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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가 아들러를 만났을 때 - 금강경으로 배우는 마음 청소법
우뤄취안 지음, 하은지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석가모니와 아들러라니, 이 조합은 대체 어떤 만남일까?’
책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철저히 ‘무아’를 강조하는 불교의 가르침과, 인간관계 속에서 ‘자존감’과 ‘용기’를 강조하는 아들러 심리학이 어떤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두 사상이 생각보다 깊고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었습니다.
저자 우뤄취안은 반야심경을 공부하기 위해 금강경을 연구했다고 합니다. 금강경은 번뇌와 집착을 버리도록 가르치는 수행서로, 실질적인 마음 다스림의 방법을 제시하죠. 요즘처럼 ‘나를 아끼고, 나를 표현하라’는 메시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나를 버려라’는 금강경의 가르침은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 말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지금 같은 시대에야말로 이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저 또한 그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아들러는 인간의 모든 고민은 결국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용기의 심리학’, 즉 자기를 이롭게 하고 남도 함께 이롭게 하는 이타정신입니다. 흥미롭게도 금강경의 핵심 역시 ‘무아와 자비’라는 점에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더군요.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인간의 마음을 바라보는 시선은 닮아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직접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단순히 글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가는 과정이 마치 수행처럼 느껴졌습니다. 필사를 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의 불안도 조금씩 가라앉아요.
이 책은 철학이나 종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물론, 요즘처럼 마음이 복잡하거나 관계에 지쳐 있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금강경의 가르침을 쉽게 풀어주면서도, 아들러의 심리학적 통찰을 함께 담아내어 읽는 내내 ‘마음이 닦이는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읽고 나면 마음속 어딘가가 조금은 비워지고, 조금은 가벼워집니다. 그리고 ‘나를 내려놓는다는 건 결국 더 자유로워진다는 것’임을 조용히 깨닫게 해줍니다. 『석가모니가 아들러를 만났을 때』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마음을 잠시 멈추게 해주는, 따뜻한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