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크로노스 > Human Future - 복제인간 문제를 잘 지적해 준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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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Future - 부자의 유전자 가난한 자의 유전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송정화 옮김, 최준명 감역 / 한국경제신문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유전자 조작은 많은 윤리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그 논쟁이 뜨겁다. 특별히 이 문제는 과학과 종교의 극단적인 대립 하에서 찬반 양론이 진행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즉 유전자 조작과 관련된 기술은 미래 과학의 혁명이요, 인류 발전의 중요한 요소라고 보는 입장과 그 자체가 신의 창조에 대한 도전이요, 인간성 상실의 기본이라고 보는 입장의 대립 말이다. 그래서 과학들은 유전자 조작을 찬성하고 종교인들은 그것을 반대하는 것과 같은 인상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런 대립된 이데올로기 논쟁과 같은 현상을 한 꺼풀 벗기고, 유전자 시대가 인류 사회에 끼칠 진정한 결과는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려해 본 사람들이라면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찰하는 예지력을 가지고 이런 상황들을 전반적으로 집어줄 선각자의 필요성을 통감하게 된다. 그런데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 있다. 바로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Human Future'가 그것이다.
90년대 초 '역사의 종말'을 통해 이미 냉전 체제의 몰락이 주는 사회학적 의미를 분석하고 자유 민주주의의 생존의 역사적 당위성을 지적했던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지만, '과학과 기술이 계속 발전하는 한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고 재선언하면서, 유전자 시대로 인해 파생되고 있는 끝나지 않은 인류의 역사를 분석하고 있다.
후쿠야마는 유전공학으로 인해 미치게 될 인간 본성의 상실과 그로 인한 자유주의의 파괴를 정치 사회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것이 다소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공학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순히 종교적이고 다소 철학적인 사고의 틀 속에서 머무는 데 비해 그의 역사주의적 사회 통찰력은 이 문제를 새로운 각도로 조망해 볼 수 있는 충분한 사색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는 인간에게 공통된 인간 본성이 있다고 보았다. 뇌과학과 신경정신학이 지난 4세기 동안 그 문제에 대해서 씨름해 오면서 내린 결론을 나름대로 재분석하면서 후쿠야마는 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지적한다. 따라서 유전공학으로 인한 유전자 조작의 시대는 결국 반자유주의적 포스트 휴먼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그의 책을 통해 독자들은 유전공학으로 인해 도래할 '인간의 미래'에 대한 나름대로의 그림을 조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핵심과 관련된 한 관점(정치 사회적 관점)을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과 더불어 개인의 철학과 윤리관에 비추어 유전공학에 대한 개인적 결론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여전히 유전자 조작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는 두 상반된 주장 속에서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개개인의 결단 역시 구체화될 수 없다. 그러나 후쿠야마의 통찰력을 빌어 본다면,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을까?
후쿠야마는 이 책에서 국가적, 세계적 규제를 통한 적절한 조정 만이 포스트 휴먼 시대에 인간의 본성이 상실되지 않고, 참된 자유를 경험하면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결론은 이 문제와 관련된 그의 폭넓은 사회적 이해에 비추어 볼 때 너무 단순하고, 초라한 것이다. 아마도 그는 결론 마저도 정치적으로 내릴 수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미래를 과거로부터 역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힐 수 있는 그의 지식적 활동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