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식탁 위로 - 레비-스트로스와 함께하는 기호-요리학
오선민 지음 / 북드라망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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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의미를 맛보는" 기호-요리, 신화!
신화란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중요한 우리 기원의 비밀을 회상시키며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와 같습니다. 우리의 먹고 먹히는 관계의 기원은 ‘가족‘이었다! 그 비밀스러운 관계의 생태학을 기억하게 될 때 우리의 식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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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야 - 식물, 동물을 넘어 문명까지 만들어내는 미생물의 모든 것
마르크 앙드레 슬로스 지음, 양영란 옮김, 석영재 감수 / 갈라파고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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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문공간 세종]

공생, 생명을 도약하게 한다 

 

마르크 앙드레 슬로스의 혼자가 아니야는 생명체의 공생에 대한 이야기다. ‘공생이라는 개념은 현대인이 환경파괴와 지구 온난화에 직면하면서부터 더욱 자주 거론되며 환경을 살리자’, ‘지구를 구하자라는 거대 담론과 함께 언급된다. 그래서 공생은 자연이라는 사다리의 꼭대기에 있는 인간이 가져야 할 도덕적 책임감을 강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혼자가 아니야라는 책이 공생을 말한다고 했을 때도 다른 생명체와 함께 잘먹고 잘살기 위한 인간의 실천적 노력을 강조하는 내용이 아닐까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공생은 생태계에서 인간이 중심이 되어 인간의 주도로 자연과 함께 뭘 어떻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혼자가 아니야의 공생 이야기는 약 27억 년 전 처음 지구에 산소가 생길 때 산소를 만들어내는 박테리아, 지금의 미토콘드리아를 삼킨 미생물의 공생으로부터 시작된다. , 저자가 말하는 공생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다. 생명체의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상부상조하며 공생을 이끄는 존재는 인간의 맨눈으로는 볼 수도 없는 극미의 미생물이다. 하나의 생명체 안에서 함께 살고 함께 진화하며 심지어 다른 새로운 개체로의 도약을 유도하는 공생의 주인공은 미생물이다.

 

상리공생과 공진화

혼자가 아니야는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보이지 않는 것이 사방에서 은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잔뜩 품고 태어난다. 생명체가 시작되던 수십 억 년 전 미토콘드리아를 품고 있는 그 박테리아를 갖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있는 미생물은 인간의 유전자보다 많고,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오래된 연륜도 가지고 있다. 지구 첫 생명체는 단순한 세포에서 출발했지만, 오랜 시간 각 개체의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적응한 미생물들이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개체의 진화를 추동했다. 저자는 이것을 공진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서로 의존하고 상호작용하며 함께 진화한다는 의미다. 협력하는 상리공생이야말로 다양한 생명종의 토대가 되었다. 이와 같은 공생개념은 다윈과 또 다른 진화를 설명하는 기제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끼와 같은 지의류地衣類는 광합성이 가능한 조류(녹색세포)와 균류(곰팡이)가 결합한 공생체이다. 조류와 균류가 결합해 하나의 새로운 개체가 탄생하며 새로운 생명체로 진화한 것이다. 이런 의미로 어떤 생물체가 자신의 몸에 공생생물체를 받아들이는 것은 진화에 있어서 일종의 월반이 될 수 있다. 대번에 공생생물이 밟아온 진화 궤적을 주파해서 어느 날 갑자기 진화의 종을 도약해 새로운 종을 출현시키는 것이다.

 

의존과 경쟁의 공생

우리가 이라고 불리는 곳은 단지 나무가 많은 곳이 아니다. 단일종의 나무가 아무리 빽빽이 들어차 있어도 그곳을 이라 부르지 않는다. ‘이란 그 자체로 다양성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생명의 의존과 경쟁의 네트워크가 무한히 복잡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촉발되는 곳이다. 특히 열대의 숲은 광활한 생명의 확장 방식이 무한히 펼쳐지는 실험의 장이다.

그런데 열대 밀림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이 미생물 덕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토양의 미생물, ‘균류는 식물을 위해서 토양을 탐색하고 개간하며 뿌리 주변으로 물과 식물 생장에 필요한 질소, 인을 비롯한 칼슘, 마그네슘, 그 외 구리, 아연들의 각종 무기질을 몰아온다. 또한 이들은 근방의 식물들과 일종의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이를 통해 서로에게 위험을 알리기도 하고 정보를 교류하기도 한다. 토양 미생물은 숲의 식물들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숲에 후미진 응달에 서식하는 엽록소 없는 일부 식물들을 먹여 살려, 광합성을 할 수 없는 식물들의 양분을 공급하고 그들에게도 자리를 내어주는 일에도 관여한다.

특히, 열대의 토양 미생물에 의해 생기는 잔젤-코넬 효과라 불리는 현상은 어떤 한 식물종이 개체 수가 많아지면, 그 종은 어느새 불리해져서 자기 자리를 남에게 내어주게 되는 일이다. 이는 어미 나무에서 멀어질수록 씨앗의 발아가 늘어나고 생존율도 좋아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토양 속의 미생물들이 어린나무의 성장을 제한하며 밀집도를 조절한다. 열대 숲의 토양에 서식하는 균근은 어떤 특정 생물종에 편파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 균근과 함께 공생하는 식물 또한 자신의 종을 배반하면서까지 생물종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탄소 함유 물질을 제공하는 모든 원천을 보호한다. 수십억 년 된 연륜이 작은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들을 먹여 살리는 상리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숲의 다양성을 만드는 것이 종을 지속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인가

혼자가 아니야는 다양한 동식물의 종을 멸종시키거나 개량해서 단일화하는 인간의 생활방식이 한계에 이른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열대 우림의 숲에서 공생이 만든 다양성이 얼마나 생태계를 건강하고 풍요롭게 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가 숲의 네트워크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도 숲의 방식으로 서로 경쟁하고 의존하면서 균형을 맞추고 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점점 너무나 우리 임의대로 생태계를 단순하고 단일하게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는 개체로 태어났을 때부터, 문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지금까지 언제나 미생물과 함께였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수십억 년에 걸쳐 서로에게 의존하고 공진화하며 서로 함께 변화해온 공생의 그물망으로 얽혀있다. 어디까지가 이고 아닌 것이 무엇인지 구별할 수도 없고, 분리할 수도 없는 한 몸이 되었다.

저자는 혼자가 아니야를 통해 공생적 진화의 비밀은 다양성에 있다고 말한다. 다양성이란 수가 많다는 것이 아니다. 자율성을 상실하면서까지 획득해온 독특한 공생의 역량을 가진 개체들의 다양성이다. 하나의 생명체는 얼마나 많은 다양한 잠재적 관계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도약의 가능성이 커진다. 미생물이 인간보다 먼저 획득한 연륜을 어떻게 받아들여 공진화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가능성도 확장된다. 그래서 저자는 미생물이 걸어온 생명과의 공생, 협력관계에서 인류의 미래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우리를 둘러싼 생명의 더 넓은 관계의 항을 보여주며 우리 상식의 한계로 데려간다. 그와 함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에 의해 세계가 이토록 아름다운 생물학적 균형을 이루고, 우리가 그들과 함께 미래를 열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더 겸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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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동물 - 바다로부터 뭍까지, 동물에게서 배우는 마음의 진화와 생명의 의미
피터 고프리스미스 지음, 박종현 옮김 / 이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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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문공간 세종]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피터 고프리스미스 Peter Godfrey-Smiths, 후생동물은 마음의 진화를 추적하며 생명의 의미를 묻는 책입니다. 저자는 마음이 무엇이며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1596~1650)이후 오랫동안 물질과 정신은 완벽히 분리된 어떤 것이었죠. 하지만 이 책의 저자 피터 고프리스미스 Peter Godfrey-Smiths생물학적 물질주의에 바탕을 두고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의 관계에 일원론적 접근을 시도합니다.

모든 생명은 살아남기 위해 무언가를 합니다. 동작을 조절하고, 주변의 것들에 영향을 미치며 생명유지를 위한 행위를 하지요. 어떤 것을 자기 신체에 통과시키거나 막아서기 위해 사고를 하고, 그 사고의 경험이 반향을 일으켜 신체의 형태를 구성합니다. 예를 들면 문어는 마주하는 모든 것에 자기 몸의 복잡성을 기울이며 눈 깜짝할 사이에 자기 신체의 빠른 전환을 하며 환경에 맞게 자기 신체 표면을 바꿀 수 있지요.

저자는 마음의 진화를 밝히기 위해 느낌의 현전現前, presence’이라는 감각이 무엇인지부터 묻습니다. 자기됨을 느끼는 것, 혹은 자신이 아님을 느끼는 감각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인가? 주체성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나타나는가? 질문하며 살아있다고 느끼는 현전의 감각이란 신체를 소유하고 있다는 감각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마음이란 신체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신체의 지속을 위해 자신과 외부를 감각하는 것과 연관 있다는 것이죠.

 

신체, 주체인 동시에 행위자

저자는 우리는 주체인 동시에 행위자라고 합니다. 주체의 기원은 동물 행위자성의 진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죠. 저자는 주체성과 행위성을 구분하며 감각과 동작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감각의 존재 이유는 동작을 제어하는 데 있다고 하죠. 저자에 의하면 정신의 진화는 행위자성과 주체성의 상호연결된 진화입니다. 새롭고 확장된 동작 행위들은 그에 어울리는 감각의 확장을 이끈다고 말하지요. 특히 위아래뿐 아니라 좌우 축을 가진 좌우대칭형 몸의 등장은 동작의 영역에서 하나의 혁신이었다고 합니다. 좌우대칭형 몸은 어딘가로 가기 위해 준비되어있는 것이었죠. 방향을 설정하고 끌어서 마찰력으로 표면을 기어서 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화된 감각하는 부분과 행동하는 부분의 협응은 자아와 타아, 자신과 외부 세계를 분리를 감각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합니다. 동작이 감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시작하면서 생명은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되지요. 동작을 통해 세상을 살피고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존재 방식, 새로운 의미에서의 관점이 생겨납니다.

저자는 이와 같은 논지로 사고와 경험 자체가 곧 정신이고, 신체라는 관념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갑니다. 신체활동이 곧 라는 것이지요. 나는 나의 경험 안에서 타자의 경험을 삼키고 소화시키며 그에 맞게 행위함으로써 세계와 하나가 됩니다. 이런 신체는 세계를 향한 행동의 주체이고, 행동은 감각과 운동으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동작을 만들어내는 운동능력이야말로 동물 진화의 명백한 도약이었죠. 운동에 따라 감각이 달라지고 감각에 따라 운동이 달라지며, 신체의 위치변용에 따라 관점이 달라집니다.

 

신체, 마음 그 자체

후생동물은 하나의 세포에서 분화된 생명의 통일성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기본 단위는 세포는 생명활동의 폭풍을 가두고 형태 짓는 막을 만들었지요. 경계 지어져 있지만, 경계를 넘나드는 교통에 영원히 의존하는 생명의 본성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규정짓고 스스로 유지하는 이런 세포 자체를 자아’self라고 합니다. 생명을 이루는 작은 단위의 자아가 모이면서 세포의 복잡성을 만들고 각 기관의 복잡성이 다양한 관점을 갖게 된다고 하죠. 이것은 세포로 이루어진 동·식물의 공통 특징입니다. 처음에는 세포들은 같은 것들이 군락이나 덩어리를 이루며 모여 살다가, 점점 더 단순하고 다른 이질적인 것들을 끌어들여 삼키는 방식으로 자신의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복잡해졌습니다. 저자는 최초의 동물은 소화기관의 초기 형태일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동물 생명체는 다양한 생태계를 소화시키며 자기 신체화하며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고 하죠.

초기 세포(자아)가 하는 일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들의 흐름에다 리듬과 논리를 깃들게 하는, 질서를 짓는 일이었습니다. 생명은 그 질서 때문에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질서의 협응으로 이루어진 우리 몸은 세포의 수만큼의 자아가 모인 수많은 관점이 존재하는 가능성의 세계입니다. 저자는 이 질서에 의존하는 물질과 에너지의 배열, 활동이 곧 정신이라고 말하지요. 내가 무엇을 어떤 위치에서 감각할지 결정하는 배열방식이 곧 나의 시점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에따라 주체는 자기가 감각하고 운동하는 공간 속에서 현전합니다. 공간 속에서 무엇이 자신이고 무엇이 자신이 아닌지에 관한 정확한 구분을 하고 그 안의 경험으로 자기 세계를 확장한다는 것이죠. 생명은 각자 외연의 모습은 다르지만 생명의 기원이 된 원초적 세포를 공유한 내연은 모든 생명의 신체 속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생명은 수많은 시간을 자신이 먹고 먹힌 타자의 관점에 의해 사로잡혀 있는 존재입니다. 나는 타자가 감각하는 세계의 일부로, 타자 또한 내가 감각하는 세계의 일부로 서로의 관점을 내포하고 있고 표현하며 진화했습니다.

초기 동물은 뇌나 신경체계가 없었습니다. 신경체계와 유사한 감각 구조를 가지고 있었지요. 생명의 감각 메커니즘은 바깥 세계를 향해 있습니다. 저자는 생명의 이 감각과 감각의 확장을 위한 운동이 마음의 기원이라고 합니다. 마음이란 우리가 세계를 느끼고 경험하는 신체 그 자체라고 하지요. 내가 주변 환경을 응시한다 생각하는 순간 그것 또한 나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시선에 사로잡힘으로써 그와 나는 하나가 됩니다. 그의 관점에 따라 내가 변하기도 하고 나의 관점에 따라 그가 변하기도 하지요. 따라서 누군가 보고 느끼는 것의 경험이 바로 또 누군가에게 되돌아와 함께 사는 이 세계를 변화시킵니다.

피터 고프리스미스 Peter Godfrey-Smiths, 후생동물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여기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의 현전을 실현하는 신체야말로 마음의 처소라고 이야기합니다. 문어의 피부처럼 언제든 빠른 전환이 가능한 신체야말로 풍부한 마음의 세계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지금 여기에서 어떤 마음을 갖고 사는지는 당신의 신체가 어떤 위치에서 무엇을 응시하고 감각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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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생각한다 - 숲의 눈으로 인간을 보다
에두아르도 콘 지음, 차은정 옮김 / 사월의책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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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인문공간 세종]


애니메이터animator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막대기 벌레walking stick로 알려진 대벌레phasmid-유령phantom에서 유래한-이 생물은 배경 속에 유령처럼 녹아든다. 대벌레가 나뭇가지와 닮아있음은 잠재적인 포식자의 선조들이 대벌레의 선조와 실제 나뭇가지 간의 차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의 산물이다. 진화의 시간을 거쳐 자신의 모습을 들키지 않았던 대벌레의 계통이 살아남은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벌레처럼 생명은 다른 부류의 존재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우리가 처한 상황이 변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모든 생명은 타자들에 의해 숨겨지고 또 타자들에 사로잡힌 채로 존재한다. 나라는 자기는 타자에 의해 이해되고, 타자를 이해해야 하는 이중의 자리에서 타자의 시선을 마주 응시하며사는 것이다. 이것이 숲이 사고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저자에 의하면 지금 우리의 시선은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누구와 어떤 시선도 교환하지 못한 채 고립되어 삶의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살아 있는 활기

누군가 우리를 보는 방식이 우리를 드러나게도 하고 그렇지 않게도 하며 존재 방식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저자가 <숲은 생각한다>를 통해 생명은 사고한다고 말할 때, 사고란 마주 응시하며 서로 방출하는 기호작용을 해석하는 일이다. 끊임없이 먹고 먹히며 살고 성장하는 일상에서 이런 관계와 소통을 놓치게 되면 존재 자체가 위험해진다. 그래서 타자를 응시하며 그 시선과 교류하고 그것과 함께 어떤 생명의 연결고리를 포착하는 일은 중요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활기 없는inanimate 세계는 생명의 이런 연쇄작용을 표상하지 못하는 일이다.

활기animate, 생명에 숨을 불어넣는 이런 생명-형식들은 우리 눈에 보이는 윤곽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의 상징체계 속에서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마치 안개처럼 밤처럼 이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이것은 인간과 비인간들이 서로의 기호작용을 응시하며 되돌려줄 수 있을 때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자기 앞의 가시적인 것 너머의 기호를 탐색하고 질문할 때 비가시적인 어떤 것이 비로소 가시화되면서 숨을 쉰다. 마치 정지된 이미지들의 연쇄작용이 한 편의 살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듯이, 응시의 교차가 이미지들 속에 숨어있던 의미를 연속적으로 재현하며 실재하는 활기animate를 만들고 생명력을 부여한다. 

 

인간의 상징체계

인간은 인간 특유의 기호체계, 즉 언어적 상징체계를 갖고 있다. 언어를 사용하면서 인간은 언어적 관습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고 습관도 달라졌다. 자연과 직접적으로 맺었던 기호적 표상에서 분리되고, 인간과 비인간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단절되었다. 이 근원적 단절이 현대인의 시야를 가리고 불안과 우울을 동반한다.

그래서 저자는 표상과 언어를 혼동하는 지금의 사고의 관성을 끊어내기 위해 아마존 루나족의 애니미즘animism을 탐구한다. 우리를 언어적 상징(Symbol) 너머의 표상형식, 아이콘(Icon), 인덱스(Index)적 기호 형식의 세계로 이끈다. 그리고 가리키는 사물과 유사성을 공유하는 아이콘(Icon)적 기호와, 가리키는 사물과 직접적으로 유사성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그것에 영향을 받거나 그것과 상관관계에 있는 인덱스(Index)적 기호가 언어적 상징(Symbol)의 내포 관계임을 설명한다. 인간의 상징 체계는 이 두 기호과정에 의해 지탱되며 또 궁극적으로 그 속에 잔존하는 기호에 의해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생명의 사고 과정에 위계는 있지만, 그 위계는 도덕적인 것이 아니고 단지 하위 기호를 내포하는 관계일뿐이다. 그런데 인간이 그 포함관계에 도덕적 위계를 정하고 사고 과정에서 기호체계를 제외한다면, 인간은 반쪽짜리 사고밖에는 할 수 없고 자기를 둘러싼 세계에서 떨어져나온 것처럼 불안해진다.

 

이미지 기호체계

숲은 사고한다. 그리고 사고는thinking는 그 자체로 이미지images를 통해 작동한다.”(32) ‘이미지란 응시의 관점을 통해 드러나는 가시적인 현상뿐만 아니라 비가시적 잠재적 가능성까지를 포함한다. 마주 응시하는 시선을 교환하며 살아 있는 사고는 시선의 기호 이미지를 운반한다. 생명은 이 기호적 운반의 연쇄와 그에 따라 새롭게 발생하는 후속 기호에 의해 해석되는 한 살아 있다. ‘-자기의 방식으로 사고하고 생명 작용의 연쇄를 지각할 때 열린 해석체가 되어간다. 열린 자기는 숲처럼 수많은 기호들을 해석하고 해석되는 덧없는 처소이자 경유지이다. 서로의 시선에 숨고 사로잡히며 상호주체성의 관계에서 서로 다른 자기가 되어 숲이 된다. 그리고 는 미래의 자기를 낳는 새로운 기호 해석의 출발점일 뿐 아니라 기호작용의 결과물로써 생명 작용에 직접 관여하는 활기의 주체가 된다.

 

활기 넘치는 애니미즘

에두아르도 콘은 우리가 세계의 살아 있는 사고와 맺는 이러한 관계를 주시함으로써 이 세계를 다르게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적인 것 너머로 확장되는 사고와 함께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며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다르게 형상화될 수 있는지 들려준다. 저자는 아마존 루나족의 애니미즘animism을 예로 들며 생명과 사고의 중요한 속성들을 증폭하고 드러냄으로써 세계 속에서 살아 있는 사고에 주목한다. 애니미즘은 세계에 속한 하나의 사고 형식이다. 생명 있는 것들이 서로를 응시하는 시선 속에서 서로의 관계를 포함하는 기호작용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과 함께 생명-형식들의 연속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 세계의 활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숲은 생각한다>는 세계를 이루는 속성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있다고 말하며 인간의 사고 체계 훨씬 멀리 있는 어떤 것에까지 도달한다. 숲이 생각하는 방식인 애니미즘은 분명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이미지 사이에서 증폭시켜 생명에 활기animation를 부여한다. 그것은 생명을 무한대로 네트워킹하며 생명에 활기를 주는 애니메이터들의 사고 형식이다. 우리는 이 생명과정에 적극 참여할 때 다른 존재에 의해 표상되고, 살아있음이 지각된다. 숲과 함께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는 이 책을 권한다. 자기가 사는 세계의 이미지 기호를 엮어 활기 없는 세상에 숨을 불어넣는 애니메이터의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숲이 생각하는 방식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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