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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던 나날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당신이 인생을 제대로 조져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모두를 관통해 흐르는 거대한 슬픔의 강이 당신에게도 닿은 적 있다면, 이 책을 당신에게 바친다.>
살다보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하고, 절망적인 사람이라며 한없이 가라앉는 순간이 있다. 보통 그 순간 우리는 더 가라앉거나 머물다 묻고 살아간다.
보통의 회고록은 “저자가 고생을 꽤 했구나 잘 견뎌서 성공했네” 라고 담담히 읽혀졌다. 하지만 이 책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100여쪽을 읽을 때까지, 작가 소개를 다시 들쳐볼 때까지 소설인 줄 알았다. 소설이길 바랬다. 소설이 아닌 게 너무 절망적이어서 덮을 수가 없었다.
학대당하고, 보호받지 못하고, 박탈당하고, 남편을 잃고, 아이를 잃고, 술과 마약 섹스에 기대 살며 희망이라고는 300페이지를 넘겨야 겨우 나타날까한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를 서술하는 문장은 너무 담담하고 머릿속을 맴돌게끔, 함께 읊고 싶게끔 매혹적이다.
결국 이 책을 읽다보면 얼어버린 우리의 마음이, 작가가 우리를 이끈 물 속에서 녹아버리게 된다. 정말 견디기 힘든 현실 속에 놓인, 어느새 무더진 분들은 꼭 #숨을참던나날 을 읽고 육지에서 사는 법을 터득할 수 있길 바란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어느새 발견하게 되고 알고 있다면, 상처를 짊어가고 살지말라고 한다. 대신 그것들을 삼키고 소화해 새로운 이야기로 써낸 다음 바로 그 이야기를 안고 살아가라는 것을 말한다. 글쓰기는 또 다른 치유법이 되겠다는 것, 그러함에 서평을 쓰며 나의 마음을 다시 다져보려 한다.
이 책을 몇 번이고 읽어볼 수밖에 없다던 <척 팔라닉>과 놀랍도록 아름다운 언어로 축조한 투명한 작품이라고한 <정재승>의 평이 아주 적절했음을 느끼며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한다.
이 책을 제공해 주신 에게 감사의 마음을 글로 나마 전합니다.
p123. 우리는 물속에서 놀며 자신을 잊었다. 자매, 자아, 아버지, 기억 상실을 잊었다.
p125.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를 살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육지에서 살아가는 걸까?
p129. 그날 밤 나는 호수에서 헤엄치며 물속으로 목소리들을 떠나보내려 했다.
p153. 하지만 숨이 멎을 정도로 대단한 것은 무엇보다도 책 속의 언어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p249. 글쓰기에 관해 물어본다면, 글쎄, 그 주제는 굉장히 사적이다. 글쓰기, 그 여자는 내 불꽃이다. 이야기가 태어나는 곳은 그곳, 내게 삶과 죽음이 발생한 곳이다. 글씨기는 나를 실어 나르고 내 죽음이 될 것이다.
p272. 내 인생이란 바다가 물길을 열어 보이는 것 같았다. 내 상처에서 고통 외에 다른 것도 탄생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p380. 물 속에 이 두 사람, 아이와 남편과 함께 있자니. 숨쉬기도 벅차다. 전에는 몰랐다. 이것은 가족이다. 나의 가족이다.
p381. 참 사소하지만 애틋한 것이다, 사랑의 단순함이란. 나는 육지에서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p396. 우리가 웃은 웃음은, 마침내 자신의 뿌리에서 해방된 여자들의 웃음이었다.
p408. 결혼 생활이 파탄 나면, 새로운 자신을 창조하라. 성장기를 보낸 가족이 별로였다면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라. 세상에 얼마나 사람이 많은가. 거기서 고르면 된다. 지금 같이 사는 가족이 상처를 준다면, 짐을 챙겨 떠나라. 지금 당장.
p410. 이 책? 이건 당신을 위한 책이다. 내가 길을 뚫어 흘려보낸 물이다.
p411. 안으로 들어오기를. 이 물이 당신을 잡아줄 것이다.
안으로 들어오기를. 이 물이 당신을 잡아줄 것이다. - P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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