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바이 우드워커 - 나무와 함께하는 삶, 목수의 세계
이수빈 지음 / 미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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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참여 리뷰입니다


"김승현 씨는 좀 더 단순한 삶을 살고 싶어 이 일을 택했다. 단순한 인간관계로 할 수 있는 일, 혼자 시작해서 혼자 끝낼 수 있는 일,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목공으로 귀결됐다." (우들랏, 김승현)

 

시공사의 아름답고 기분 좋은 책을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미호에서 기획된 <메이드 바이>시리즈는 손으로 삶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베이킹, 커피를 이은 목공은 우직하고 확실하게 손자국을 남기며 우리의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의 소소하면서도 강력한, <메이드 바이>시리즈의 색을 선명하게 했다.

 

자동화, 기계화가 힘든 핸드메이드 분야는 대부분이 자영업자이다.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가는 세상의 흐름에 동조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의 속도대로 나아가는, 성실하고 꾸준하게 쌓아가는 소소한 하루하루에 대한 동경은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계의 위협을 쉽게 받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워 보이지만, 그만큼 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의 용기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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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잠은 여성이 혼자서도 옮길 수 있을 만큼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쓸모 있는 가구를 만들며, 여성의 힘으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가구를 지향한다." (도잠, 이정혜)

 

목수는 직업인의 모습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직업 중 하나인데, 보통 힘이 센 남성이 커다란 목재건물이나 가구를 만드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인터뷰집의 좋은 점은 인터뷰이의 수만큼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볼 수 있으며, 그만큼 시야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열 한명의 우드워커를 다루고 있으며, 이들 중 셋이 여성이다. 커다란 가구나 조형을 만드는 우드워커도 있지만 작은 소도구를 만드는 우드워커도 있다.

 

책을 읽다보면 새로운 가구 브랜드를 만나는 기쁨, 이런 것까지 나무로 만들 수 있다는 놀라움, 목공이나 목수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기분 좋은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각 인터뷰 뒤에 실려있는 인터뷰이의 작품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책날개 안쪽에는 본문에 언급된 작품들이 실린 일러스트가 돋보인다. 인터뷰에 참여한 모든 우드워커들의 작품이 배경과 자연스럽게 녹아든 일러스트를 보면 저절로 원목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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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나무로 의자를 만드는 일은 단순히 나무를 재료로 쓰는 게 아니라 나무의 생애를 연장시키고 의미 있는 물건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인 것 같아요." (레드체어메이커, 이경찬)

 

목공은 셀프 인테리어와 원 데이 클래스가 유행하며 매력적인 취미생활이 되었다. 실내에서 할 수 있고, 혼자 할 수 있어서 그런지 코로나 시국에 라면사리나 달걀 껍데기 등을 이용해 부서진 원목가구를 보수하는 목공 같은 목공 아닌 틱톡 트렌드도 유행했다. 이렇게 대중과 가까워진 목공이지만 직업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목공업은 취미반에서는 접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

 

우드워커들은 얼마나 공들여 작품을 만드는지,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에 얼마나 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를 말한다. 작품을 만드는 데에는 수많은 경험과 영감, 그리고 나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나무도 다 같은 나무가 아니며, 건조목을 사용하는지 생목을 사용하는지, 깎아 만드는지 기계를 사용하는지에 따른 수많은 선택지를 고려해야한다. 우드워커는 나무 하나를 선택하는 데에도 자신의 철학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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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공방에서 만든 원목 가구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반려동물 가구에 기대하거나 허락하는 가격은 그리 높지 않다." (핸드크라프트, 신민정)

 

그들의 작품은 브랜드에 그들만의 색을 입힌다. 독특할수록 그들의 손맛이 잘 느껴져 인기를 끌지만, 만족할만한 퀄리티를 내려면 그만큼 가격이 든다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기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기대하기 힘들어진 건 언제부터였을까. 작품을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시간과 재료 원가를 단편적으로 판단하여 제품 가격을 후려치는 행위는 작품자가 지금까지 쌓아온 실력과 노력을 무시하는 행위다. 모든 기술자가 그들의 노력의 가치에 어울리는 대가를 받기를 응원한다.

 

메이드 바이 우드워커이수빈 지음, 미호(시공사)

 


김승현 씨는 좀 더 단순한 삶을 살고 싶어 이 일을 택했다. 단순한 인간관계로 할 수 있는 일, 혼자 시작해서 혼자 끝낼 수 있는 일,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목공으로 귀결됐다. - P73

도잠은 여성이 혼자서도 옮길 수 있을 만큼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쓸모 있는 가구를 만들며, 여성의 힘으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가구를 지향한다. - P43

생나무로 의자를 만드는 일은 단순히 나무를 재료로 쓰는 게 아니라 나무의 생애를 연장시키고 의미 있는 물건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인 것 같아요. - P110

아무리 공방에서 만든 원목 가구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반려동물 가구에 기대하거나 허락하는 가격은 그리 높지 않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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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있어 고양이
김영글 외 지음 / 돛과닻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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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때 삐약이에게 내 한 몸 바쳐 복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분명 누추한 집도, 부족한 집사도 너그러이 받아주실 듯했다." 77

 

나만 없어 고양이? 나는 있어 고양이!

 

골수까지 트위터리안인 나는 제목을 보자마자 웃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책을 구매했다. ‘나는 있어 고양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트위터를 중심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진 나만 없어 고양이라는 고양이 앓이 밈을 따온 것에 그치지 않는다. 드립을 사용한 당당한 고양이 자랑, 팔불출처럼 자신의 고양이를 번쩍 들고 온 세상에 외치는 집사들의 커다란 사랑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제목이다. 이 커다란 사랑에는 나의 고양이가 귀여우니 보아라! 보고 감탄해라!’ 는 마음도 물론 있겠지만 이 고양이를 내가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있는지 아느냐!’ 는 자긍심과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각오하는 집사의 자부심도 함께 담겨있는 것을 나는 느꼈고, 덕후의 직감은 명중했다. 고양이와 살을 부대끼며 행복한 공존을 위해 사유하고 고민하는 집사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는 담겨있다.

 

이 책은 8명의 미술가이자 애묘인의 고양이 고찰 에세이이다. 종이 다른 개체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어느 정도 서로의 성격이나 특성이 맞아야 할 것 같기 때문일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왠지 야외활동을 좋아하지 않고 야행성이며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할 것 같다는 인식이 있는데, 딱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엮었다. 미술가의 고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고양이. 주로 재택근무를 하며 다른 직종을 가진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사람의 시선이기에 이야기의 중심은 고양이 그 자체이며, 인간중심에서 조금은 벗어난 시선에서 본 풍경은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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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고양이는 완벽한 타자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200

 

다들 오냐오냐해주는 분위기에서 애지중지 커가지고 아주 저밖에 모르는 고양이 너무 좋다라는 트윗이 1227일에 올라왔고,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고양이의 마음을 여는 것이 힘들다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니면, 대중들이 사랑하는 특정한 고양이의 모습이 고정되어있다는 의미이거나.

 

고양이는 인간이 가득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인간을 관찰하고, 인간은 고양이의 인내와 관용에 감사하며 그들이 내어주는 보들보들한 털과 박치기에 감동받는다. 소리를 잘 내지 않고 기척을 잘 숨기기 때문에 인간은 온 감각을 동원해서 고양이를 읽어보려고 하지만, 그 시도도 빈번히 실패한다. 결국 인간에게 맞추는 것은 고양이이다. 고양이는 언제나 인간 사회에 적응했고, 스스로의 독립심과 판단력을 기반으로 인간과 공존한다.

 

고양이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는 큰 인기를 끌어도 고양이그 자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적은 아이러니가 착잡하다. 좋은 것만 취하고 싶은 인간의 욕심이다. 고양이는 이런 어리석은 인간을 그 자체로 바라보고, 가끔은 눈물이나 위험의 냄새를 맡고 다가와 줄 때도 있다. 이 순간을 아름답다고만 말하는 인간중심적인 시각을 조금 틀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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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동물들 그리고 집안과 거리의 고양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관계와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걸까." 118

 

고양이 알레르기, 아이와 함께 키우는 고양이, 창문, 산책냥과 집냥 사이의 경계, 캣맘, 다묘가정, 고양이의 폭력성, 종을 뛰어넘은 교감, 고양이의 간택, 이별, 위험감지능력 등, 다양한, 혹은 미처 알지 못했던 고양이와 애묘인 사이의 둘만의 세계를 엿보았다. 이 책은 고양이를 기르는 것을 권장하거나 자신의 고양이를 자랑하는(물론 글 중간에 삽입되어있는 치명적인 사진을 보면 그 미모에 반해 덕통사고를 당하게 되지만) 글이 아니다. 고양이를 그 자체로 이해해보려는 애절한 집사의 시도와 성찰의 기록이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더라도 고양이와 함께하는 공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있어 고양이김영글, 김화용, 우한나, 이두호, 이소요, 이수성, 정은영, 차재민 지음, 돛과닻

 


오늘날의 동물들 그리고 집안과 거리의 고양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관계와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걸까. - P118

나와 고양이는 완벽한 타자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 P200

나는 그 때 삐약이에게 내 한 몸 바쳐 복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분명 누추한 집도, 부족한 집사도 너그러이 받아주실 듯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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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입니다 - 안희정 성폭력 고발 554일간의 기록
김지은 지음 / 봄알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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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과 부정이 횡행했지만 모두가 눈 감았다. 그곳에서 조직의 대의와 목적 이외 모든 것은 사사로웠다." 109

 

이 책은 유죄 선고된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 씨의 목소리이다. 언론도 찌라시도 침범하지 않은 진실의 말이며, 그녀가 빠져나온 정치판의 넝쿨나무처럼 촘촘한 거대한 권력구조가 얼마나 철저하게 대중을 조종하고 개인을 공격할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현실의 기록이다.

 

거대한 권력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몸을 낮추기 때문이다. 수직적 구조 사이의 폭력은 일어남과 동시에 피해자의 입을 막는다. 권력이 유지되는 것이 최우선인 상황에서는 한 명이라도 조화를 깨뜨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권력이 압도적일수록, 권력의 최측근에 있을 수록 이를 처절하게 느낀다.

 

본문 부록 도지사 수행비서 업무 매뉴얼만 봐도 피고인의 권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폭력적인 조직에서 성폭력을 겪었어도 프로의식을 잃는 것은 그녀에겐 용납되지 않았다. 그녀가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시선은 그녀가 몸을 담고 있었던 집단의 생태계를 모르고 하는 편견 가득한 발언이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환경에서 진정한 연대와 정의를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왕을 고발하는 순간 그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조직적인 공격을 가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피해자 김지은씨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숨지 않았다. JTBC ‘뉴스룸인터뷰에서의 오늘 이후에라도 (자신이)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발언만 봐도 김지은씨가 얼마나 절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은 차가웠다. 언론에 따라가는 것이 대중이고, SNS의 좋아요 수에 따라 휘둘리는 것이 대중이다. 대중은 사건 그 자체를 바라보지 않았으며 진영과 젠더갈등으로 편을 나누어 검증되지 않은 위증을 사실인양 퍼뜨렸고, 사건을 입맛대로 재구성해 재배포했다. 조직적으로 2차 가해를 조장한 언론과 안희정 캠프 관계자는 이를 부채질했고, 아직까지도 2차 가해는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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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는 '가짜 미투'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 한국 사회에서 누가 대체 성폭력을 당했다며 제 인생을 그렇게 해체하면서까지 강간 경험을 내놓을까?" 271

 

폭력과 차별의 경험을 말하는 여성들의 입을 막는 반대편 사람들의 주장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꽃뱀 논리이다. 여성이 서로 원해서 한 성관계를 상대 남성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자신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으로 죄 없는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행위의 실리를 따져보면 누가 봐도 주장을 한 사람이 손해다. ‘가짜 미투라는 것에 피해를 받은 억울한 사람의 수가 실제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의 수에 비해 유의미할 정도로 많지도 않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미투를 한 피해자를 거짓말쟁이에 꽃뱀으로 몬다.

 

안희정 성폭력 고발 당시에도 이런 2차 가해가 고발 직후부터 피해자를 향해 쏟아졌다. 공격의 수위는 어느 때보다 높았고 그 요소도 다양했다. 재판 내용은 언론과 피고인에게 유리한 부분만 편집되어 언론에 나왔으며 설마 이게 모두 잘못된 내용이겠어.’ 라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의견도 있었다. ‘순두부’,‘부부방같은 단어들은 재판 후 무차별적으로 언론에 사용되고 SNS에 퍼져 김지은씨를 조롱하는 밈으로 사용되었다. 게으른 사람들은 언론의 말을 흘려 넘기며 사건을 방관하였고, 이 단어들이 어느 사건에서 나왔는지조차 모르는 채로 밈을 공유하며 2차 가해에 발을 담그는 사람도 있었다.

 

아직도 2차 가해는 지속되고 있다. 위증과 2차 가해 게시물이 사건의 전말인 양 편집된 유튜브 영상은 내려가지 않았으며, ‘논란이라는 이름으로 조회수를 벌고 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을 구글에 검색하면 나무위키 게시 글이 제일 먼저 나온다. 이 글에는 위증이었던 부분이 모두 논란이라는 명칭으로 나열되어있으며, 그것에 따른 피해자 측 반박은 기술되어있지 않다. 심지어 피해자의 목소리가 담긴 김지은 입니다에 대한 언급은 발행일뿐이다. 나무위키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증거다라는 JTBC 소셜 라이브의 밈을 무고죄를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 비판한 것을 보면 지극히 편협한 시각을 가진 커뮤니티이다. 뉴스나 서적보다 나무위키를 상식의 보고로 여기는 젊은이 층이 있을 정도로 나무위키의 영향력은 크기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째서 사람들은 객관이라는 핑계로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가정하여 모든 것을 가해자 위주로 생각하는 걸까. 이 경향은 죄목이 성폭행일 때 특히 심하다. 결국 이 문제에서도 중요한 건 기분이다. 자신의 우상의 창창한 미래가 막혔다는 것이 거슬리는 기분문제이고,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성폭행을 할 리 없다고 여기는 편견 가득한 시선 문제이며, 자신의 일상을 추문으로 물들인 여자가 아니꼽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세계에 성폭력 피해자는 잘 알지도 못하고, 자신의 주변에 없으며, 곧 자신이 고려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연대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결국 잘 알지 못하니 여론과 기분에 휘둘린다. 대한민국은 여성의 40%가 성폭행을 당하는 나라이다. 우리는 조금 더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회의 해상도를 높여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것을 돕는다. 보이지 않는 권력이 어떻게 눈앞을 흐리는지를 알게 되면 깨달을 것이다. 보여주는 대로 보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의, 특히 약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권력은 철저하게 약자의 목소리만을 선별하여 지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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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겪지 말아야 할 끔찍한 경험을 했을 뿐이고, 보통의 사람으로 보통의 일상을 살아간다." 317

 

사건에 대한 기억, 노동 환경에 대한 기억, 고발 후 재판을 진행할 때의 기억, 병상에 누워 쓴 일기, 사건 종결 후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 연대. 김지은 씨의 의식의 흐름을 따르는 책 한 권을 통해 사건을 함께 짚어나가면서 처절하게 느낀다. 이렇게 힘겨운 싸움을 견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아픔을 삼켜야 했을까. 결국 그녀는 견뎠고, 승소했다. 하지만 피해자다움 검증을 포함한 ‘2차 피해 사건은 수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이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는 피해자다워야할 필요가 없다. 피해자의 피해자다움보다 가해자가 얼마나 가해자다웠는지를 철저히 규탄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보통의 노동자였던 보통의 사람이 겪은 보통의 일. 어두운 감정에 물든 책이라기보다는 고난을 견뎌내는 과정 속 연대, 끈질긴 의지 끝의 승리를 기록한 책이다. 저자가 곱씹은 문장들은 촘촘하고 진솔하다. 그녀의 일상을 응원하며 읽다보면 그녀의 연대의 마음에 거꾸로 위로받는다. 연대와 위드유를 통해 희망은 만들 수 있다고 다짐하며,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김지은 입니다김지은 지음, 봄알람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봄알람 #2차가해 #metoo #withyou #미투 #위드유 #성폭행 #성폭력 #노동자 #권위 #권력 #정치 #정치인 #유죄

불법과 부정이 횡행했지만 모두가 눈 감았다. 그곳에서 조직의 대의와 목적 이외 모든 것은 사사로웠다. - P109

그들이 말하는 ‘가짜 미투‘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 한국 사회에서 누가 대체 성폭력을 당했다며 제 인생을 그렇게 해체하면서까지 강간 경험을 내놓을까? - P271

우리는 겪지 말아야 할 끔찍한 경험을 했을 뿐이고, 보통의 사람으로 보통의 일상을 살아간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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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잘난 척에 교양 있게 대처하는 법 - 심리학으로 분석한 잘난 척하는 사람들의 속마음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강수연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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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난 못생겼어'라고 말하면서 자기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렇지 않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다.”

 

일상생활과 SNS에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어필을 목도한다. ‘어필은 상황이나 방법에 따라 현명하게 사용하면 능력 어필이 되지만, 잘못사용하면 잘난 척이 되어 도리어 평판이 내려간다. 심하면 공격을 받을 때도 있다.

 

답정너라는 말이 있다. ‘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를 줄인 말인데,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을 듣기 위해 말을 빙빙 돌리며 유도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은어이다. 자신이 원하는 칭찬을 듣기 위해 일부러 자신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남을 음해한다. 한두 번 정도는 받아줄 수 있지만 습관처럼 이 행동이 지속되면 견디기 힘들다. 과한 잘난 척은 해악이다. 사람 간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인간관계를 나쁘게 만든다. 보통은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지 몰라 곤란하다.

 

이 책의 표지에는 잘난 척에 시달리다 못해 해탈해버린 표정을 짓고 있는 캐릭터가 크게 박혀있다. 귀여운 이 캐릭터는 도비라에 등장하며 외친다. ‘너의 일은 아무도 안 궁금하다!’. 이 책은 잘난 척을 하는 사람의 심리, 그리고 잘난 척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청자의 심리를 분석하여 잘난 척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지 제안하는 자기계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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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귀인 편향은 남의 언행을 적대심에 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상대의 말이나 태도에서 멋대로 악의를 느끼고는 나쁘게 해석한다.”

 

사람이 잘난 척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신감을 갖고 싶지만 자신감이 없어서, 자신의 부족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순전히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서, 불안해서, 사람들은 잘난 척을 한다.

 

이런 사람들을 앞에 했을 때 저자가 제안하는 잘난 척 대처법은 이렇다.

 

* '사실'에만 반응하기

* 담백하게 반응하기

* 행복을 자랑하는 사람에게는 적당히 동조하기

* 끊임없는 잘난 척은 흘려듣기

 

하지만 많은 SNS에서 문제가 되는 사이버 불링의 양상을 보면, 평범하게 자신의 일상을 올렸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 공격을 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저자는 이를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습관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는 나, 너는 너의 개인주의가 문화의 기반인 서양에서도 서로를 비교하고 물어뜯지 못해 안달인데 동양권은 오죽 그러할까. 특히 표현의 맥락을 중시하는 일본과 우리나라는 그 경향이 더욱 심하다.

 

대학에 합격한 기쁨을 나누기 위해 합격증 사진을 찍어 올리면 누군가는 순수하게 축하하지만 누군가는 잘난 척을 한다고 여기며 아니꼽게 본다. 이런 어쩌다 잘난 척은 종종 뒷담화의 재료로 쓰이거나 부풀려져 오해를 만든다. 저자는 이런 돌발적인 공격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SNS에 남이 공격할 여지를 주는 글을 올리지 마라고 말하지만, 이미 SNS가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공격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부과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타인의 사이버 공간을 어떻게 잘 존중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나가도록 모두가 노력해야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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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싶은 방향으로 어필하면 실제로 그렇게 바뀐다."

 

일본에는 눈치와 똑같은 의미인 쿠키요미(空気読)’라는 단어가 있다. 눈치게임의 이름이지만 게임 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눈치를 살피는 건 예의의 이름으로 일본 문화 속에 깔려있다. 사람의 언동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상황의 맥락을 파악하여 속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는 능력은 사회생활을 능수능란하게 해내기 위해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하고 여유로운 정신상태가 필요하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잘 되지 않을 때, 어필을 긍정적으로 사용하면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으로 인해 책임감이 생기고 곧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상적으로 만연하는 정신 공격에 더 이상 스스로 상처받지 말자. 나는 나, 타인은 타인이다.

 

 

은근한 잘난 척에 교양 있게 대처하는 법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강수연 옮김, 매일경제신문사

 


요즘 ‘난 못생겼어‘라고 말하면서 자기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렇지 않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다.

적대적 귀인 편향은 남의 언행을 적대심에 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상대의 말이나 태도에서 멋대로 악의를 느끼고는 나쁘게 해석한다.

되고 싶은 방향으로 어필하면 실제로 그렇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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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싫어서 - 업무 성과를 깎아 먹는 문과형 사람을 위한 실전 소통법
사이토 고타쓰 지음, 황국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 서평단 참여 리뷰입니다.


"숫자로 말하면 이야기가 구체화되고 설득력이 생깁니다. 숫자는 무기입니다." - 25

 

문과형 사람이니 이과형 사람이니 하며 편을 가르는 현상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며 꿈이 무엇인지 결정짓기 이른 나이부터 분과해서 과의 특성에 맞게 교육받는 선별적 제도 탓일 수도 있고, ‘이과가 취업에 유리하다라는 사회적 경쟁에 따라 생겨난 것일 수도 있다. 원인이 어떠하든 사회는 아무래도 숫자를 잘 다루는 사람을 좋아하는 듯하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숫자와 멀어지는 길을 선택한 소위 문과형 사람은 취업에 성공하고 나서도 익숙하지 않은 숫자 때문에 고생한다.

 

암산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중요한 발언에 숫자를 섞어서 설득하는 사람들은 대단해보인다. 실제로 객관적인 숫자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으니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이 능력을 무기라고 칭한다. 목소리가 크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무기. 숫자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이는 곧 성과와 직결된다. 숫자를 잘 말하는 사람은 능력 있는 사람이 된다. 더 이상 문과형 사람이라는 핑계를 대며 게으름을 피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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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말하는 사람은 항상 숫자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 사고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6

 

한국인이 자신을 수포자로 정의하는 첫 순간은 영희와 철수가 소금물을 들고 올 때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문제는 실생활에 과연 쓰일까 의문이 드는 것뿐이다. 철수와 영희가 소금물의 농도를 어떻게 맞추는지, 운동장을 시속 몇 킬로미터로 돌아 누가 먼저 도착할지 같은 문제는 안 물어봤고 궁금하지도 않다. 일상 속에서 숫자를 다루는 상황이 공감되지 않으니 숫자만 보면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뼛속까지 문과형 인간이었던 저자는 이를 공감하며 숫자와 친해지는 요령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그 첫 단계는 일상 속에서 접하는 숫자의 단위를 줄여 자신의 일상으로 끌어와 생각하는 습관이다. 기본적인 암산 능력을 높이는 꿀팁도 수록되어있어 수학 능력을 틈틈이 높이고 싶은 직장인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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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널이란 '깔때기'를 뜻하는데,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나눠 그 확률을 계산한 것입니다." 62

 

숫자를 업무에 사용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실질적인 방법이다. 저자는 업무상황에 실제로 적용하기 쉬운 기본적인 이론 몇 가지를 제안한다.

 

퍼널, 편차치, 표준편차, 정규분포, @변환 등의 기본적인 통계 상식과 함께 이것들을 이용해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발언해야하는지를 구체적인 예시로 보여준다. 꼭 일에만 사용하는 예시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현명한 선택을 돕는 논리적 사고방식의 예시도 있다. 요즘은 거의 모든 비즈니스에서 이용되는 온라인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개념도 놓치지 않으며, 마지막에는 AI 기술자들과 소통할 때 알아두면 좋은 상식들도 덧붙였다. 저자는 독자에게 데이터의 프로들과 같은 수준의 기술을 가지려고 무리하지 말라고 말한다. ‘문과형 인간이 주목할 것은 데이터의 프로들과 잘 소통하여 자신의 기획에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뽑아내고 분석하는 일이다.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다루는 기술이 없더라도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충분히 AI를 통해 업무에 대해 논할 수 있다. ‘소통 능력자체가 기술이다.

 

숫자를 잘 말하는 능력은 영어보다, 현란한 화법보다 강력한 소통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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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끊임없이 발버둥 치자" 253

 

저자의 말 첫줄에 실린 문장이다. 숫자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제 일처럼 공감하고 있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숫자를 잘 다루는 사람이라고 해도 세월이 지나며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다시 공부해야한다. 이 책에 실린 것은 아주 기본적인 개념뿐이고 AI와 관련된 이론은 이 책에 싣기에는 방대하고 깊어 생략되어있지만 숫자를 다루기 무서워 피하기에 급급한 수포자들은 이 책을 통해 분명히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용기일 수 있고, 미래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게 하는 시야일 수 있다. 숫자는 언제나 우리의 주위에 있다. 눈을 돌리고 있는 건 우리들이다.

 

숫자가 싫어서사이토 고타쓰 지음, 황국영 옮김, 책읽는수요일

 


숫자로 말하면 이야기가 구체화되고 설득력이 생깁니다. 숫자는 무기입니다. - P25

숫자로 말하는 사람은 항상 숫자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 사고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 P6

퍼널이란 ‘깔때기‘를 뜻하는데,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단꼐별로 나눠 그 확률을 계산한 것입니다. - P62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버둥 치자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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