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논의를 정리하자면, 2010년대 한국 대중문화의 신화적 성공을 가능하게 한 90년대생의 세대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인터넷이미디어 생산과 소비의 중심축이 되면서 그들의 결핍과 불안이 만들어낸 투쟁심을 흡수했고, 그 결과 콘텐츠의 내용과 소비 양태가 투쟁적으로 변하며 대리만족의 차원에서 가히 고도의 질적 상승을 이루었다. 이전 세대와 달리 90년대생은 자신의 투쟁적 경향을 현실이 아니라 미디어에서 풀어냈던 것이다. 그러므로 현실에서 갈등은 드러나지않았지만 대신 그 갈등의 에너지를 응축한 콘텐츠는 세계적 보편성과경쟁력을 획득할 정도로 빠르게 진화했다.
- P63

공정에 대한 90년대생들의 태도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우선 생활 세계에서 90년대생이 공정에 다른 세대보다 유난히 철저하지는 않다. 대체로 다른 세대, 특히 70년대생이나 80년대생과는크게 다를 바 없는 정도로 공정을 추구할 것이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감시받지 않을 상황에서라면 그들도 얼마든지 불공정의 유혹에 굴복할 수 있을 것이다. - P86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압박을 해소할 여타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스템의신뢰성에 강하게 매달리는 경향을 보인다. 그들의 심리적 안정의 기반 중 하나인 능력주의에 대한 견고한 신뢰는, 시스템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드러난다. 이 시스템이 여타 가치가개입하여 그 예측 가능성이 교란되는 것은 강한 저항감을 맞닥뜨릴수밖에 없다. 모든 형태의 개입은 90년대생이 겪는 심리적 불안과 불만을 더욱 키우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그들은 타인이 어떤 수단을 써서든, 예컨대 그 수단이 정부 정책이든 아니면 사인私人의 편법이든 간에 시스템을 교란하여 추가적 이득을 취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물론 자기 자신에게 예외가 될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 P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