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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하비 ㅣ 행복한 책꽂이 25
오미경 지음, 이지현 그림 / 키다리 / 2023년 1월
평점 :
아이들에게는 ‘이별’ ‘슬픔’ 이라는 단어보다는 ‘만남’ 즐거움, 기쁨‘ 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 그리고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 마음에 작은 상처도 받게 하기가 싫은 것이 아이를 사랑하는 어른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러나 삶의 과정 중 ‘이별’은 반드시 겪게 된다. 친했던 친구가 다른 곳으로 이사가서 맞닥뜨리는 이별, 내가 소중히 여겼던 인형과의 이별, 그리고 <안녕, 나의 하비>에서처럼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까지. 사실 아이들도 생각보다 많은 ‘이별의 경험’을 한다.
몇 년전, 나와 가까운 예쁜 아이들이 어머니와 이별하는 경험을 했다. 어머니의 얼굴을 더 이상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한 자녀들. 나는 그 아이들에게 어떠한 말을 해 주어야 할지, 어떤 위로를 건네야 할지 많이 고민했었다.
내가 책 <안녕, 나의 하비>를 선택한 것은 그 이유다. 이 책의 제목과 간략한 소개를 보자마자 ‘아! 이 책이 그 때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앞 부분은 주인공 아이 ‘무무’가 너무나 사랑하는 ‘하비(할아버지)’와 즐겁게 생활하는 이야기가, 뒷 부분은 무무가 하비와 이별을 준비하고 맞이하고 겪어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이야기에서 앞, 뒤에 모두 나오는 소재가 ‘까만 망태와 파란 망태’ 이야기다. 옛 이야기스러운 소재라 정말 우리들의 할아버지가 이야기하실 법한 이야기라 처음에 이 이야기가 나올 때 반가웠는데, 뒤에서는 이 소재가 독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무가 가지고 있었던 ‘마법의 저금통’. 멋진 나를 채워가는 저금통이란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저걸 아이들과 한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에서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맞이하기 전에, ‘살구나무와의 이별’을 먼저 맞게 된다. 살구나무와의 이별을 하비와 함께 맞이하고 겪어내면서 무무는 내가 잊지 않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 것이고, 그렇기에 세상에 영원히 죽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맞이한 할아버지와의 이별.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에 어찌하지 못하는 무무의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사실 그 또한 반드시 겪어내야 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계속 그 우울함에 젖어있지 않는 무무.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무무가 좋아하는 친구 ‘민지’가 무무 집에 놀러오는 날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이 부분이 참 좋았다. 살구나무도 할아버지도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살구나무가 남긴 씨앗이 싹을 틔웠고, 할아버지의 말씀과 인형이 민지를 반기고 있는 모습. 세상에서는 사라진 존재들이지만 세상에 남아있는 이들에게 무언가를 전해 주어, 사실은 계속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아이들과 ‘이별’에 대해 이야기 하고플 때, 또는 이른 나이이지만 ‘이별의 경험’을 했고 그것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위로를 전해 주고 싶을 때 함께 읽으며 이야기 해 보면 참 좋은 책 <안녕, 나의 하비>.
소박하고 다정한 색감의 삽화를 글과 함께 보는 것도 <안녕, 나의 하비>의 또다른 재미이다. 이 책에는 ‘이별’만 나와 있는 건 아니다. 친구 ‘민지’ 에 대한 마음,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줄 수 있는 것들, 창의적인 시선 등 다양한 것들을 무무와 하비의 이야기 속에 녹여 놓아 여러 가지로 참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