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문 특서 청소년문학 19
지혜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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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를 내어 가는 문, 시구문

산 사람은 오지 않는 곳, 그곳이 우리가 도망칠 곳이에요

시구문.. 시구문이란 말 그대로 시체를 내어 가는 문 입니다.

죽어서만 나갈 수 있는 문이기도 하지요.

조선 시대의 신분제에 살아 가고 있던,시대적 상황 상 피폐해진 생활 속에서..

당시의 십대 아이들에게 시구문이란 어떤 의미 였을까요....

특별한 서재에서 출간 된 지혜진 님의 장편소설 시구문을 보면서 많은 여운이 남았어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각자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거나 이를 벗어 나기 위해

죽어서만 나가야 하는 시구문을 나서면서 아이들은 어떤 미래를 꿈꾸게 되었을까요..

운명을 벗어나려 발버둥을 쳐도 결국 그 자리에서

주어진 운명을 받아 들여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죽음의 위기를 겪으며

살기 위해 시구문을 넘어 서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아이러니함이 느껴 졌답니다.

살기 위해서 죽은 자들이 넘는 문을 넘어 선다...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과 과연 운명을 이겨 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공존 했답니다.

시구문은 무당의 딸인 송기련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 됩니다.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신내림을 받게 된 엄마를 벗어 나고 싶어 하지요.

'서방 잡아 먹은 년' 이라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 말 못 하는...

그런 이웃들의 점을 봐 주고 돈과 쌀을 받아 살아가는 엄마가 너무 미웠기에

빨리 돈을 모아 그 답답한 곳에서 하루 빨리 벗어 나고 싶어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그렇게 싫다던 어머니가 이전에 했던 대로 시구문 옆에서 시체가 나가길 기다렸다가 시체를 내 가는 사람들에게 원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두려운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벌지요.

집에서 도망치려면 돈이 필요 했고, 나는 한시가 급했다.

그런 내가 빠르게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어머니의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P14~15

돈을 모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이라는 생각을 하는 기련이지만,

어린 아이의 죽음 앞에선 아이의 발이 너무 차갑다며 신고 있던 버선을 선뜻 벗어 내어 주기도 하는 심성을 가지고 있답니다.

매일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보고 또 죽음을 겪으며 너무나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는 기련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 진답니다.

그런 기련 곁에는 마음을 나누는 친구인 백주와 백희 남매가 있어요.

도저히 벗어 날 수 없는 가난 속에서 착한 성품까지 갖춘 백주를 보는 기련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병든 아버지의 약 값을 벌어야 하고, 챙겨야 할 동생 백희가 있기에 백주의 어깨는 책임감으로 인해 늘 무겁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뭇짐을 해 준 돈을 어려운 주막 사정을 들며 제대로 달라 하지도 못 하는 백주의 모습에서 기련이 느끼는 감정처럼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함을 느꼈답니다.

항상 힘들게 일 해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 급기야 일어나고만 마는 백주의 안타까운 삶에

너무나 처연하고 마음이 아팠답니다.

우연히 알게 된 소애 아씨 역시 양반집 자녀라고 평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시구문으로 도망친 임금을 보호 하기 위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소애의 아버지.

쫓기는 신세가 된 소애 아씨...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쉬이 벗어 날 수 없어

안타까움을 주었어요,

죽음의 의미란 뭔지, 피하고 싶은 운명을 마주 했을 때의 삶에 대한 의지와 투쟁..

아직 어리기만 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구문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 해 볼 수 있었답니다.

무당 딸년, 몇 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나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내가 어머니의 딸로 태어나 얻게 된 지긋지긋한 운명이었다.

어머니와 별개인 나를 싸잡아 비난하는 말이 나는 죽도록 싫었다.

P20

어머니로부터 멀리 도망쳐 운명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고 꾹꾹 밟아 짓이겨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P126

우리는 아직 이렇게 살아 있었다.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도, 막다른 길에 내쳐졌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미워했어도

우리는 숨을 쉬고 있었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했다.

누군가를 돕고, 다시 길을 찾고, 미워했던 사람을 다시 이해해야 했다.

P151

시구문을 넘어선 그들의 삶이 힘들더라도 더이상 운명에 휘둘리지 않고

운명을 이끄는 주체가 되려는 아이들의 모습에 함께 용기를 얻었고 응원하게 되었어요.

현재 나의 삶에 있어서 시구문이란 어떤 부분일지에 대한 생각도 끊임없이 하게 되는..

나는 과연 이 아이들 처럼 두려운 삶의 앞날을 이겨 낼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답니다.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교차 했던 특별한 서재 시구문.

이 책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도 삶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본 리뷰는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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