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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현 씨 역시 김지영 씨만큼 나름의 고민이있다고 하여 결코 김지영 씨의 고통이 사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고통 올림픽‘을 위한 것이 아니란뜻이다.
문학작품의 효용이 누군가 직접 겪지 못하는 것을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할 때, 이것은 여성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것을 고민하는지를 전달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성인 당신이 무조건 잘못했고, 여성인 나만이 피해자임을 주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는 이러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그저 이야기하기 위함인 것이다. 실제로 책 속에서는 좋은 남자들도 많다고 자주 이야기하는 동시에 남성들뿐 아니라 여성들 역시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에 번갈아 서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말하자면 가부장제 자체가 모두가 패배하는 게임이라는것을 말하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다시 앞선 질문으로 되돌아가면, ‘82년생 김지영』은 이 소설을 읽는 여성을 순식간에 래디컬 페미니스트로 바꿔주는 사악한 마법전서도 아니요, 문학성이라고는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형편없는 팩션에 불과한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대한민국 여성들을 일깨워주는 위대한 작품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그냥 우리 사회의 거울인 동시에, 여성들의 평균적인 삶의 기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