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게 잘못일까 봄볕 청소년 9
조 코터릴 지음, 이은주 옮김 / 봄볕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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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들, 청소년들이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쓴다. 특히 여성의 경우 더 그렇고, 이목구비보다도 뚱뚱한지, 말랐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 나 역시 그랬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너무 약해서 보약을 많이 먹었었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레파토리?!) 그 후 밥맛이 좋아졌는지, 먹고 운동하지 않고 앉아 공부만 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최근까지도 뚱뚱의 반열에 들어섰었다. 그랬던 나였기에 이 제목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공인 안젤리카는 뚱뚱한 외모를 지닌 여자아이로, 예쁘지만 자존감이 낮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안젤리카의 별명은 젤리’. 젤리는 뚱뚱하지만 쾌활하고 명랑하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그러나 사실 젤리의 마음 속에는 우울한 생각들이 자리하고 있다. 젤리는 그 생각들을 자기만 아는 공책에 글로 써 놓는다.

사람의 마음은 늘 밝거나 늘 우울할 수는 없다. 성격도 마찬가지다. 특히 겉으로 봤을 때 밝은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거나 나의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을 힘들어 한다. 젤리도 그 중 하나였다.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이 힘들어 항상 웃는 것선택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만났던 어린아이들을 떠올렸다. 특히, 젤리처럼 늘 엉뚱한 이야기를 도맡아 하고, 분위기를 띄우려고 혈안(?!)이 된 아이들. 그냥 천성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 삶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본인이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방식이 그 문제 행동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난 이 책에서 젤리의 엄마가 인상적이었다. 보통 어머니들과는 다른 느낌. 누가봐도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을 남자친구라고 여기다가 결국은 버림받는 쪽을 선택하고, 좋은 사람이 다가오자 그런 사람이 자신을 좋아할 리가 없다고 단정짓고, 먼저 거리를 둬 버리는 사람이다.

 

젤리도, 젤리 엄마도 둘 다 자존감이 낮다. 속으로 자신을 비하한다. 젤리는 외모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 움츠러들고, 젤리 엄마는 연인과 관련한 일에서 움츠러든다. 외모와 사랑, 이 부분은 사춘기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이 책은 청소년을 독자로 생각하고 쓴 소설이라고 하지만, 사실 성인에게도 상당한 울림을 준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엄마의 새 남자친구 레넌. 엄마의 남자친구로는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사람이다. 레넌은 진심으로 젤리를 인격체로 존중해 주었고 젤리 엄마의 아름다운 내면을 본 사람이다. 나는 이 레넌의 말과 행동을 보며, 아이들에게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그들을 응원해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야기 사이 사이에 나오는 젤리가 쓴 일기()는 마음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심오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시로 표현하기도 한다. ‘어린아이가 썼다기에는 너무 잘 썼는데?’ 라고 생각하다가도 내 주변의 아이들이 쓴 글을 떠올려 보면, 이 정도로 쓸 수도 있겠다 싶은 글들이다. 젤리의 글은, 편협한 사고를 가진 어른들에게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도록 해 준다.

 

자존감 낮은 아이와 어른이 자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소설 <뚱뚱한 게 잘못일까> 젤리와 그 친구들의 대화를 읽으면 나의 어릴 적 장면들이 떠올랐고, 소설 속 어른들과의 이야기를 읽으면 나도 고민했었고, 지금도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했다.

참 오랜만에 청소년 소설을 읽었는데 멋진 작품을 만나게 되어 행복하다. 앞으로 여러번 읽어보며 젤리의 질문과 생각에 대해 계속 생각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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