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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니체 - 고병권과 함께 니체의 <서광>을 읽다
고병권 지음, 노순택 사진 / 천년의상상 / 2014년 2월
평점 :
히틀러의 사상이 니체에서 비롯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니체를 꼭 읽어봐야겠다고 맘을 먹어 여러가지 책을 사서 읽어보았지만 아무래도 읽기가 너무 어려웠다. 철학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탓인지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아 항상 중도에 포기하고 다음으로 계속 미뤄지는 책이었다. 그러던 차에 고병권님의 니체 주해책을 접하게 되어 읽기 시작했다.
사실 니체의 대표서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등의 책이다. 니체의 아포리즘들인 "서광"은 고병권님의 언더그라운드 니체를 읽고 알게된 책이다. 그럼 저자는 왜 책의 제목을 언더그라운드라고 했을까? 이는 모든 근거들이 몰락하는 곳, 근거들의 근거없음이 드라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한다. 니체는 기존의 도덕, 종교, 정치, 철학등의 모든 근거를 부정함으로써 새로운 철학을 세우는, 즉 가치의 근거를 파헤치는 언더그라운드 사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철학을 바로세우는 모습을 아포리즘의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니체의 서광에 대한 저자의 주해이기는 하지만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도중에 머리를 뚫고 지나가는 여러가지 사고에는 깜짝 놀랐다.
먼저 우리가 소크라테스의 덕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의 기원이 동물적이라는, 즉 먹을 것을 찾고 적한테서 도망치는 가르치는 본능에서 인간적 덕성이 기원한다는 사고에 놀랐다. 조직에서 "자신의 격렬한 욕망"이나 "뛰어난 능력을 감추는 것"을 통해 튀지 않게 자신을 낮추는 것이 미덕이라는 것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사고다. 나는 이것을 유교에 바탕을 둔 우리나라만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으나 근대 독일에서도 동일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왜 그럴까를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으나 니체의 아포리즘에 대해 읽고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니체가 도덕의 유래를 다룰때 빠질 수 있는 오류, 하나는 효용성에 의거한 추리 다른 하나는 역사성을 망각한 추론, 에 대해서도 기술되어 있어 생각할 때 이 부분도 함께 생각하게 되니 좀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서광 104절과 105절에 기재되어 있는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어렸을 적에 익힌 판단들에 의해 일생을 놀아나는 어릿광대들이다"라는 아포리즘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니체는 우리가 일생동안 타인에 비춰진 나인 자아의 환영을 위한 일만 한다고 했다. 사실 우리는 타인에 의해 내가 어떻게 비칠까를 항상 생각하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살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타인의 눈치를 보게된다. 이 글을 읽고 주체로서의 나의 판단은 과연 나 자신의 판단인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판단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니체는 서광 177절에서 근대의 젊은이들은 인격도 재능도 근면함도 갖추었지만 오직 하나, "스스로 방향을 부여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받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주어진 방향에 길들여졌다. 그들은 이용되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박탈당했고 매일 사용되어 닳아지는 것이 되도록 교육받았으며 그것을 의무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라고 했다. 이 아포리즘이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근대 독일에서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그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 모습에 대한 고민이나 해결없이 아직도 동일한 모습이라는 것에 한번 더 놀랐다.
이 책을 읽고 섬광처럼 지나가는 여러 생각에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지 다시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철학이라는 어려운 이름이 아니라 지금의 나 자신에 대해 사고하고 방향성을 설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아울러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니체를 읽는 것에 한번 더 도전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