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도시 서라벌 - 경주 속 신라 이야기
김성용 지음 / 눌와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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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나에게 국사과목은 친하고 싶지 않은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가장 싫어했던 과목이었다. 우리의 역사를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그 알아가는 과정들에서 년도와 명칭을 외워야 한다는 것이 싫었던 이유였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뒤늦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는 역사와 관련된 책을 보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업무와 하등 상관없는 역사 아니 문화유산에 대해 알기 위해을 보고 있는데 확실히 외도임은 맞다. 그렇지만 늦게나마 내가 소속된 이 곳에 대한 확인이랄까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에 대한 정확한 시각을 갖기 위함이랄까 내가 무지해서 평가절하 되고 있는 내 문화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갖고 싶은 욕구가 불쑥 올라왔기 때문이라고 명분을 만들어본다. 얼마 남지 않은 경주답사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자니 시간과 경비와 노력이 아까워서 추천도서로 알려주신 책을 보게 된 것이다.

 

내 고향이 대구인지라 경주는 이웃도시로 친숙하고 가까운 곳이었다. 초중고를 거치면서 무수히 졸업여행, 견학이란 이름으로 경주를 오고 갔지만 언제 한번 진지하게 생각이나 고민을 해본적이 없었던 나에게 이 책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고 할까? 이 책의 저자말대로 천년의 세월동안 서라벌의 수도로 자리매김한 경주에 왕궁도 왕성도 없다는 것. 한번도 관심있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경주의 도심 가운데는 큰 릉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왜 일까란 의문도 없었던 것이다.

 

전 세계에서도 드물고 우리나라에서는 한 왕조가 천 년을 이어온 고대 도시는 경주가 유일하다고 한다. 56대에 걸친 왕들이 통치하고 살았던 도시에 그 흔적들을 찾아가며 현재까지 알려진 서라벌에 대한 자료들을 정리하고 경주가 이리도 방치되었던 사연들과 시대의 평가들을 작가는 들려주고 있다.  왕궁이 없는 천년 고도 서라벌의 세계적인 위상, 주변국가들이 평가한 신라에 대해 말해주고 있고 왕궁이 있었던 월성에 대한 계획들에 대해 들려주고 있으며 경주 고분 155기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문명의 발상지마다 큰 강이 흐르는 것 처럼 옛 서라벌도 물의 도시였다는 것과 통일신라에 대한 엇갈린 평가, 서라벌의 멸망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왕궁이 있었던 월성내부를 한때 시민 체육공원과 경마장으로 사용했었고, 대형 고분 발굴단이 큰 유물만 수습하고 나머지는 자루에 쓸어담는가 하면 안압지와 황룡사터 사이를 나누는 철도가 만들어지고, 문무왕릉비 조각이 한 주택가의 빨래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이 우리가 우리 문화유산을 대하는 현주소인 것 같아 씁쓸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경주는 도시 전체를 다섯 구역으로 나뉘어 등재되었다고 한다. 남산지구, 월성지구, 대릉원지구, 황룡사지구, 산성지구등 단일 유물이나 유적이 아닌 도시가 지정된 것이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다른 나라에서 더 가치있게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의 한부분에는 작가가 미래의 서라벌의 모습을 꿈꾸며 그림처럼 그려놓은 부분이 있다. '2030년, 다시 살아난 서라벌' 이란 부분에서 복원된 왕궁과 왕성이 연결되어 서라벌의 옛모습을 그리고 석굴암의 누수와 습기문제의 해결과 불국사와 석굴암사이에 도보관람이라는 평소 생각해오던 이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꿈꾸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통일신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외세(당나라)의 힘을 끌어들여 같은 민족인 백제와 고구려를 쳤다는 것이라는 것과 고구려가 통일을 했다면 더 넓은 영토가 우리민족의 땅이 되었을텐데 라는 시각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내용으로 민족주의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이념들이 덧붙여져서 서라벌의 문화유산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얼마나 답답한 소리인가. 우리 조상이 물려준 문화유산을 어떻게 잘 보존해서 후세에 남길까만 생각하면 간단한데 우리의 할 일 앞에 무슨 이념이 운운되어야 한단 말인가(나는 단순무식함)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냉정하게 평가할 것은 하되 그것 때문에 우리가 해야할 소임을 놓치지는 말았으면 그리고 문화유산의 가치만은 평가절하하지 않았으면 하는 맘이 들었다.

 

예전에 로마에 갔을때 포로 로마노를 간 적이 있다. 그 곳은 돌들이 굴러다니고 발굴하고 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가 있었다. 완벽하게 복원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것이 고대의 유적지에 있다는 느낌을 줬고 천천히지만 제대로 복원할려는 의지로 보여졌다. 로마라는 도시자체가 문화유산으로 가득해서 놀라고 신기하고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경주에서 잊혀져가는 서라벌을 복원해낸다면 거대한 문화유산의 도시를 우리나라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디 나라차원에서 이 복원사업을 진행해서 비용이 부족해서 뭐는 못했고 이런 말 없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후세에 미안하지 않게 천년 도시 서라벌을 재현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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