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지식 동물원 : 환경 ㅣ 신비한 지식 시리즈
김일옥.지식나무교사모임 지음, 손수정 그림 / 그린애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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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 책 뭐야? 재미있어 보이는데, 나 읽어봐도 돼?" 식탁 위에 놓인 책을 보고 초등 딸아이가 물어본다. "응, 엄마도 보려고 꺼내 놓은 거야. 먼저 봐도 돼." "응~" 하고 소파로 가져간다.
그린애플 출판사에서 어린이를 위한 환경 교양서 <신비한 지식 동물원> 신간이 나와 막 받아본 참이었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이를 보며,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이래. 환경에 대한 내용으로." "응, 그런데 그리스 로마 신화 가이아님이랑 제피로스도 나오네. 탄소 발자국! 학교에서 선생님이랑 수업 시간에 배운 적 있는데, 그 내용도 나와 엄마" "탄소발자국도 학교에서 배우는구나?" "응, 자동차를 타거나 물건을 많이 쓰고 버리면 탄소가 많이 발생해서 발자국이 생기는데, 발자국이 많아지면 지구가 온도가 올라가서 줄여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내가 가까운 곳은 차 타지 말고 걸어가거나 자전거 타고 가자고 하는 거라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책에서 발견하고 어깨 힘 가득 주며 설명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이후에 외출하는 지하철에도 가져가 틈틈이 읽더니, 드디어 다 읽었단다. 읽은 소감을 한 번 이야기해 줄 수 있냐 하니, "우선 그림 표지가 예뻐서 보자마자 보고 싶었어. 그런데, 엄마. 있잖아. 이 책 그림 그린 작가님이 <수상한 이어폰> 그림 작가님이랑 같은 거 있지? 어쩐지 그림이 익숙했다니까?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 신들이 나와서 주인공 지호를 도와주는 것도 재미있었어. 지난번에 엄마랑 수업한 책 <바다거북이 코에 빨대가 꽃혀있습니다>에서 본 것 같이 바다거북이가 미세 플라스틱이랑 플랑크톤 냄새가 비슷해서 먹고 아파하는 거랑 쓰레기 섬도 나와서 마음이 아팠어. 그리고, 지난번에 나무 심으러 갔을 때, 공원에 아카시아 나무 엄청 많아서 냄새 정말 좋았는데, 꿀벌이 안 보인다고 했잖아? 꿀벌도 멸종 위기에 있대." "아이구~ 그림만 보는 줄 알았더니, 제법 읽었나 본데?" "끝까지 다 읽었다고~^^" "잘했다. 잘했어~ 맞아. 사람들이 자연을 너무 함부로 대해서 동물들이 괴로워하고, 우리도 위기에 놓여있지.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냐?" 물으니, "가까운 곳은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가고, 쓰레기도 줄이고, 아껴 쓰고, 일회용품도 쓰지 말아야지." 말하며 씩 웃는 딸아이 특유의 웃음이 너무 예뻐 꼭 안아주었다.

환경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하려면 으레 딱딱하고 어렵게만 여겨졌었다. 아이들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수업을 하면서도 환경 주제로 재미있기는 쉽지만은 않다. 인류세, 탄소발자국, 기후 위기, 생물 다양성 등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자료를 찾고 책들을 선별해야 했고, 내용은 딱딱했다. 그런데 이번<신비한 지식 동물원> 환경 편 책 한 권으로 환경에 대한 여러 개념들을 어린이들이 좋아할 신화적 캐릭터와 몬스터 스토리로 재미있게 풀어내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재미와 함께 환경 교과서 개념 정리와 돋보기 코너를 추가하여 필요한 지식들을 요약정리해서 보기 좋게 넣고, 초등 3학년~6학년에 이르기까지 교과 연계가 되어 있어 딸아이의 말처럼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한번 책에서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이 한 권을 토대로 여러 차시 환경 수업 커리큘럼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알찬 내용 구성과 그린애플 북클럽 카페에서 책의 독후 활동을 위한 자료도 공유해서 활용할 수 있는 점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기후 위기 시대,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환경의 여러 개념과 지식들을 전해주고, '어린이를 위한 새로운 환경 교양서'라는 타이틀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신비한 지식 동물원> 환경 편을 가정에서 학교에서 모두 읽고, 지구와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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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 노년의 심리를 이해하는 112개 키워드
사토 신이치 지음, 우윤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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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씨지금무슨생각하세요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는 뉴스를 보았다.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사회를 초고령 사회라 일컫는다.

<고령자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를 쓴 저자 사토 신이치는 45년 전 1980년대부터 노인들의 심리를 공부하고자 대학의 심리학과에 입학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는 유아, 아동에 관한 강의와 연구가 대부분이었기에 독자적으로 노인에 대한 연구를 고집하고 졸업 논문 또한 노인에 관한 것으로 선정했다. 그때 동급생이 한 말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미래가 없는 노인에 대한 연구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그 말을 들었을 때 아이도 나도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인데 미래를 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것은 어린이, 젊은이, 노인 모두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후 대학원에 가서 노년 심리학 연구를 하며 일본 사회가 고령화로 향하는 시대적 변화 속에 현재까지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책의 글머리 속에 나온 이야기인데, 나 또한 '미래가 없는 노인'이라는 말을 읽는 순간 왜 노인에게 미래가 없다고 하지?라며 반감이 일었다는 것이다. 저 말을 했던 당시가 1980년대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현재는 100세 시대, 120세 시대에 이르기에 노인이라는 말에 대해도 새로운 명명이 필요해 보이며, 젊은이만큼 더 많은 미래가 있다는 걸 그때 그 동급생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현재는 예전 나이에 x 0.8을 해야 예전 나이와 같다고 한다. 그것을 적용해 보면 현재 나는 30 중반의 아주 에너지 넘치고 호기심과 도전 의식이 넘치는 청년밖에 되지 않았음을.
(써 놓고 흐뭇한 거 보니, 나이가 먹긴 먹은 모양이다.)

하여 '노인'이 아니라 '고령자씨'로 재명명을 하고 책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실제 노년에 대해 고령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실제로 우리가 노인이라고 불렀을 상당수의 고령자 대부분은 여전히 육체적으로 인지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으며, 젊은 시절보다 육체적인 면에서 쇠약해져 가나 고령기에 이르러 더욱더 발휘되는 능력들도 있다. 70,80대가 되어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도전하며 쇠퇴하지 않고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노화와 성장이 표리일체의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안다고 하지만, 사실 잘 알지 못하거나 아직은 관심이 없을 수 있고, 때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행동과 말들, 불안한 모습들을 보이기도 하는 고령자의 심리에 대해 112개의 키워드로 5부에 걸쳐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가까이는 부모님이나 나이 들고 있는 가족, 나에 대해 아는 시간이 되고, 앞으로 함께 마주해야 할 이웃들을 이해하고 고령사회로 들어가며 마주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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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 세월호참사 10년, 약속의 자리를 지킨 피해자와 연대자 이야기
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 기획, 박내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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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힘이세지

10년이 지났다. 2014년 4월 16일 둘째를 9개월째 품고 있을 때,
외출길에 마주한 긴급 뉴스. 커다란 배가 침몰하고 있었고, 어떡해 하며 마음을 졸이고, 전원 구조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하고, 볼일을 보았다. 하지만, 그 기적 같은 이야기가 오보였음을.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핸드폰을 붙잡고, TV를 켜놓고 제발 살아돌아오길 울며 기도했다. 안타까움과 가라앉는 배를 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울며 기도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은 미안함. 안타까움이라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아픔이 우리 모두에게 새겨진 날.

10년이 지난 지금도 4월이 되면 그날이 떠오른다. 바다에 잠겼던 세월호는 뭍에 나와 있지만, 여전히 참사의 진상은 규명되지 않았고, 또 다른 참사들이 잇달았다. 그럼에도 자신과 같은 비극을 겪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의 피해자 유가족과 생환자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글로, 그림으로, 극, 영화, 노래 등 문화적인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사람들이 있으며, 봉사를 통해 아프고 지친 이웃들을 보듬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삶이 '기억의 공간'을 중심으로 여기에 모여있다.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책은 세월호 참사 10주기 사업으로 기획되어 오마이뉴스에 2023년 12월부터 2024년 2월 중순까지 '세월호 참사 10년의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두 달 보름간 연재한 글을 묶고 다듬은 것이다.

목포신항만에 7년째 세월호는 인양되어 정박되어 있지만, 정권이 바뀐 지금은 붕괴 위험이 있단 이유로 출입조차 통제되어 있다. 인양된 세월호에서 희생자의 흔적과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자료들조차 그간 정부가 아닌 유가족들이 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시간이 10년이 흘렀고, 희생자와 그 가족들은 남고, 관계자들은 무죄에 형량 없음으로 풀려나 없었다.

인천가족공원에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이 있었다는 사실 또한 책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단원고 학생들의 수많은 안타까운 죽음에 일반인 희생자는 뭉뚱그려 기억하거나 존재 자체를 잊고 있지 않았나.

가방에 멘 노란 리본이 어쩌면 양승미씨가 만들어주신 것일 수도 있겠다.

"저는 평범한 주부예요. 노란 리본을 10년 동안 만들었어요."-P149 양승미

손이라도 보태려고 시작한 노란 리본 만드는 일이 벌써 10년이 되었다. 안양에서 처음에는 일주일에 사흘, 그다음은 거의 매일을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을 오갔다. 그렇게 만든 리본은 뉴욕, 호주, 캐나다로 이국에서 추모하는 이들의 가슴에도 매달려 빛을 내었다.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책을 읽는 중 북토크 소식을 들었다.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덜지 못하더라도, 매번 집회에 나가지 못했지만, 찾아가지도 못했지만, 노란 리본을 가방에 달고, 읽고, 보고, 기록하며 간절한 작은 힘을 보태고 싶었다. 그렇게 50 여명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그날을 기억하고, 가슴에 담았다. 북토크 중에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지만, 세월호 글자만 알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질문이 있었다.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고 신정임 저자가 답해주었다.
이 간절한 마음들이 가닿아 모두가 꿈꾸는 안전한 세상이 되길.

잊지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기억은 힘이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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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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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산타인 한 소녀가 있다. 크리스마스 즈음은 물론 언제나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선물을 전해주는 엄마는 늘 바쁘다. 내가 학교에서 언제 발표회를 하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알지도 못할 만큼.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려 해도 선물 상자들 때문에 안된다 하고, 놀러 가자고 해도 다음에 라고만 하기 일쑤이다. 요즘 친구들은 산타를 믿지 않아서 일본에서는 산타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엄마의 이야기에 산타가 없어지면, 엄마는 한가해져서 나랑 놀아주고 사랑해 주려나? 은근히 기대하는 작은 어린 나를 본다.
나는 외롭고, 쓸쓸하고, 서운하고, 속상하다.

아이들과 책 수업하던 <허둥지둥 산타가족>의 내용의 일부이다. 교재로 편집해 읽어서 뒤 내용을 아직 모른다. 나와 엄마는 서로 서운하고 미안한 마음을 이해하고 화해를 했겠지?

수업 준비를 하려 책을 읽고, 교재 내용을 살피며 원도를 떠올렸다. 책을 읽다 덮어도 생각나는 사람. 원도. 혼자 두고 싶지 않아 다시금 책을 펴고 끝까지 찬찬히 그를 읽어 내려갔다.

세상 모든 게 궁금하고 질문이 많았던 아이 원도. 수많은 질문 만큼 수많은 대답을 거절당한 원도. 엄마가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니었던 아이 원도. 하지만 다른 아이들과 노인들을 살피느라 있지만 곁에 늘 없었던 어머니.
만족스럽다 한 마디를 남기고 원도 눈앞에서 죽어버린 아버지와
엄격한 규율과 냉정한 태도로 원도를 바라본 살아있는 새아버지.
그리고 어느 날 원도의 인생에 불청객으로 나타난 장민석. 원도가 있어야 할 가져야 할 모든 것을 빼앗은(빼앗겼다 생각한) 원도의 삶의 이유이자 죽음의 이유가 되었던 그. 원도는 혼자였다.

삶의 고비고비를 넘어 죽음을 실패하고 모든 걸 잃고 홀로 찬 겨울밤 피를 토하며 걷는다.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지만, 일어나 걷고 또 걸으며 묻는다.

왜 사는가.
이것은 원도의 질문이 아니다.
왜 죽지 않았는가.
이것 역시 아니다.
그것을 묻는 당신은 누구인가.
이것이다. _p.240


사랑받기 위해 처절히 애쓰고, 저항하고, 사는 이유가 죽지 않음인 원도의 모습이 마치 나의 어느 모습과도 닮아서 그냥 그를 이해하고 싶었다. 원도가 살아 앞에 있다면 그저 꼭 안고 나의 온기를 나누어주고 싶었다. 왜 사는가. 왜 죽지 않았는가는 원도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의 개정판으로 다시 독자들에게 선보인 <원도>이다. 사랑이 필요하다는 외침은 살고 싶다는 외침과도 같다. 원도를 통해 우리네 삶과 죽음, 구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난 혼자요 하고 말하자 여인숙 주인이 숙박부에 그렇게 적었다.
이 추운 겨울밤.
_고바야시 잇사

원도 책 머리에 나온 문장이다. 책을 다 읽고 이 문장을 다시 읽으니, 원도가 너무도 선명히 다가온다.

나 혼자요.
원도가 대답한다._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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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블루칼라 여자 - 힘 좀 쓰는 언니들의 남초 직군 생존기
박정연 지음, 황지현 사진 / 한겨레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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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게는 당연한 것들도 여성은 스스로 목소리를 내 쟁취해야 한다. 애초에 세상은 남성으로만 돌아간 것 같이 남성 중심 문화, 산업들 속에서 투쟁하며 살아간다. 전업주부나 육아를 담당하게 된 남자들에게는 아내가 돈 잘 벌어 좋겠다는 부러움 혹은 자상하다는 긍정적 시선과 함께 무능한 건 아닌지(경제적으로) 정도의 불편한 시선이 오가는 것 같다. 남성이 어떻게 여성 고유 영역을 침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분노 어린 시선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소위 남성의 영역이라 여기는 건설 현장, 화물업에서 일하는 블루칼라의 여성 노동자들에게 불편한 시선과 대우는 당연한 듯 여겨지고 스스로 맞서 싸워야 한다.

남성이 대다수인 소위 남초 직군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나, 블루 칼라 여자>책은 출발하였다. 건설 현장, 화물업, 자동차 정비 등 거친 현장에서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마치며 일했을 10인의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남성의 영역 안에서 차별받고, 무시당하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같은 동료로 인정받기 위해 울고 소리치고 달래며 싸워야 했던 이야기들.

전업주부로 살다 가정 형편상 일을 시작해야 했던 지나씨는 자신의 유일한 기술인 운전을 활용해 화물차 운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초보', '여성'이라는 편견이 따라붙으며 같은 초보임에도 여성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어렵게 취업을 하고 생계를 위해 일을 했지만, 마치 놀러 나온 사람처럼 대하고, 자기를 동료가 아닌 '여자'로 바라보며 선 넘는 행동과 편견에 정면으로 맞섰다. 내는 낸데! 나는 그저 나, 여자로 당당하게 행동하고 열심히 일하는 지나씨는 현재 화물연대 부산 서부지부 지부장으로 일을 한다._화물 노동자 김지나


회사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한 뒤 지인의 권유로 발전소 아르바이트를 하다 용접사를 시작하게 된 신혜씨. 당시 신혜씨가 있던 충남 서산에는 여성 용접자가 한 명도 없었다.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과 우려를 딛고 용접을 시작했지만, 기회조차 없었다. 여자라는 이유로, 용접사가 아닌 조공으로 일당을 적게 받고 일을 시작했다. 용접사들 사이에선 용접 불꽃이 눈에 튀어 화상을 입었을 때 모유를 짜 넣으면 괜찮아진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신혜씨보고 '니 젖 좀 짜줘라' 라는 성희롱을 받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선 바로 사과를 요구하고 받았다. 잊지 못할 일이지만 하루 이틀 지난 뒤 안에서 작은 일로 만들었다.
_플랜트 용접 노동자 김신혜

현장에서 가장 힘든 일은 생각지 못했던 화장실이었다. 그렇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가장 당연한 일. 여성용 화장실을 요구하는 것조차 투쟁이었던 그녀들.

이런 첫 번째 지나씨, 신혜씨가 남초 직군에 한 명 한 명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성역은 무너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벽은 낮지 않다. 일터에서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가 원하는 만큼의 노동을 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 남편에게 눈치 받지 않고 돈을 스스로 벌 수 있음이 당당하고 든든하다고 말한다.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들이 여성에겐 꿈과 목표가 되고, 돈을 버는 일이 아닌 이유로 집안 노동을 하는 전업주부들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 노동은 가치를 멸시 당한다.

인터뷰 그대로의 대담이 실려 있어 읽고 있지만, 듣는 듯 생동감을 주었다. 황지현 사진작가의 인터뷰이들의 생생한 표정 사진이 생동감을 더함은 물론이다.
내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투표할 수 있고, 학교를 다닐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는 것들은 이처럼 편견과 차별을 뚫고 눈물을 훔치며 독하게 나아가는 10인의 언니들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의 시선보다 내 스스로의 결정과 신뢰를 믿고 오늘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들을 보며 나 또한 내 삶의 부조리한 것들에 맞설 용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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