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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 - 65살, 여자, 혼자, 세계 여행자 쨍쨍으로부터
쨍쨍 지음 / 달 / 2025년 2월
평점 :

나는 저자만큼이나 확신이 없고 모든것에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이렇게 놓고 훌훌 날아가지 못하기에 부러움과 동경의 마음으로 책을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나라면 절대 고르지 않을 컬러의 조합과 패션 스타일이 더해지니 같은 하늘 아래에 정 반대의 방향을 바라보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의 말들같아 신기함을 가득 안고 페이지를 넘기게 했다.
키워드가 예사롭지 않다.65세. 여자. 혼자 세계여행. 파이어족으로서 빠른 은퇴. 이전의 삶은 속박 당하고 있었던게 아닐지 의심하게 만드는 세상 바른 직업군인 교사. 진짜 연관을 짓기 어려운 과거와 현재의 낱말들이니 의아해 할 수 밖에. 어떤 날은 머리를 빡빡 밀기도 하고, 또 어떤 사진속에는 가발이 아닐까 의심스럽게 하는 핫핑크의 머리카락을 보면 이 사람의 세상은 무채색이었다가 형광색으로 톤 보정이 된것 같단 생각을 하게 만든다. 20년째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 마저도 놀라울 따름.
인생을 짧다며, 입고 싶은 거 입고, 살고 싶은 대로 살자는 나비같은 그녀의 이야기. 부러우니까, 샘나니까 더욱 야무지게 읽게 되는구나.
쨍쨍이라는 필명도 새삼 화려하고 반짝이는 느낌을 준다. 교직생활을 할 때에도 자신은 튀는 선생님이라 일컫었다. 교사 10년차 무렵, 학급 문집을 학생들 뿐만 아니라 저자의 친구들에게도 보낸 적이 있는데 그 친구들 중 한명이 '교사는 무릇 햇빛어야 한다'라고 회답을 주었는데 그때부터 그녀는 최순자선생님, 쌤(경상도 사투리 선생님=쌤)이 아니라 힛빛이며 쨍쨍이라고 불러주길 바랬다.
나의 학창시절을 비춰봐도 12년동안 자신을 이름+선생님 조합으로만 불리우길 바라지 별명, 혹은 닉네임으로 불리우길 원하는 분은 없었으니 만화에서 튀어나온 사람은 아닐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아이들도, 옆반 선생님도 교장과 교감 선생님마저도 이윽고 학부모들까지 쨍쨍이라 불렀다하니 사각의 교실과 매일매일이 똑같은 학교생활에서 나름의 행복을 긁어모았다가 방학 때마다 여행으로 팡팡팡 그 욕구를 터트린게 시작 처럼 보였다.

무계획을, 그것도 인도네시아에서 두번째로 높은 산악 트레킹 마저 그렇게 단시간에 선택을 하고 이행할 수 있다니에 대해 내 머릿속은 계속 물음표로 가득했기에 린자니 산악 트레킹 후기까지 찾아보게 했다. 그리고 놀랐지. 이 여인 진짜 대단한 추진력도 있지만 깡다구도 어마어마하구나.
그리고 해외에서 만난 외국인과 사랑에 빠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학교생활을 이어가면서도 그가 생각나 여행을 감행하는 드라마보다 더한 불타는 사랑의 질주. 소설같은 실화. 그리고 소설보다 더 찐한 현실의 상황. 마지막엔 정말 웃겼어. 쨍쨍에게 샤워실을 마련해두었다는 메세지 말이야.

진짜? 그게 되는거야? 라는 물음도 가득했던 '돈 좀 빌려주십시오'의 에피소드. 현금이 부족했고, 카드 출금도 여의치 않았던 현지 상황. 누군가에게 대놓고 돈을 빌려달라 말하고, 나중에 돈을 부쳐준다는 말로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는 시간. 그리고 갚지 않아도 된다며 여행비를 충당해주는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누군가의 사려깊은 마음. 즉각적인 선의. 이건 마치 저자가 소설을 쓰기 위해 심어둔 복선의 일부같기도 했다. 왜냐구? 나한테는 절대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거 같으니까 더욱 의심하며 보게 만들었다. 나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게 냅두지도 않을 것이며, 모든것이 시간의 흐름과 장소의 변화에 따라 일들이 배열되어야 마음이 편한 인간이라 이러한 마음을 가지도고 여행을 이어 가는게 가능한 그녀의 성향이 부러울 뿐이었다. 이건 나이를 먹거나 세상을 좀 더 깊이 알고나면 바뀔까? 쨍쨍의 에피소드들을 듣고 도전해보면 가능할까? 계속 그러한 물음을 가득하게 만들었다.
카메라를 고치기 위해 배를 타는 일화하며, 비자에 대한 에피소드와 경북 영천의 점방에서 자라던 소녀가 히말라야 마낭이라는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어린시절 살던 집과 닮은 곳을 발견하고 적어둔 회상의 에피소드. 2009년 퇴직 후 장기 해외여행과 잠깐의 한국 떠돌이 생활. 그리고 돌아갈 집은 제주가 될거라는 확신과 함께 제주섬에 이주하기까지를 보면 쨍쨍은 한국판 피터팬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늘을 훨훨 날며 과자를 먹고 영원히 아이로 남고싶어하듯 세상의 공기와 햇살을 먹고 끝까지 날아다닐듯한 발끝이 두둥실 떠 있는 요정같기도 했다.
마지막 단락에서는 '뭐가 무서운가요?' 이 문장 하나로 여전히 무섭지만 재미난게 더 좋아 이 즐거움을 못 놓고있는 쨍쨍의 인생 모토를 느끼게 했다. 위험한건 남미뿐이 아니라 집 나오면 위험한 곳 천지라는 말로 조심하면 된다고 간단 명료하게 말했다. 가지 말라는 곳 가지 않고, 먹지 말라는 거 먹지 말고, 해 지면 숙소에 있는 거지요. 로 말끔하게 불안을 잠재우는 그의 바른 여행 가이드. 그녀가 말한 이야기 안에서만 자유롭다면 나 홀로 여행도 무서울 것이 없고, 중학교 영어 실력이면 전 세계를 다닐 수 있다는 산뜻한 답으로 마음 풀고 즐겁게 여행하라 하니 이래서 계속 여행을 하고 세상을 날고 있구나를 느꼈다.

좀 무섭더라도, 좀 힘들더라도, 좀 외롭더라도 혼자 여행하는 것이 차라리 좋다는 사람. 혼자여도 '쨍쨍'한 맑음을 전하는 사람. 그녀와 여행지에서의 만남은 어려울지라도 그녀가 마련하는 북토크로 나도 쨍쨍한 기운을 얻고싶어진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