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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동물 - 바다로부터 뭍까지, 동물에게서 배우는 마음의 진화와 생명의 의미
피터 고프리스미스 지음, 박종현 옮김 / 이김 / 2023년 2월
평점 :
[출처: 인문공간 세종]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피터 고프리스미스 Peter Godfrey-Smiths, 『후생동물』은 마음의 진화를 추적하며 생명의 의미를 묻는 책입니다. 저자는 마음이 무엇이며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1596~1650)이후 오랫동안 물질과 정신은 완벽히 분리된 어떤 것이었죠. 하지만 이 책의 저자 피터 고프리스미스 Peter Godfrey-Smiths는 ‘생물학적 물질주의’에 바탕을 두고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의 관계에 일원론적 접근을 시도합니다.
모든 생명은 살아남기 위해 무언가를 합니다. 동작을 조절하고, 주변의 것들에 영향을 미치며 생명유지를 위한 행위를 하지요. 어떤 것을 자기 신체에 통과시키거나 막아서기 위해 사고를 하고, 그 사고의 경험이 반향을 일으켜 신체의 형태를 구성합니다. 예를 들면 문어는 마주하는 모든 것에 자기 몸의 복잡성을 기울이며 눈 깜짝할 사이에 자기 신체의 ‘빠른 전환’을 하며 환경에 맞게 자기 신체 표면을 바꿀 수 있지요.
저자는 마음의 진화를 밝히기 위해 ‘느낌의 현전現前, presence’이라는 감각이 무엇인지부터 묻습니다. 자기됨을 느끼는 것, 혹은 자신이 아님을 느끼는 감각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인가? 주체성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나타나는가? 질문하며 살아있다고 느끼는 현전의 감각이란 신체를 소유하고 있다는 감각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마음이란 신체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신체의 지속을 위해 자신과 외부를 감각하는 것과 연관 있다는 것이죠.
신체, 주체인 동시에 행위자
저자는 우리는 주체인 동시에 행위자라고 합니다. 주체의 기원은 동물 행위자성의 진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죠. 저자는 주체성과 행위성을 구분하며 감각과 동작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감각의 존재 이유는 동작을 제어하는 데 있다고 하죠. 저자에 의하면 정신의 진화는 행위자성과 주체성의 상호연결된 진화입니다. 새롭고 확장된 동작 행위들은 그에 어울리는 감각의 확장을 이끈다고 말하지요. 특히 위아래뿐 아니라 좌우 축을 가진 좌우대칭형 몸의 등장은 동작의 영역에서 하나의 혁신이었다고 합니다. 좌우대칭형 몸은 어딘가로 가기 위해 준비되어있는 것이었죠. 방향을 설정하고 끌어서 마찰력으로 표면을 기어서 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화된 감각하는 부분과 행동하는 부분의 협응은 자아와 타아, 자신과 외부 세계를 분리를 감각하며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합니다. 동작이 감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시작하면서 생명은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되지요. 동작을 통해 세상을 살피고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존재 방식, 새로운 의미에서의 관점이 생겨납니다.
저자는 이와 같은 논지로 사고와 경험 자체가 곧 정신이고, 신체라는 관념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갑니다. 신체활동이 곧 ‘나’라는 것이지요. 나는 나의 경험 안에서 타자의 경험을 삼키고 소화시키며 그에 맞게 행위함으로써 세계와 하나가 됩니다. 이런 신체는 세계를 향한 행동의 주체이고, 행동은 감각과 운동으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동작’을 만들어내는 운동능력이야말로 동물 진화의 명백한 도약이었죠. 운동에 따라 감각이 달라지고 감각에 따라 운동이 달라지며, 신체의 위치변용에 따라 관점이 달라집니다.
신체, 마음 그 자체
『후생동물』은 하나의 세포에서 분화된 생명의 통일성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기본 단위는 세포는 생명활동의 폭풍을 가두고 형태 짓는 막을 만들었지요. 경계 지어져 있지만, 경계를 넘나드는 교통에 영원히 의존하는 생명의 본성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규정짓고 스스로 유지하는 이런 세포 자체를 ‘자아’self라고 합니다. 생명을 이루는 작은 단위의 자아가 모이면서 세포의 복잡성을 만들고 각 기관의 복잡성이 다양한 관점을 갖게 된다고 하죠. 이것은 세포로 이루어진 동·식물의 공통 특징입니다. 처음에는 세포들은 같은 것들이 군락이나 덩어리를 이루며 모여 살다가, 점점 더 단순하고 다른 이질적인 것들을 끌어들여 삼키는 방식으로 자신의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복잡해졌습니다. 저자는 최초의 동물은 소화기관의 초기 형태일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동물 생명체는 다양한 생태계를 소화시키며 자기 신체화하며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고 하죠.
초기 세포(자아)가 하는 일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들의 흐름에다 리듬과 논리를 깃들게 하는, 질서를 짓는 일이었습니다. 생명은 그 질서 때문에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질서의 협응으로 이루어진 우리 몸은 세포의 수만큼의 자아가 모인 수많은 관점이 존재하는 가능성의 세계입니다. 저자는 이 질서에 의존하는 물질과 에너지의 배열, 활동이 곧 ‘정신’이라고 말하지요. 내가 무엇을 어떤 위치에서 감각할지 결정하는 배열방식이 곧 나의 시점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에따라 주체는 자기가 감각하고 운동하는 공간 속에서 ‘현전’ 합니다. 공간 속에서 무엇이 자신이고 무엇이 자신이 아닌지에 관한 정확한 구분을 하고 그 안의 경험으로 자기 세계를 확장한다는 것이죠. 생명은 각자 외연의 모습은 다르지만 생명의 기원이 된 원초적 세포를 공유한 내연은 모든 생명의 신체 속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생명은 수많은 시간을 자신이 먹고 먹힌 타자의 관점에 의해 사로잡혀 있는 존재입니다. 나는 타자가 감각하는 세계의 일부로, 타자 또한 내가 감각하는 세계의 일부로 서로의 관점을 내포하고 있고 표현하며 진화했습니다.
초기 동물은 뇌나 신경체계가 없었습니다. 신경체계와 유사한 감각 구조를 가지고 있었지요. 생명의 감각 메커니즘은 바깥 세계를 향해 있습니다. 저자는 생명의 이 감각과 감각의 확장을 위한 운동이 마음의 기원이라고 합니다. 마음이란 우리가 세계를 느끼고 경험하는 신체 그 자체라고 하지요. 내가 주변 환경을 응시한다 생각하는 순간 그것 또한 나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시선에 사로잡힘으로써 그와 나는 하나가 됩니다. 그의 관점에 따라 내가 변하기도 하고 나의 관점에 따라 그가 변하기도 하지요. 따라서 누군가 보고 느끼는 것의 경험이 바로 또 누군가에게 되돌아와 함께 사는 이 세계를 변화시킵니다.
피터 고프리스미스 Peter Godfrey-Smiths, 『후생동물』은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여기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의 현전을 실현하는 신체야말로 마음의 처소라고 이야기합니다. 문어의 피부처럼 언제든 ‘빠른 전환’이 가능한 신체야말로 풍부한 마음의 세계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지금 여기에서 어떤 마음을 갖고 사는지는 당신의 신체가 어떤 위치에서 무엇을 응시하고 감각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