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유죄 -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여성을 위한 변론
김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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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과 친한 사람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모두 추천해주고 싶은 페미니즘 입문서이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있는데

1부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는 디지털성범죄와 미투, 직장 내 성희롱, 미성년자 성매매, n번방 사건에 대해,

2부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들리는 비명>은 가정내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호주제, 배드파더스에 대해,

3부 <‘도구’로만 존재하는 여성의 자궁>은 낙태죄와 미혼모에 대해,

4부 <용서받은 자들 뒤에 용서한 적 없는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와 군대 내 성차별과 성폭력, 여성 노동자에 대해 다루고 있다.


목차만 봐도 호기심이 동하게 하는 이 책은 역시나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는데, 불합리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항상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겠다고 다짐했다.


아, 테스형은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한적이 없다는데요!


김수정 변호사님의 행보에 무한 지지와 응원을 보냅니다.



여성들의 싸움은 돌을 굴려 정상에 올려놔도 내일 다시 굴리기를 반복해야 하는 시지프스의 절망과는 다른 것이다. 같은 싸움이 반복되는 같아도 같은 싸움은 없다. 포기하지 않은 싸움에는 한발 전진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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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도키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9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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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눈물, 스릴과 미스터리, SF와 추리 모두를 집대성한 이야기꾼 히가시노게이고의 <도키오>가 <아들 도키오>로 새 옷을 입었다.

전부터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최소 중박 이상은 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는데, 호불호가 뚜렷한 추리/미스터리 소설 분야에서 이만한 찬사가 어디 있을까 싶다.

또 그만큼 믿고 보는 작가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역시 <아들 도키오>도 그런 내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471 페이지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쉽게도 개정 전 번역본을 읽어보지 못해서 번역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비교해볼 수 없었지만, 그야말로 ‘후루룩’ 읽혔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아들 도키오>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많이 닮아있다.

누군가는 <나미야...> 이후로 그의 작품을 읽지 않게 되었다고 하는데, 아마 ‘추리’라는 정통(?) 플롯에서 벗어나 ‘사랑’, ‘가족’, ‘훈훈’, ‘감동’이 가득 담긴 그의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진 탓일 것이다.

그러나 정통 추리를 주제로 했든, 사랑을 주제로 했든, 그가 독자를 사로잡는 타고난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도키오라면, 도키오처럼 내가 태어나기 전의 과거로 돌아가 부모님을 만난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 문장부터 나를 울컥하게 만든 마지막 문장까지, 정말이지 가장 따뜻한 히가시노 게이고를 만나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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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제주 해녀들. 리포터가 묻는다. "물에 올라오면 그렇게 허리가 아픈데 어떻게 바다 일을 하시나요?" 늙은 해녀가 말한다. "물질을 사람 힘으로 하는가. 물 힘으로 하는 거지......" 위기란 무엇일까. 그건 힘이 소진된 상태가 아니다. 그건 힘이 농축된 또 하나의 상태 이다. 위기가 찬스로 반전되는 건 이 힘들의 발굴과 그것의 소용이다. 나는 아직 그걸 모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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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소설 공간은 둘이다. 하나는 생의 공간. 이 공간은 점점 더 수축하고 그 끝에 침대가 있다. 이 침대보다 더 작은 공간이 관이다. 또 하나의 공간은 추억의 공간. 이 공간은 생의 공간이 수축할수록 점점 더 확장되어서 마침내 하나의 우주를 연다. 그것이 회상의 공간이고 소설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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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너무 무거운 건 이미 지나가서 무게도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너무 가벼운 것 또한 아직 오지 않아서 무게 없는 것들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다. 모두가 마음이 제 무게를 잃어서였다. 제 무게를 찾으면 마음은 관대해지고 관대하면 당당해진다. 지나가는 것들을 지나가도록 놓아주고 지금 여기 있는 것들을 있는 모양대로 받아들이고 다가오는 것들도 무심하고 담담하게 맞이 한다. 지금 깊은 밤 턱 괴고 앉은 마음이 일어날 줄 모르는 건 이 당당함이 너무 좋아서이다. 하기야 밤이야 아무리 깊은들 어떠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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