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짓는 생활 - 농사를 짓고 글도 짓습니다
남설희 지음 / 아무책방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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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아무책방 대표님이 진행한 길위의 인문학이라는 문학 프로그램에서 남설희 작가님을 처음 보았다.

작가 지망생이며 농사를 지으며 칼럼도 쓰고 있고, 책 출간 예정이라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마로니에 백일장 정보도 들어 처음 참여도 해보고, 출간 예정인 책을 궁금해했는데. 아무책방 신간 소식에 아, 그 책! 하며 반갑게 만난 오늘도 짓는 생활

글도 짓고 농사도 짓는 생활. 제목이 참 좋았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포켓 사이즈도 표지 질감도 디자인도 애정을 듬뿍 받고 태어난 사랑받는 아이같은 느낌이 든다.

작가 지망생의 글쓰기와 농사.어떻게 이야기가 꾸려갈지 예상이 안되는 조합에 궁금함이 더해지며 책을 보았다.

프롤로그와 봄.여름.가을.겨울.다시 봄
으로 나누어진 이야기의 봄.

'그림자는 빛이 낳은 사생아다.' (p.14)

첫 문장을 읽으며 반해버렸다.

빛나는 것들에 열등감을 느끼고 스스로의 그림자를 부끄럽다 생각하며 농사 하시는 부모님을 돕는 매일이 지옥같다 여기며 동굴 속으로 들어가곤 한다고 하지만, 작가의 글쓰기의 깊은 고민과 생각들이 농사짓는 생활과 비교하여 대입하여 너무나도 솔직하고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하나도 그렇지 않은 글들이, 읽고 있는 나는 농사의 농자와도 글쓰기와도 관련이 없는 독자임에도 그녀에게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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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위해서는 완벽한 상태가 필요했다. 완벽한 준비, 완벽한 마음, 완벽한 문장에서 출발하고 싶었다. 문제는 그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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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다이어리를 꾸미면 시시했던 일상을 꾸미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일상을 색칠하는 기분이다.(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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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오랜만에 글을 쓰기 위해 장소를 바꿔보았지만 결국 빈손이다. 사실 무엇을 써야할지도 모르겠다. 쓰고 싶은 글은 많다. 하지만 웃자라기만 한 생각들, 여물지 못한 문장들. 나는 아무것도 수확할 수 없었다. 가로등 밑에서 자란 들깨처럼(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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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는 처음부터 쉽게 부서지진 않았을 것이다. 아주 길고 긴 시간의 힘이 바위를 흙으로 만들었다.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언젠가 단단한 내 마음의 바위도 돌이 되고 자갈이 될 것이다. 그 자갈은 모래가 되고 모래는 흙이 되어 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나를 잡아주는 복토가 되길 바라며 고추모를 잡고 흙을 덮는다.

잘 세워진 고추모가 바람에 살랑거린다.
(p.68)

어지러운 마음들이 한 껏 정리되어 바람에 살랑거리는 잘 세워진 초록 고추모처럼 싱그럽다. 마음이 구름처럼 몽글 몽글 희망차다.
매일 10년째 일기를 쓰는 작가는 올해도 작년과 다를 바 없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작년과 다름을 느낀다.
"오늘 일기 끝에 '가능' 이라고 적었다."
책 뒷편에 있는 문장이 말한다.

오늘 본 작가의 SNS에 신춘문예 및 글 공모전에도
부지런한 모습을 보며 그녀의 다음 책을 기다려본다.

-`ღ´-
기대평 이벤트로 감사히 받고 읽었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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