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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생일 파티 대소동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정화진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7월
평점 :

독특한 상상력과 그녀만의 그림 스타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그녀의 작품에는 남과 달라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자기 자리를 찾고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는 구조가 작품 속에 자주 반복됩니다. 2022년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된 이 책 <뒤죽박죽 생일 파티 대소동>에서도 이런 특징을 찾아볼 수 있어요.

2018년 프랑스에서 <Le Fabuleux Desastre D'Harold Snipperpott> (출판사 Albin Michel)이라는 제목으로, 2019년에 미국에서 <Harold Snipperpot's Best Disaster Ever> 영어판(출판사 Harper Collins)이, 2022년 올해에 미디어창비 출판사에서 <뒤죽박죽 생일 파티 대소동>이라는 제목을 달고 국내 에 출간되었습니다.
'Fabuleux Desastre(엄청난 재앙)’이라는 프랑스어 제목이나, 'Best Disaster Ever(역대급, 최고의 재난, 참사)'라는 제목이 국내에서는 ‘뒤죽박죽'과 '대소동’으로 살짝 순화되어 표현되었고 해롤드 스니퍼팟이라는 주인공의 긴 이름이 빠지고 '생일 파티'라는 단어가 들어갔어요.
코끼리의 귀를 잡고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아이 보이시죠? 이 친구가 바로 주인공 해럴드 필립 스니퍼팟입니다. 그의 오른쪽 신발 한 짝은 이미 날아갔고, 거대한 코끼리는 긴박하게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습니다. 표지 그림만 봐도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를 단번에 떠올릴 수 있는데 구아슈, 오일, 왁스 연필, 그리고 콜라주를 이용해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해요.

단정한 2대 8 가르마 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쓴 해럴드. 얌전할 것 같은 이 아이에겐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진짜’ 생일 파티를 해보는 것이에요. 7살 생일을 앞두고 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생일파티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님이 파티를 너무 싫어해서”입니다. 마음이 메말라있는 엄마와 아빠는 서로 안아 주지도 않고, 웃지도 않아요. 서로 대화도 거의 하지 않는 해럴드의 부모. 그래서일까요? 부모와 함께 있는 아늑한 공간이 되어야하는 해럴드의 집은 톤다운된 그림 때문인지, 모든것이 각잡혀 정돈된 물건들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딱딱하고 어두워 보입니다. 홀로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끄는 해럴드의 모습이 많이 외로워 보여요.

7살 아이가 사는 집인데 둘러보면 '아이 키우는 집이 맞아??' 라는 질문을 절로 떠올리게 됩니다. 그 흔한 장난감 자동차도 없어요. 아이가 그린 그림을 벽에 붙여놓거나 한글이나 숫자 벽보 같은게 붙어 있는게 당연한데, 책 한권, 장난감 하나 없이 어른들의 취향에 맞게 우아하고 고상하게 정리정돈되어 있습니다.인테리어 잡지 속 모델들처럼 양복 차려입은 아빠와 깔끔한 헤어스타일에 투피스를 착장한 엄마, 그리고 창백한 얼굴로 무기력하게 소파에 기대 앉은 해럴드의 모습이 해럴드 가족의 일상 풍경이에요.
이번에도 생일 파티를 못할까봐 우울해 하는 해럴드를 위해 엄마는 동네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폰죠' 아저씨를 찾게 되고 해럴드의 첫 번째 생일 파티를 부탁하게 됩니다.
폰죠아저씨는 엄마와의 통화에서 '파티에 초대할 어린이 친구는 없지만,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특별한 생일 파티'를 만들어 주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친구 없는 생일 파티가 가능하긴 할까?'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해럴드에게는 생애 처음 해보는 생일 파티나까 파티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불안감이 엄습하죠. 엄마는 이때 '대소동'의 전조를 눈치 챘어야 했는데!!!
해럴드의 일곱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생일 파티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폰죠 아저씨가 해결책으로 내세운 생일파티에 과연 누가 왔길래 해럴드 가족이 저런 표정으로 손님을 맞고 있는걸까요? 해럴드는 진정으로 자신의 생일 파티를 즐길 수 있었을까요??
자신의 생일 파티에 벌어진 사건을 1인칭으로 실감나게 들려주는 해럴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이도, 어른도 이야기 속에 빠져들고 맙니다.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가 <뒤죽박죽 생일 파티 대소동> 속에 담아낸 파리의 풍경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특히 이야기의 하일라이트 장면에 등장하는 뤽상부르 공원(Luxembourg Gardens)과 연못 은 폴더 페이지로 표현되어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어요. 저처럼 파리를 배경으로 한 그림책 모는 그림책 덕후분들이 계시다면 <뒤죽박죽 생일 파티 대소동>도 꼭 소장하시기 바랍니다. 뤽상부르 공원과 함께 에펠탑이 잠시 등장한답니다.
이 책을 읽으면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또 다른 작품인 <숲에서 보낸 마법 같은 하루>이 떠오릅니다. 아빠의 부재로 실의에 빠진 아이가 비오는 숲을 누비며 변화했듯, <뒤죽박죽 생일 파티 대소동>은 생일 파티에서 벌어진 최악의 사건을 겪으면서 변하는 아이와 가족의 모습이 겹쳐져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굳어 있던 해럴드의 표정과 모습은 이야기 끝에 가서야 7살 아이답게 보이죠. 친구 없이 생일 파티를 열어야 했던 해럴드 필립 스니퍼팟은 '뒤죽박죽 생일 파티 대소동'을 통해 진짜 원했던 걸 찾게 되고 해럴드의 엄마 아빠 역시 생일 파티를 통해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변화된 가족의 모습이 얼마나 훈훈한지 한참을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의 반전까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의 이런 위트!! 애정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건 비싸고 커다란 물질적인 선물이 아니라 '엄마 아빠의 사랑과 애정표현'이라는걸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됐습니다.
'최악의 생일이 최고의 날로 변하는 가족!'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의 마법같은 그림과 이야기를 여러분도 꼭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미디어창비에서 <뒤죽박죽 생일 파티 대소동> 활동지도 함께 보내주셔서, 방학 때 '뭘 해야하나' 고민하는 부모님들의 시름을 덜어주시네요!! 활동지 뒷면은 면지 무늬를 담고 있어서 더 좋으네요. (이런 디테일은 그림책 덕후들이 더더욱 애정하지요.)
면지 무늬도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어떤 장면에서 나왔을까 찾아보는 것도 재미날 것 같아요. ^^ 꼭 함께 찾아보세요~
* 본 서평글은 미디어 창비에서 진행한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해당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