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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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현대지성

플라톤의 대화편 25편 중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이 수록된 책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불경죄와 청년들을 혹세무민했다는 죄로 누명을 씌자 그를 심판하는 광장에 나와 그를 모함하는 멜라토스와 그 세력들에 대한 변론을 담았다. 크리톤은 그가 죽기 전 그의 절친한 친구 크리톤이 감옥에 와 도망을 권유하자 소크라테스가 이를 거부하며 그 이유를 내세우는 내용이다. 파이돈에서는 소크라테스가 독약을 마시기 전 그를 추종하는 심미아스, 케베스 등이 그가 죽기 전 영혼에 대해 토론한 것을 그 현장에 있었던 파이돈이 에케크라테스에게 생생하게 전해준다. 마지막으로 향연은 비극 경연에서 우승한 아가톤의 연회에서 소크라테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에로스에 대해 토론한 것을 기록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오역이라는 지적이 많다. '변명'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이다. 그렇기에 혹자는 '변명'이 아닌 '변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제기된 죄목들이 잘못되었으며 모함임을 주장한다. 그리스의 신들이 아닌 잡신들을 섬겼다는 사실은 진실이 아니며 자신을 시기하는 세력들의 무고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배심원들, 즉 아테네의 시민들에게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이를 읽으면서 한편으로 사형이 구형된 죄에 대한 변론으로서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결국 사형으로 끝난 재판에서 소크라테스의 말이 아테네 시민들에게 어쩌면 변명으로 들릴 수 있을지 않았을까 싶다.

소크라테스의 친구 크리톤은 사형을 선고받은 그에게 도망을 요구한다. 이를 거부하는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을 거부하고 도주하는 것은 시민들이 세우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 선고된 사형에 대한 반역이기도 하며, 영혼이 불멸한다는 신념을 가진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닌 오히려 기다림의 대상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초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숭고한 소크라테스의 정신을 앞뒤 생략하고 "악법도 법이다"라는 천박한 문구로 축약한 일본의 법학자 오다카 도오모(尾高朝雄)는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의 만행은 훗날에도 독재를 찬양하는 세력들에게 애용되는 말이 되어버렸다.

파이돈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죽음 순간 전에 그의 추종자들과 영혼의 불멸에 대해 토론하였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의 불멸에 대해 의심하는 그의 제자이자 추종자들에게 화내거나 답답해하지 않고 그들의 문제 제기에 일일이 반박하며 대인배 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영혼의 불멸에 대한 과학적인 시각을 고대 그리스를 살아가는 소크라테스에게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읽는 나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제자들의 반론에 관용을 베푸는 소크라테스의 넓은 아량과 죽음에도 초연할 수 있는 그의 모습에 감탄했다.

향연은 아가톤의 수상 축하연에서 벌어진 토론을 담고 있다. 에로스는 '필리아'나 '아가페'보다 한층 더 강한 사랑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파이드로스, 파우사니우스, 에릭시마코스는 각자의 방식으로 에로스에 대한 찬양을 한다. 소크라테스는 에로스에 대해 아름다운 몸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서 아름다운 일과 미덕을 사랑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관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2019 현대지성

그리스어 원전을 번역해서 그런지 번역이 깔끔했다. 이전에 철학 책 모음 형식의 책에서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번역투투성이인데다 번역 품질이 실망스러워 읽기도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근데 이번 현대지성의 책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옮긴이 분의 솜씨와 노고를 높이 사고 싶다. 글 끝의 옮긴이의 해제도 잘 정리되어 있어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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