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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은 다르다. 이 아이디어는 자율과 시장과 자기조정의 힘을 긍정한다. 다만 그런 힘들이 균형을 잃지 않고 작동할 수있으려면 때로 정치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는 ‘영남 지역주의, 수도권 집중, 양극화, 친미 편향 외교라는 불균형 상태와의 싸움으로 점철되었다. 노 전 대통령은 각각의 영역에서 선거제도 개혁, 지역 균형발전, 격차 해소, 동북아균형자론을 내세워 균형의 복원을 시도했다.
미국의 사회운동가 에릭 리우는 정치의 이런 역할을 ‘정원사‘에 비유했다. 정원사는 생태계 자체의 작동에 맡기고 물러나있을 줄 안다는 점에서 20세기 진보주의와 다르다. 하지만 그는 생태계가 잘 굴러가도록 웃자란 개체를 쳐내고 다듬는다는점에서 보수주의와 다르다. 균형이란 아무래도 진보적 개념인 이유가 이제 확인됐다. 진보주의자에게 균형이란 가만히 기다리면 도달하는 물리법칙이 아니라, 힘써추구하고 가지치기를 해줘야 도달할 수 있는 어떤 프로젝트다. 그래서 이것은 정치의 기획이 된다.
천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