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날

소풍날 ㅣ 웅진 우리그림책 122
김규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소풍날' 이라는 제목을 보고 아이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 그런데 이 그림책의 어디에도 아이의 모습, 사람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소풍날> 에서의 주인공은 '밥풀'! 하얀색 쌀알이 밥솥에서 익혀져 나오면 '밥'이 되는데 '밥 하나하나의 알'을 '밥풀' 이라고 한다. 그 밥풀이 심심해서 밥솥에서 튀어 나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냉장고에 있던 음식 재료 친구들을 불러내어 어떤 재료는 부치고, 어떤 재료는 데치고, 어떤 재료는 볶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 후, 그 재료 하나하나가 김에 눕게 되는데 그 과정도 재료마다의 모습을 다르게 묘사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다양한 흉내내는 말 즉 의성어, 의태어가 나온다. 행동이나 소리를 실감 나게 표현해주는 의성어, 의태어 덕분에 읽는 재미도 있고 그것을 배우는 연령의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에게 있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가장 마지막 장면이다. 한 도시락 통해 다양한 모양의 김밥들이 놓여져 있고, 그 아래에 아이들의 이름들이 써져 있다. 민지, 진우, 하진, 상우 등등. 사실 정말 그렇다. 어릴 적, 소풍날에 서로의 도시락을 열면, 재료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집마다 그 맛과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사실 재료들도 가정의 상황에 따라 같지 않다. 그렇게 집마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김밥을 서로 나누어 먹는 것. 그것이 소풍의 가장 큰 재미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었다. 
<소풍날> 을 읽으면서, 특히 마지막 이 부분에서 그 때가 떠올랐다. 아마 이건 요즘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11월 중순쯤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는데 그 때 학생들의 도시락이 정말 다양했다. 외국인 친구는 밥에 다가 외국소스(!!) 를 발라 토스트를 만들어서 가지고 왔고 어떤 친구들은 유부초밥을 어떤 친구들은 야채 김밥을, 어떤 친구들은 치즈김밥을 서로 모두 다른 도시락을 가지고 왔었다. 서로 구경하면서 나누어 먹는 모습을 보니 참 예쁘고 정겨웠었다.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그림책 <소풍날>의 마지막 장면이 또 다르게 와 닿을 것이다. 

앞부분에서는 귀엽고 재미있는 상황들이 연출되어 즐거웠고 마지막 부분에서 '소풍날' 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던 그림책 <소풍날>.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따뜻하게 와 닿을 그림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