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이드 바이 우드워커 - 나무와 함께하는 삶, 목수의 세계
이수빈 지음 / 미호 / 2020년 11월
평점 :
*서평단 참여 리뷰입니다
"김승현 씨는 좀 더 단순한 삶을 살고 싶어 이 일을 택했다. 단순한 인간관계로 할 수 있는 일, 혼자 시작해서 혼자 끝낼 수 있는 일,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목공으로 귀결됐다." (우들랏, 김승현)
시공사의 ‘아름답고 기분 좋은 책’을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미호에서 기획된 <메이드 바이>시리즈는 ‘손으로 삶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베이킹, 커피를 이은 목공은 우직하고 확실하게 손자국을 남기며 우리의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의 소소하면서도 강력한, <메이드 바이>시리즈의 색을 선명하게 했다.
자동화, 기계화가 힘든 핸드메이드 분야는 대부분이 자영업자이다.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가는 세상의 흐름에 동조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의 속도대로 나아가는, 성실하고 꾸준하게 쌓아가는 소소한 하루하루에 대한 동경은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계의 위협을 쉽게 받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워 보이지만, 그만큼 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의 용기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
"도잠은 여성이 혼자서도 옮길 수 있을 만큼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쓸모 있는 가구를 만들며, 여성의 힘으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가구를 지향한다." (도잠, 이정혜)
목수는 직업인의 모습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직업 중 하나인데, 보통 힘이 센 남성이 커다란 목재건물이나 가구를 만드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인터뷰집의 좋은 점은 인터뷰이의 수만큼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볼 수 있으며, 그만큼 시야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열 한명의 우드워커를 다루고 있으며, 이들 중 셋이 여성이다. 커다란 가구나 조형을 만드는 우드워커도 있지만 작은 소도구를 만드는 우드워커도 있다.
책을 읽다보면 새로운 가구 브랜드를 만나는 기쁨, 이런 것까지 나무로 만들 수 있다는 놀라움, 목공이나 목수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기분 좋은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각 인터뷰 뒤에 실려있는 인터뷰이의 작품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책날개 안쪽에는 본문에 언급된 작품들이 실린 일러스트가 돋보인다. 인터뷰에 참여한 모든 우드워커들의 작품이 배경과 자연스럽게 녹아든 일러스트를 보면 저절로 원목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
"생나무로 의자를 만드는 일은 단순히 나무를 재료로 쓰는 게 아니라 나무의 생애를 연장시키고 의미 있는 물건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인 것 같아요." (레드체어메이커, 이경찬)
목공은 셀프 인테리어와 원 데이 클래스가 유행하며 매력적인 취미생활이 되었다. 실내에서 할 수 있고, 혼자 할 수 있어서 그런지 코로나 시국에 라면사리나 달걀 껍데기 등을 이용해 부서진 원목가구를 보수하는 목공 같은 목공 아닌 틱톡 트렌드도 유행했다. 이렇게 대중과 가까워진 목공이지만 직업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목공업은 취미반에서는 접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
우드워커들은 얼마나 공들여 작품을 만드는지,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에 얼마나 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를 말한다. 작품을 만드는 데에는 수많은 경험과 영감, 그리고 나무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나무도 다 같은 나무가 아니며, 건조목을 사용하는지 생목을 사용하는지, 깎아 만드는지 기계를 사용하는지에 따른 수많은 선택지를 고려해야한다. 우드워커는 나무 하나를 선택하는 데에도 자신의 철학을 담는다.
-
"아무리 공방에서 만든 원목 가구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반려동물 가구에 기대하거나 허락하는 가격은 그리 높지 않다." (핸드크라프트, 신민정)
그들의 작품은 브랜드에 그들만의 색을 입힌다. 독특할수록 그들의 ‘손맛’이 잘 느껴져 인기를 끌지만, 만족할만한 퀄리티를 내려면 그만큼 가격이 든다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기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기대하기 힘들어진 건 언제부터였을까. 작품을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시간과 재료 원가를 단편적으로 판단하여 제품 가격을 후려치는 행위는 작품자가 지금까지 쌓아온 실력과 노력을 무시하는 행위다. 모든 기술자가 그들의 노력의 가치에 어울리는 대가를 받기를 응원한다.
《메이드 바이 우드워커》 이수빈 지음, 미호(시공사)
김승현 씨는 좀 더 단순한 삶을 살고 싶어 이 일을 택했다. 단순한 인간관계로 할 수 있는 일, 혼자 시작해서 혼자 끝낼 수 있는 일,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목공으로 귀결됐다. - P73
도잠은 여성이 혼자서도 옮길 수 있을 만큼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쓸모 있는 가구를 만들며, 여성의 힘으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가구를 지향한다. - P43
생나무로 의자를 만드는 일은 단순히 나무를 재료로 쓰는 게 아니라 나무의 생애를 연장시키고 의미 있는 물건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인 것 같아요. - P110
아무리 공방에서 만든 원목 가구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반려동물 가구에 기대하거나 허락하는 가격은 그리 높지 않다. - P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