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 경제 선언 - 돈에 의존하지 않는 행복을 찾아서
쓰루미 와타루 지음, 유나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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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북스 photographed by 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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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는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저자인 쓰루미 와타루는 물질 만능주의에서 탈피하여 증여 경제를 살아가려고 한다. 책은 증여 경제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작가가 일본인인 탓에 대부분의 예들은 일본의 실정에 맞게 쓰여 있다. 구체적인 방법들은 도움이 안 될지 모르겠으나, 증여 경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책의 구성은 '받는다', '공유한다', '줍는다' 등의 공유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기술되어 있고, 마지막 장은 증여 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강론들이 설명되어 있다. 강론 중에서 내 흥미를 끌었던 것은 돈의 기원이 원시적인 '물물교환'이 아닌 '대차' 혹은 '외상'(빚)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미국의 인류학자인 데이비드 그래이버의 저서 "부채 그 첫 500년(Debt: the First 5,000 Years)"에서 비롯한 것이다. 저자는 '증여와 답례'도 시간차가 있는 물물교환인 대차에 한없이 가까워진다고 말한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품앗이, 두레, 부조에 해당하는 유이(ゆい), 모야이(もやい), 데쓰다이(手伝い)에 해당하는 전통적 상호 부조 체계가 존재한다. 유럽의 작은 마을에서도 상호 부조를 위한 제도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행위들은 인류의 전통적 행위들이 돈을 매개로 한 교환보다는 증여와 답례의 성질을 지닌다고 볼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사람들은 대가 없는 증여를 고귀한 행위로 보고, 해, 산, 자연, 바다 등의 대상을 신격화하기도 했다. 종교에서 말하는 신도 인간에 대한 아무런 대가 없이 베풀며, 사람들을 그를 숭배한다. 이런 것들을 보았을 때, 인간 사회가 증여 경제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듯하다. 다만, 물질만능주의 혹은 자본중심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무전 경제를 선언하고 실천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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