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의 인문학 -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세상을 보는 법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시드페이퍼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는 항상 어떤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눈으로 응시한다고 해서 제대로 보는 것일까? ‘관찰의 인문학’ 은 저자 알렉산드라 호로비츠가 자기 마을길을 10명의 전문가들과 1마리의 개와 함께 총 11번(혼자 걸은 것 까지 합하면 12번)을 걸으며 본 것을 써 놓은 책이다.

10명의 전문가는 아들 오그던, 지질학자 시드니 호렌슈타인, 타이포그라퍼 폴 쇼, 일러스트레이터 마이라 칼만, 곤충 박사 찰리 아이즈먼, 야생동물 연구가 존 해디디언, 도시사회학자 프레드 켄트, 의사 베넷 로버와 물리치료사 에번 존슨, 시각장애인 알렌 고든, 음향 엔지니어 스콧 레러이다. 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저자는 전문가와의 산책을 통해 자신을 감각을 깨우고자 하고 있다. 함께 동행한 전문가의 시각으로 산책길을 보려(관찰하려) 노력했고 그 결과 새로운 시각을 갖고 길을 보게 된다. 저자도 동물을 관찰하는 직업을 갖고 있기에 관찰에는 일가견이 있음에도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접촉을 통해서 더 많은 관점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보지만 제대로 보지 못한다.’

제대로 본다라는 것. 저자는 주위의 현상과 생명체들, 사물들을 제대로 보기 위해 산책을 시작했고 글을 남겼다.

사실 제대로 본다는 말 자체의 정의부터가 모호하다. 저자는 개를 포함한 11명의 전문가와 함께 동행을 했으나 사실 따지고 보면 음향 전문가는 지질학자가 관찰하는 것을 관찰하지 못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관찰관점을 모두 가지고 있기도 불가능할뿐더러 만약 그렇게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본인에게도 괴로운 일일 것이다. 산책하러 나갔는데 동물들, 곤충들, 소리들, 냄새들 등이 한꺼번에 자신에게 찾아 온다고 생각해 보라!

저자는 아마도 전문가들과의 산책을 통하여 내가 관찰하려고 생각조차 하지못했던 측면을 한번 건드려보자는 취지였지 않나 싶다. 그럼으로써 나만의 관찰 관점을 정하거나 장소나 시간에 따른 다른 곳에 중점을 두고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동안 출근할 때 귀에 꽂고 있었던 이어폰을 벗어 보았다. 그러고는 버스소리, 지하철 소리, 새 소리, 사람들이 서로 조잘조잘 이야기 나누는 소리 등을 느껴 보았다. 이어폰을 끼고 있을 때는 소음으로 느껴지던 소리들이 또다른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 왔다.

또한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모습들도 살짝 둘러 보기도 했다. 내가 출근하는 길에는 지역에서 가장 큰 역도 있어서 그 안에서 오며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의 옷차림, 표정 등도 살짝 엿보았다. ‘올 봄에는 어떤 트렌트의 옷스타일이 유행하나?’ 생각하면서 말이다^^

내가 그냥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려 노력하니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저자가 바라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책 중간중간에는 전문가와의 산책이다 보니 전문분야의 지식들이 조금씩 나온다. 독자에 따라 지루해 할 수도 있는 부분인 것 같다. 그러나 상식을 쌓는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읽어 놓아도 좋을 정도의 깊이다.

실제 매 순간 깨어 있는 사람은 없다. 어느 정도의 자극은 무시하고 살아가야 살기 가능한 세상이다.

그러나 삶이 지루하고 심심하다면, 나 혼자 힘든 것같고 지치다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관찰하는 사람의 눈 앞에는 하찮은 동시에 굉장한 것들의 어마어마한 지층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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