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사회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0
심너울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2019 ⓒ 그래비티북스

2019 ⓒ 그래비티북스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민수. 메이저 언론사 '매일헤럴드'의 기자 수영. 부잣집 아가씨에 대학 교육까지 우수하게 마친 엘리트 노랑. 2055년을 살아가는 세 청년의 이야기이다. 2055년에는 AI가 웬만한 노동력을 대체하고, 모든 국민들에게 일정한 기본소득이 제공되고 있다. 몇몇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삶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조력자살'로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자 한다.

미래사회에 대한 시선은 항상 두 가지로 나뉜다. 기술의 발달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누리며 인간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거라 믿는 유토피아적 시선과 기술 발전의 이면에 인간 소외를 걱정하는 디스토피아적 시선이 그것이다. 소멸사회는 후자에 가깝다. AI가 발달하면서 기계가 인간이 하던 일을 대신하게 되고 인간은 기계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감독'이란 말에서 인간이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것에 안도할지 모르겠지만, 실상은 인간이 해야 하는 일까지도 AI가 수행하다 보니 인간의 존엄은 점점 소멸해 가고 있다. 인간 존엄의 상실은 인간의 삶, 즉 인생(人生)에 대한 가치의 상실을 의미하고 살아갈 가치를 잃은 인간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 현실에 대해 반항하는 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인생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자살하려는 이들을 돕는 에버 마인드 프로젝트를 세우고 상담 AI인 주리를 만든 노랑과 민수, 그리고 암울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을 심층 취재하는 기사를 쓰려는 수영은 노랑의 부모에 대해 알게 되면서 현실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기득권에 대해 대항하기 시작한다. 기득권의 본모습을 폭로하면서 각성한 시민들은 광장으로 나오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저항하는 시민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저들을 다시 이전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는 매일헤럴드 회장 현수에게 AI 비서 할리가 하는 말,

회장님, 저 사람들은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 심너울, 《소멸사회》, p.232

승리의 산물인 자유를 맛본 시민들에게 족쇄를 다시 채우는 것은 불가능함을 일깨워준다.

소멸사회에서 느껴지는 낯익음과 익숙함은 그 배경이 미래 한국이며, 그 과거는 우리가 겪었던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른 어떤 SF 소설보다 개연성 있고 친숙한 미래의 모습이라고 느껴진다. 평소의 필자 역시 기계 또는 AI가 인간이 하던 일을 대체하고 난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하곤 한다. 노동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을 때 벌어질 일은 자본, 즉 돈의 중요성이 증대될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노동의 가치의 하락은 인간의 삶의 가치도 같이 끌어내릴 것이라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회장님, 저 사람들은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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