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 영 케어러와 홈 닥터, 각자도생 사회에서 상호의존의 세계를 상상하다
조기현.홍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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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관계를돌봄이라부를때

돌봄 : 건강 여부를 막론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거나 증진하고, 건강의 회복을 돕는 행위

네이버 어학사전에서 정의한 돌봄의 뜻이다. 정의에는 건강 여부를 막론한다 하지만, 돌봄을 생각하면 중장년이거나 주부의 여성들이 아프거나 약한 가족들을 돕는 행위, 요양원이나 의료 시설의 거동이 어렵거나 인지저하가 온 나이 든 어른들을 돌보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실제로도 많은 돌봄 노동은 여성들이 주로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에 나오는 돌봄의 주체는 건장한 남성들이다.
스무 살 때 아버지가 쓰러져 젊은 보호자(영 케어러)가 된 돌봄 청년 커뮤니티 n 인분 대표이자 돌봄의 상황을 책으로 써서 동력을 주고자 한 조기현 작가와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병원이 아닌 집으로 방문하며 치료하는 홍종원 홈닥터의 '돌봄'에 대해 각자가 목격하고 경험한 생생한 돌봄의 현장을 김경훈 편집자의 진행하에 함께 대담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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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돌봄을 말한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돌봄 필요 증가, 코로나 팬데믹이 드러낸 돌봄 공백은 돌봄을 한국 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만들었다. 이런 논의들은 대개 간병비 지원, 돌봄 노동자의 처우 보장 등의 제도 개선과 서비스 확충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이것들이 정말 위기의 돌봄을 구할 수 있을까?
_출판사 책 소개 중

모두가 말하는 돌봄의 관계와 필요에 대해 왜?(Why)라는 질문에서 어떻게(How) 돌봄이 길이 될지 총 다섯 번의 대화를 거쳐 위기의 돌봄을 구할 수 있는 좋은 방법들을 고민하고 모색한다.

현재 한국의 '돌봄' 환경은 주로 여성에게 치우쳐 있고, 정상가족(부모와 자식)의 구성 안에서 돌봄 받음이 당연하다는 의식과 함께 돌봄 행위는 그 노력과 필요성에 비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돌봄을 행하는 노동자들에게 행해지는 부당한 처우와 환경은 물론, 돌봄을 받는 입장에서도 24시간 온전한 돌봄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어느샌가 돌봄은 돈벌이가 되는 효율의 논리에 의해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로 혹은 보상받지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관계로 전락되었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건 사전의 정의처럼 누군가를 '돕는' 행위이고, 서로의 관계가 이해되어야 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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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노동자는 값싼 가사도우미가 아니라 집 안에 칩거하느라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아픈 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버팀목이다.'_p12

'돌봄이 결국 취약함에 응답하는 것이라면, 저는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 또한 내면의 취약함을 가진, 그래서 응답해야 할 타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봐요.'_p67

'돌봄은 관계성을 기반으로 해요. 때로는 내가 누군가에게 의존하기도 하고, 남이 나에게 의존하기도 하죠...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 이게 돌봄을 이해하는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_p69

돌봄은 개인과 가족의 사적 영역을 벗어나 존중과 배려, 관심과 신뢰를 가진 사회의 책임 아래 결여되지 않고, 혐오하지 않고 환대할 수 있어야 한다.

책을 읽으며 생각대로 되기만 하면 너무 좋을 이야기지만, 현실로 해결하기에 전체를 흔들어 고쳐야 하는 큰 문제들을 떠올리니 눈 앞이 아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타인도 돌볼 줄 아는 힘이야말로 미래를 잘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홍종원 작가가 책 대담 뒷면에 이야기 한 미래인지 감수성에 공감했다.

'기후 위기 같은 것에 대응하는 일은 우리가 각자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자신을 돌보고 이웃을 돌보고 서로를 돌보는 그런 힘을 가지는 게 필요하고, 어떻게 보면 그게 미래인지 감수성이라고도 생각하거든요.'_p323

돌봄을 이야기할수록 사회 전체를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며, 그러기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책이었다. 서로의 돌봄의 고쳐쓰기를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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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살림 일력 365 - 일상을 돌보는 다정한 시간
정이숙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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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오전의 살림탐구 책으로 살림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어요. 제철 식재료, 정리정돈, 살림팁, 건강한 살림법 등 일력 넘기며 올해 살림 잘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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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6 - 볼라뇨 20주기 특별합본판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송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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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라는 말도 무색할만큼. 모든 것이 아름다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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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페이지 저자, 송섬별 역자 / 반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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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보이

근래 읽고 있고, 마음을 움직이는 에세이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사회적인 메시지가 있는 이야기들이다. 페이지보이도 그러하다. 엘리엇 페이지. 엘렌 페이지 이름으로 영화 주노에서 배가 볼록한 아기를 가진 소녀의 포스터가 생각이 나고, 영화 인셉션에서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2014년 커밍아웃을 하고, 2020년 트랜스젠더로 또다시 커밍아웃을 했을 때에도, 있을 수 있는 일 특히나 헐리우드에서는. 이라며 크게 놀라지 않았던 기억도 떠올랐다.

가십의 일부로 나와는 관계없는 먼 나라의 먼 사람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혐오의 시선은 없었지만, 나와 다른 세상에 있는 그 사람들의 삶과 사랑이 호기심의 대상이기는 했었다. 어떤 마음이고, 느낌일까 정도의 얕은 호기심.

엘리엇이 스스로를 알게 된 건 네 살 때라고 말한다.
‘나는 내가 여자가 아니라는 걸 애초부터 알았다. 의식적으로 안 게 아니라,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의미에서였다. 그 감각은 내가 가진 가장 오래된, 그리고 선명한 기억 중 하나다. (35쪽)

여자의 몸으로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을 가늠할 순 없지만, 책에 토로한 그의 가장 많은 말들이 공포, 공황, 가혹, 외로움, 괴로움, 고통. 더 이상 부정적일 수 없이 부정적인 감정들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아무것도 모르면서 얕은 호기심에 그들의 삶을 구경하고 싶었던 마음이 부끄럽고 미안함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고의가 아니더라도 이런 시선조차 상처가 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회에서 엘리엇과 또 다른 엘리엇들은 숨 쉴 수 없이 힘든 삶들을 살아가고 있었다.

다른 LGBTQ+와 다르게 사람들 앞에 드러내야 하는 배우로 엘리엇은 개인의 삶에서 하고 있는 연기를 스크린 앞에서 또 하는 압박과 영화계에서 추방될 수 있는 두려움과 우울 속에서 고통스러워했다. 스스로를 수치스러워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두려워했던 그가 용기 내어 자신을 밝힐 수 있었던 건 살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도저히 언어를 찾을 수 없었지만, 찾았다. 마치 그 말들이 스스로 내 몸속에서 꿈틀꿈틀 대다가 쏟아져 나온 것만 같았다. 내 몸은, 내 몸속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다. 무언가가 바뀌었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안 되는 것이었다. 죽기 아니면 살기의 문제였다.(291쪽)
그리고 그는 커밍아웃을 했다.

그는 그동안 몸에 찰싹 붙게 입었던 원피스 수영복과 스포츠 브라를 벗어버리고, 가슴 제거 수술을 한 상처를 드러내 보이며 웃고 있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그를 옥죄고 있었던 모든 것들을 벗어난 기쁨일까? 활짝 웃는 미소가 아름다웠고 안심이 되었다.

‘나’. 세상에 하나의 우주인 나,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데, 이토록 많은 용기와 시간과 고통이 따랐다. 나라는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고, 증명해야 했다. 어쩌면 또 다른 엘리엇들에 비해 그는 많은 운이 따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자리에 있기에 개인적인 의무감과 사회적인 책임감을 느끼며 용기 있게 세상에 나왔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기꺼이 누구나 사랑을 경험하고,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엘리엇 페이지의 용기 있는 고백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모두의 아름다운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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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혜 문학관
박선경 지음 / 아무책방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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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실존 인물 같았던 민족 시인 정명혜. 그녀의 탄생은 다산 선생과 연암 선생의 후손이 교류하면 어땠을까 하는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되었다. 일제 식민지하의 민족 시인 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어우러져 허구인지 알고도 인물들의 심리적 묘사나 배경을 그리는 문장에서 진짜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였다. 시를 쓰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식민지 조선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 순종과 가정적, 헌신적- 을 숨기고, 신여성으로 당당하고자 하였으나 앞으로는 나아가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에서도 그녀는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이 시대에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하는가? 글만 써도 되는가?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나는 무람없이 산문을 쓰고 시를 쓰고 영어를 가르쳤다. 내가 글을 짓는 행위는 나를 짓는 일이다. 글을 쓰며 나는 나를 찾고 싶었다’.(16면)

순종과 정절과 체면을 위해 살아있으나 죽어 있는 상태로 조국의 독립을 꿈꾸는 민족 시인이자, 절개 있는 부인으로 거듭나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영웅적 예술적 명성은 얻었으나, 현실은 죽은 채로 일본인의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정명혜. 친구 윤희진과의 우정과 최우식과의 어지럽게 얽힌 사랑 이야기는 할리우드에서나 볼법한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파격적이기도 하였다. 작가의 상상력은 이렇게까지 멀리 퍼져 생각지 못한 뻔하지 않은 전개로 글의 재미를 주었다. 1부, 2부로 나뉘어 인물별로 구성된 이야기의 전개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주인공인 정명혜의 주변 인물들이 하나의 꼭지 끝이 서로 이어져 새로운 방향으로 사건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점이 영화의 장면 장면을 넘기는 것 같이 생동감 있었다. 1부와 2부는 정명혜의 죽음 전후로 나어져 있는데, 2부의 사후 정명혜 문학관을 세우는 내용에서 나온 새로운 인물인 현대의 해진과 유림의 등장은 처음엔 다소 개연성이 없는 것 같았지만, 명혜의 진실을 찾고 진실을 묻는. 그래서 과연 진실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알고자 하는 진실은 정말 진실인지 혹은 정말 그 진실을 마주하였을 때 감당할 수 있는지를 묻는 데에 적합한 인물들이었다.

기록상의 사람들에게 공개된 명혜는 남편과 함께 글을 쓰고 독립을 염원하며 죽음을 맞이한 민족 시인이었지만, 현실의 명혜는 살아 있음에도 이미 남편의 죽음과 함께 묻힌 사람으로, 제 이름을 가지고 살지 못하고, 한 아이의 어미로 아이를 그리워하며 함께 하지 못하는 마음을 편지로 남기며 생을 쓸쓸히 마무리하였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진실에 양심을 들이밀 필요가 있을까. 진짜가 아닌 삶을 제조해내는 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이 되었다.(309면)

진실은 소수의 관계자들에게 은폐된 채 어쩌면 사람들이 기억하고 싶은 정명혜로 공개되었지만, 명혜를 좇아 찾아다니던 해진만은 빛나지 않고, 가치 없다 여긴 그녀의 진실을 찾아가는 결말을 보여준다.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이기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 자아와 사회의 고민이기도, 여자로서의 정체성과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진실이란 과연 무엇인가 묻는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여운이 남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과연 제대로 된 진실일까? 진실이고 싶은 우리의 허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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