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1954년 18살의 프랑수아즈 사강이 출간한 <슬픔이여 안녕>은 비평가와 대중들의 사랑을 휩쓸었다고 한다. 그 나이의 감수성을 가진 여학생이 쓴 소설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책장을 넘겨보았다.

👉 자유분방 호색한 아버지는 주인공 세실만큼은 제일 사랑했다. 6개월마다 바뀌는 여자친구는 세실에게 매번 소개하고 집으로 초대하는 게 일상이다. 더군다나 첫 시작에서 아빠의 애인 엘가와의 휴가는 딸과 함께 하며, 그 자리에 새로운 애인 ‘안’을 초대하는 모습까지 보여 정말 경악했다.

👉 여색이 밝지만 아버지로서의 면모는 오히려 아주 훌륭했다. 아버지는 세실에게 입시와 규율을 내세우지도, 가부장적 태도를 보이지도 않는다. 그는 세실의 의사를 존중했고, 일상은 대화가 중심이었으며 따뜻한 분위기로 행복을 항상 함께 나누었다. 사실 그건 아버지가 부유한 자산가이기에 가능했을지 모르겠다.

👉 세실은 시릴을 만나며 사랑의 감정을 맛보게 된다. 사강의 문장은 첫사랑의 떨림과 수줍음, 격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 나도 함께 일렁거리게 하였다. 그 물결이 가볍지 않았다. 그 문장 속에 묻혀 함께 슬픔에 젖었다. 새로운 감정을 맞이하는 사춘기 소녀의 번뇌와 깨우침, 후회가 절실히 느껴졌다.

👉 세실과 결혼을 원하는 시릴, 아빠와 결혼을 원하는 ‘안’과의 관계 속에서 세실은, 사랑과 안정감, 안정감과 갑갑함, 갑갑함과 분노의 싸이클에서 번뇌한다. 이로써 세실은 현 상황을 뒤집어 과거의 자유로움을 택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를 이루는 과정에서 원치 않던 결론과 감정에 휩싸이고 후회한다. 결국은 모두 다시 자유로운 일상을 되찾는다.

☕️ 슬픔 또한 슬프지 않고 여럿 감정 중 하나인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비춰진다. 사실 감정이란 것이 영원한 게 아니다. 일순간 사로잡는 기분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 그 가운데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우리의 성장기가 아닐까. 그렇기에 이 소설은 성장기의 우리들, 10대, 20대, 30대, 40대를 막론하고 읽을 수 있다. 인문학적 성장은 나이가 들었다고 성숙되지 않는다. 모두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p11.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p79. 그녀는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들었다. 행복과 유쾌함, 태평함에 어울리게 태어난 내가 그녀로 인해 비난과 가책의 세계로 들어왔다.

p80. 그 생활에는 생각할 자유, 잘못 생각할 자유, 생각을 거의 하지 않을 자유, 스스로 내 삶을 선택하고 나를 나 자신으로 선택할 자유가 있었다.

p183. 순간 나는 그를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가 멋지고 매력적이라고 여겼을 뿐이다. 나는 그가 내게 준 쾌락을 사랑했을 뿐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p217. 여기에서 ‘안녕’은 작별 인사가 아니라 만날 때 하는 인사다. ‘슬픔’을 알게 된 주인공 세실이 아릿함과 죄책감을 안고 스스로의 마음 한편에 있는 그 낯선 감정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p218. 아, 슬픔, 너 거기 있었니?

p220. 사람을 사랑하게 된 정황은 기억나지 않아도 책과 사랑에 빠진 그 결정적이고 적확한 매혹의 순간만큼은 선명하게 기억한다는 사강

p221. 적절한 나이에 자신을 사로잡는 책을 읽음으로써 도달하게 되는 상태가 바로 지성의 밑바탕을 이룬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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