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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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란 그런 게 아닐까, 어느 밤에 희미하게 들려오는 음악 소리 같은 것......


모짜르트의 세레나데로 유명한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라는 제목 덕택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만남을 세레나데로 비유하다니 무척이나 달콤한 사랑이야기지 않을까 상상하게 된다. 이사카 고타로라는 작가의 책은 처음이라 특별한 선입견은 없다. 책은 여섯개의 단편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책의 첫 페이지 '결코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라고 설명한 부분이 책의 내용을 기대하게 한다.

길거리 설문조사를 하는 사토. 함께 근무하는 전산실 선배 후지마에게 닥친 갑작스러운 불행 덕택에 설문 데이터 복구를 하지 못해 길거리로 나서게 된다. 역 안의 TV에선 일본인 선수가 헤비급 타이틀매치에 도전하는 방송이 나오고 있고 그곳에서 자신의 설문조사에 흔쾌히 응해준 한 사람을 만나고 그녀에 대해 유심히 관찰한다. 사토의 친구 중엔 대학동창인 오다 부부가 있다. 부인인 오다 유미는 대학시절 많은 남학생에게 인기있었는데, 뜻밖에 현재의 남편인 오다 가즈마는 특이한 남학생으로 알려졌었다. 그럼에도 유미와 가즈마는 대학을 중퇴하고 결혼하게 된 것은 사토에겐 다소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 부부가 두 아이를 낳아 기르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남녀간의 만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난 뒤 그 사람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최고의 만남이라고 말하는 가즈마. 운명같은 때론 불꽃같은 만남을 상상하지만 잔잔한 일상 속에서 크게 느껴지지 않는 작은 변화 또는 계기가 만남이었을지도 모른다. 도로 공사 중인 도로에서 만나게 된 우연한 두번째 만남처럼.

미용사인 미나코에게 다가온 만남.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채 전화통화로만 서로의 일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끊길 듯 하면 다시 연락오는 일상의 담담함 속에 시간은 흐르고 어느 날 텔레비젼 속의 사람이 전화 속 상대방임을 알게 된다. 그는 헤비급 타이틀매치에 도전한 윈스턴 오노 였다. 미나코가 격투기를 싫어한다해서 사무직이라 밝혔던 그 남자. 챔피언이 된 후 인터뷰에서 다음 도전은 한 여성을 만나는 것이라 말한 마나부.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구보타 아키. 고등학생 시절 뚱뚱한 외모로 인해 동급생에게 따돌림을 당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결혼하고 직장인이 되어서 외모도 변하고 과거의 자신을 잊고 지내다 고등학생 시절 따돌림의 중심에 있던 동창을 만나게 된다. 과거의 그녀가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면서 그녀의 언저리를 맴돈다. 변했다면 자신의 상처도 아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폭풍같은 만남을 사람들이 꿈꿀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상대의 외모, 학벌, 직업, 집안 등을 따지며 이상형을 이성적인 틀에 맞추어 상대를 찾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어떤 것도 진정한 만남이 아니라 말할 수 없지만 이 책 속의 만남은 평범해보이지만 특별해보인다. 여섯가지 이야기가 그물망처럼 서로 관계를 맺고 있어 등장인물들을 꼽씹어봐야 했지만 현재, 과거,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순간 순간 스쳐가는 인연들을 소중히 한다면 특별한 인연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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