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심장부에서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누군가가 인터넷에 이제는 고인이 되신 박완서 선생님의 '내 생애의 밑줄'이란 글을 발췌해 올린 것을 보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작가로서의 새로운 다짐으로 남의 책에 밑줄을 절대로 안치는 버릇을 고쳐야겠다고 적으셨다.   

  알라딘 신간평가단으로 활동을 통해 얻은 좋은점하나가 내가 지금 읽고있는 책이 '내 책'이라는 점이다. 항상 그동안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읽었기에 밑줄을 치지 않고 공책이나 컴퓨터에 옮겨적어두는 것도 극히 일부에 제한하는 독서활동을 해왔다. 그런데 '나라의 심장부'에서는 내 생애 가장 많은 밑줄을 치게 된 책이 되었다. 한 손에 샤프를 쥐고 있지 않을 수 없는, 까딱하면 스쳐지나갈 문장들을 체크해두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문장들로 빼곡한 책이었다.   

  일기형식으로 숫자를 써내려가며 구분한 마그다의 이야기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과 오정희의 어둠을 집을 떠올리게 했다. 어둠과 독백,깊은 우울과 한계, 정체성 그리고 여자,무엇보다 여자라는 점에서 그들은 분명히 일부 같은 색을 띄고 있었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공상인지 쉽게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무엇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경우는 이 모든 것이 현실을 반영했다 하더라도 '소설'이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 여자 마그다의 삶은 얼마나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기괴한 모습의 것이었는지 그녀 스스로 묘사한 자신의 모습보다 훨씬 울퉁불퉁하고 날카롭고 메마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내 마음을 깊숙히 찔러왔다. 열두살 먹은 소년 피트에게 "너 이것 해봤니?"라고 묻는 마그다의 대사에서 찌름은 절정에 다다르고 그녀는 홀로 외로히 사막에 남아 점으로 사라졌다. 

  사실 처음 나라의 심장부를 읽어갈 때는 친숙하지 않은 문체와 형식이 다소 어렵고 낯설게 다가왔었다. 그리고 지나친 번역투의 문장들이라 생각하여 한동안 책을 펼치지 않게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옮긴이의 말까지 정독한 후엔 작품과 쿳시란 작가에 대한 옮긴이의 애저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의 미학일까. 배경설명도 작품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지만 난 '적어도'로 시작하는 몇 번에 걸쳐 나오는 문장에서 옮긴이의 애정을 느꼈고 다시금 원작가와 번역가의 능력에 감탄했다. 특히 석양을 묘사하는 여러가지 색의 나열은 단순하고 간단한 듯 하면서도 눈 앞에 아프리카의 대지와 태양의 모습을 선명히 그려내주었다. 아프리카가 무섭게 느껴진 것은 처음일정도로 사막과 시골생활에 대한 묘사는 섬뜩함을 담아내주는 문장이었다. 책을 다 읽고 리뷰도 마지막에 다다른 이 시점에도 과연 내가 이 책에 대해 논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적어도 나에겐'이란 말을 방패삼아가며 이야기를 마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