤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 밤늦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어요.
다몬과 그의 친구들, 각자의 분야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네 명의 신사들이 카페에 모여 괴담을 나눕니다. 커피와 괴담이라니, 처음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아서 의아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교토, 진보초, 고베 등 일본 곳곳의 카페를 옮겨 다니며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어느새 푹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책을 읽다 보면 카페 풍경과 커피 향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어느 순간엔 ‘커피와 괴담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거였나?’ 싶은 생각까지 들게 됩니다.
이 책의 괴담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자극적이고 무서운 이야기와는 결이 달라요. 그래서 오히려 더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살면서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법한 데자뷔, 어쩌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상상해보는 도플갱어, 괴담을 나누다 우연히 마주친 할머니가 저녁엔 친구의 할머니로 비보처럼 전해지는 느낌, 버려도 버려도 자꾸만 돌아오는 우산 같은 이야기들.
“으악!” 하고 소리 지르게 만드는 공포라기보다는, 한 번쯤 들어봤고 어쩌면 겪어봤을지도 모를 소소한 이야기들이 도시의 분위기와 커피 향과 섞여 하나의 괴담으로 완성됩니다. 이런 소재들을 이렇게 재미있게 엮어내다니, 왜 온다 리쿠가 ‘노스텔지어의 마법사’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어요. 네 명의 건장한 성인 남성들이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장소에 대한 기억과 잊고 지냈던 추억들이 하나씩 떠오르는 느낌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는 한 카페(혹은 찻집)에서 한 명씩 괴담을 꺼내놓고, 다음 이야기를 위해 또 다른 카페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매번 “커피 괴담에 잘 오셨습니다.”라는 인사로 시작해요. 덕분에 쉬는 타임 없이 단숨에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어요. 괴담이지만 괴담 같지 않고, 그렇다고 전혀 무섭지 않은 것도 아닌 이야기들. 잠시 곱씹어 보면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들이 있어서, 자꾸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