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다. 단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예가 바로 벼락 거지다.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부채를 가중시킨다. 인플레이션의 끝과 디플레이션의 끝은 같은 소비 위축으로 우리네 살림살이가 퍽퍽해진다는 의미로 둘 다 우리에게는 좋지 않다. 지금에서야 보니 지난 몇십 년간은 우리는 디플레이션 속에서 살고 있었다.
저자의 말대로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버린 인플레이션은 웬만큼 깨우려고 노력해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고 (p.99) 인플레이션을 공격할 수 있는 3개의 화살(무제한 돈 풀기 / 재정지출 / 경제구조개혁)을 모두 이용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무제한 돈풀기 화살의 내용인 미국의 끝없는 부양책을 툰으로 보니 그 어마어마한 양에 질린다. 정말 돈을 많이 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과도한 부양책과 연준의 안이한 태도가 인플레이션 부활의 원인이라니 연준을 믿은 결과가 지금의 주식 폭락이어서 입맛이 썼다.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는 성장과 물가는 동행한다. 다만 중간중간 다른 움직임을 보였는데 특히 1970년대는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으로 반대로 움직인다. 이때 폴 볼커라는 유명한 연준 의장이 나타나 성장과 물가 중 상상 초월의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제압한다.
2008년 이후의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금리 인상 예고만으로도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어 미국은 완만한 금리 인상을 한다.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 때마다 미국의 정책은 잘 먹혀서 바로바로 인플레이션이 잡혔고 지난 10년간의 경험으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학습을 하게 된다.
그래서 코로나 팬데믹 때 연준은 경기부양에 올인하는 오판을 하게 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에는 수요의 측면과 공급의 측면이 있다.
수요의 측면에서 경기부양책으로 현찰이 지급되었고 수요는 폭발했다.
하지만 공급 확대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물류대란, 인력난, 원자재비 상승, 코로나 변이로 인한 셧다운 등 바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공급자들은 수요 폭발로 공급을 늘렸을 때 금세 수요의 하락으로 공급과잉이 되었던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번에는 공급을 확대하지 않았다.
경기부양책으로 주식시장에 바이더딥-연준이 경기를 부양할 테니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살 기회라는 법칙이 생겨났다. 주식과 코인 등의 상승은 신흥 부자를 만들었고 스스로 퇴사하여 전업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 인력난이 심화되었다. 2000년 IT 버블 때 퇴사자가 많았던 이후 금번이 가장 많았다는 글을 보자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하나의 현상을 따져보면 모든 것에는 원인과 결과가 흐름에 따라 이어지는 게 당연하다.
성장과 물가는 기본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그 속도와 체력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번 사태 때 연준은 물가에 '일시적'이라는 꼬리표만 달아두고 성장만 바라보고 있던 사이 물가가 손쓸 새 없이 너무 올라버린 거다. 현재는 성장을 보면 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물가를 보면 금리 인상으로 고삐를 죄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인 셈이다. 결국 연준은 이번에도 물가를 먼저 싸워야 할 적으로 선택한다. 현재 금리가 낮으니 바로 인상이라는 공격을 할 수 있고 나중에 물가를 제압한 이후 금리를 인하시켜 경기를 부양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가가 오를 것 같다면 미리 소비를 하게 된다. 그럼 물가는 더 뛰어오르는 악순환이 된다. 물가가 오를 것 같다는 기대 심리가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기에 중요하다. 폴 볼커의 강력한 긴축정책은 물가를 잡는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성장도 위축시켰다. 미국 중소기업의 40퍼센트가 파산하고 역대급 실업자 증가 등의 큰 후유증이 있었다. 뒤로 갈수록 후유증이 더 심해지므로 미리미리 물가를 잡는데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고질병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현재는 연준이 실기를 했는데 지금 연준이 강하게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연준은 간을 보면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겸손하고(=함부로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연준의 전략이다. 덕분에 주식 시장은 연준의 말 한마디에 요동을 쳐왔다.
지난 코로나 시대의 양적완화에 대한 설명을 보니 그때의 내가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부족한지 알 수 있었다. 세상에 생각보다 거대한 인플레이션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는데 나는 그 위험성은 인지하지 못하고 과소평가해서 양적완화 뉴스를 들을 때마다 그저 주식이 상승했다고 좋아했으니 말이다. 나의 시간은 디플레이션의 시간이었기에 경험해 본 적 없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공부가 너무도 부족했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