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울고 나서 다시 만나 - 새드'엔딩' 이야기
권민경 지음 / 테오리아 / 2023년 8월
평점 :
#새드엔딩
🔖
새드엔딩과 해피엔딩을 주제로 한 책을 기획 중이란 이야기를 들은 것은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 여름이었다. 재미있겠단 생각이 우선 들었다. 그래서 이 기획에 함께해보겠느냐는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p.007)
🔖
나는 이번에 새드엔딩 작품 속에서 내가 무엇을 발견했는가에 대해 썼다. 왜 슬픈 끝이 다른 어떤 결말보다 더 나았는지에 대해서도 썼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앞선 말과 반대로, 나는 행복한 것에서보다 슬픈 것에 더 자극받는 타입이긴 하다.(p.008)
본 글에 앞선 작가의 말과 목차에서 새드엔딩에 대한 글을 쓴다고 선언을 하니 그 엔딩이 어떨지 더 궁금해졌다. 마치, 엄청 기대되는 개인기를 보여준다는 예능의 한 장면처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너무 기대만 주는것 아닌가 하며, 보기도 전에 긴장하게 만들었다고 할까.
🅱🆄🆃
책을 펴고 덮고 찾고 펴고 덮고. 큰 기대는 실망을 낳을 법도 하건만, 권민경 작가님의 새드엔딩의 새로운 시선에 실망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첫 새드엔딩작은 피터 팬. 맞다, 우리가 아는 피터 팬과 웬디.
'유일하다는 거짓말' 소제에 /'피터 팬'/을 보았을 때,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나름 피터 팬의 새드엔딩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네버랜드. 늙어버린 웬디와 영원한 피터 팬과의 사랑. 웬디에 빼앗긴 팅커벨의 사랑. 다 알법한 엔딩 외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유일하다는 것은 어느 부분에 포커스를 둔 이야기일지. 한참을 고민하다 책장을 넘겼다.
아, 어른이 되어 더이상 네버랜드에 갈 수 없는 웬디 대신 그의 딸이, 그리고 또 그의 딸인 웬디의 손녀가 피터와 함께 여행을 떠났구나. 이건 해피엔딩 아닐까? 하는 시점에서 작가는 말한다.
🔖
어른이 되는 것은 슬픈 일이다. '피터 팬'을 볼 때마다 나는 그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러니까, 모험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 슬픈 게 아니라(그것도 썩 유쾌하지 못하지만) 나를 대체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이 진짜 슬펐던 것 같다.
나는 이 세상의 부품일 뿐임을 어른이 되면서 경험으로 알게 됐다. 날 대신할 사람은 많다.
··· (중략) ···
웬디는 대체되었다. (p.014) 😱😭
이런! 이런 엔딩의 의미라니. 안다 마지 않던 피터 팬 이야기에서 존재의 대체.유일함의 부재로의 새드엔딩을 끌어내다니.
첫 꼭지로 피터 팬을 넣은 편집은 신의 한수인 것 같다!
이렇게 작가는 아는 이야기에 뒤통수를 친다(?). 못다핀 꽃 한 송이에 숨겨졌던 스토리를 듣고 그 노래를 하염 없이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이카로스의 추락을 그림에서 찾아 보며,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네 태도의 이중성을 생각해본다. 독자로 하여금 읽고 끝나게 하지 않고 글의 여운을 함께 지게 한다.
책 속의 책들을 또 잔뜩 빌려서 이고지고 온다. 듣고 보고 생각하고 찾아보게 하는 마력이 있는 책이다. 함께 기획된 배다른 짝꿍 해피엔딩은 이 새드엔딩의 여운이 있을 때 읽어야했기에 바로 구매를 했다.
책을 덮고, 나의 새드엔딩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오늘 같이 밝고 빛나는 대낮의 이별. 그 곡이 문득 떠올라 도서관 앞 광장 벤치에 앉아 한참을 들으며 눈물을 쏟았다. (bgm으로 놓았으니 들어보아용)
💌
권민경 작가님의 새드엔딩 스토리.
기대를 하고 보아도 대박이 나는 개인기처럼 신선하고 새롭고 슬프고 재밌는 이야기. 내가 글을 쓴다면 이런 반전이 있는 멋진 글을 써보고 싶다.
작가님께 즐거운 뒤통수 맞아보세요 여러분. 책 속의 책, 음악, 그림, 내 추억의 새드엔딩은 덤으로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