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취미 - 취미가 인생을 바꾼 여자들의 이야기
남우선 글.사진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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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든 남자든 자신의 본업을 두고 취미생활을 따로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중에도 여자는 결혼하는 순간 가정생활, 육아, 직장 등으로 개인의 시간을 만들기가 남자보다 더 힘든게 현실이어서 여자가 자신의 취미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좀 더 특별하게 여겨진다. 대체 어떤 상황에서 선택했을까. 그래서 9인의 각기 다른 취미와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쏠렸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예상과 달리 남자이다. 신문사 외신기자와 방송국 PD를 거쳐 음반평론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저자의 다양한 취미만큼 일하는 분야도 다양하였고, 저자의 취미를 보며 정말 열심히 하면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9인의 주인공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분은 여행가 오현숙씨였다. 그녀는19개월간 6대주 50개국을 여행한 분이다. 48세라는 나이에 영어라고는 'Thank you'만 할 줄 알지만 세계여행에 대한 꿈과 열정만으로 무사히 여행을 마친다. 그녀는 남편과 헤어지고 두아이의 엄마이자 가내 수공업 공장을 꾸려 가던 중 세월에 묻혀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불현듯 발견한 후 공장을 처분하고, 살던 집을 월세 놓고, 아들은 군에 보내고, 딸은 유학보내며 긴 여행을 떠난다. 세계여행을 하며 온갖 사람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위험한 순간도 있었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현지인의 친절함과 혼자만의 고독을 제대로 느끼며 꿈을 현실로 실현하는 큰 경험을 하고 돌아온다. 지천명의 나이를 앞두고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한달도 아니고 1년이 넘는 긴긴 여행을 여인의 몸으로, 그것도 혼자 떠난다는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실천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저 부럽고 부러울뿐.


서퍼 김나은씨와 포토그래픽 아티스트 손현주씨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비슷했다. 김나은씨는 서핑 중 발가락이 찢어지고 그 부위를 순간접착제로 바른 후 파도를 즐기는 모습, 손현주씨는 섬 사진을 찍던 중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이 다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행동 등 취미라는 것에 미치지 않고는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일들을 이들은 해낸다. 얼마나 그 일을 사랑하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대학이라는 학벌과 그 또래 여학생의 평범한 삶을 버리고 바리스타의 길을 선택한 사람, 평범한 노후에서 자신이 마음먹은대로 빚어지는 도예가의 길을 가는 분, 열정의 상징인 살사댄스의 길을 가는 분 등 이 책의 주인공들은 평범한 취미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아니었다. 


어느 책에서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했던가. 이 분들은 그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나에게도 취미는 있다. 수공예와 여행, 책읽기, 음악 등등 사실 많고 넓은 분야를 좋아하지만 이들만큼 열정적으로 하고 있나 내가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인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얼마나 용기 있게 그 길을 가며 노력하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취미는 취미일뿐이라 생각했던 것을 여지없이 무너뜨려준 책. 책을 읽으면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낀다. 이들의 열정이 나에게도 조금은 전달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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