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 발밑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한 곤충학자의 이야기
정부희 지음 / 동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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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

나이 마흔에 영어전공이었던 작가는
곤충 공부를 하기 위해 생물학과 대학원에 진학한다.
대학 입시를 앞둔,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들이 있음에도.

벌레에 대한 그녀의 깊은 애정어린
이야기들에 앞서 이 길로 들어선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카메라로도 잘 보이지 않아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하는 작은 생물체는 더듬이와 겹눈,
입, 다리, 수 많은 점각들로 멋을 부린
딱지날개까지 있을건 다 있는 그 작은 곤충이 궁금해서.
더 알고 싶지만 시중의 곤충도감으로 알 수 있는건
한계가 있기에 작가는 해야할 이유보다
하지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은 곤충학자로의 길을 걸었다.

마치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의 구절처럼 말이다.

...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들어가는 말. p.05)...

만학도, 여자, 학계의 편견 등등 시작도 어렵지만
나아가는 그 길도 쉽지 않았음에도 벌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구에 몰두한다.

그리고 인간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환경속에
사라져가는 벌레들의 생태계에
안타까워하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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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거저리조차 없는 해안사구는 더 이상
생물이 살기 힘든 척박한 땅이다. 삶의 터전을 잃고 있는
사구 생물들의 절규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머지 않은 시기에 생태계 파괴의 역습을 맞을 수도 있다.(p.86)

사람의 마음으로 정한 해충과 익충.
그마저도 상대적으로 누군가에게는
해충이 익충으로, 익충이 해충으로 된다.
인간보다도 더 먼저 지구에 있던 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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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곤충은 인류의 전 역사 동안
인간과 함께 이 땅에서 살아왔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공존하는 것을 넘어,
서로 촘촘히 관계를 맺어온 생태동반자이다.

모든 생명은 존재의 의미가 있다.
모두가 생태계 일원으로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묵묵히 삶을 살아간다.
진화 과정을 통해 척박한 지구 환경에
적응하면서 지금 이 순간 이 땅에 존재하게 된
생명을 좌지우지할 권한은
인간에게 없다. 인간도 그 무수한 생명들
중 하나일 뿐이다.(p.311)

작가의 곤충학자의 생활과 생각 뿐 아니라
곤충과 벌레, 꽃과 버섯의 정보와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있어 재미와 유익함을
동시에 받았다. 결국 우리는
혼자 살 수 없고, 모두 다 연결된 존재이며
벌레, 곤충또한 다르지 않다.

작지만 어마어마한 존재.
성가시고 불편하고 없애야 할 존재가
아닌 함께 공생해야 할 존재
벌레는 그렇게 우리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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