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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가 실험실이 된다면? - 리빙랩과 사회적 혁신 ㅣ 정치연구총서 2
신상범.조계원 지음 / 버니온더문 / 2023년 9월
평점 :
우리 동네가 실험실이 된다면?
이 책은 리빙랩(living lab) 이라는 하나의 혁신 메커니즘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리빙랩이란 일반 시민(지역의 주민), 정부, 대학, 기업 전문가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협력해서 그들이 사는 지역에서 발견되는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 아이디어나 기술, 혹은 상품 등을 개발하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시제품을 제작하는 등의 활동을 말한다.(p.4)
리빙랩이란 말을 처음 쓴 것은 미국 MIT대학에서의 실험에서부터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와 상관없이 리빙랩 활동은 유럽의 도시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뿌리내렸다. 유럽의 경험들은 한국의 지속가능발전전략 수립등의 방향에 영향을 미쳤으나 유럽과는 다른 정치적, 문화적 조건으로 다르게 변형되어 오기도 하였다. 유럽은 2010년대 순환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추구하면서 리빙랩에 집중하고 도시와 지역의 특성에 맞게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으로 전개되는 반면, 한국은 정부 주도하에 집행되고 결정되는 방식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은 2010년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의 일환으로 리빙랩이 본격적으로 시도되었으며, 2017년 3월에 한국 리빙랩 네트워크(KNoLL) 과 광역자치단체별로 지역 리빙랩 네트워크가 결성되었다. 책에 실린 실례들(시흥시 스마일 프로젝트, 독산 4동 공유 주차, 전남 치매뇨인 비콘 등)을 기사로 찾아보며, 지역 곳곳에서 활발한 리빙랩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사실 리빙랩은 시민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거나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이는 정당정치 등 기존 제도권 정치보다는 시민운동에 더 가깝다. 그러나 기존 시민운동보다 전문기술에 더 기반을 두고 있으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창출을 통한 솔루션의 모색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p.29)
만약 리빙랩을 하나의 정치라고 본다면, 그것은 간접민주주의보다는 직접민주주의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리빙랩은 국민투표나 주민 발안 혹은 소환과 같은 기존의 직접 민주주의 보다 훨씬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정치일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리빙랩은 새로운 정치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p.92)
리빙랩은 시민의 각성이 비판적 사고 능력 및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과 더불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완성되고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p.11)
책에서는 유럽과 한국의 리빙랩을 비교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살피며, 한국의 리빙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정부 주도가 아닌 각 도시의 시민과 단체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주도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실험방식은 시도 자체로도 의미를 가지며, 정부 의존적인 태도를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같은 지역을 살고 있는 공동체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적극적인 방식일 수 있고 말하고 있다.
보다 많은 동네 실험실들이 생겨 당면한 절실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